민족문제연구소 2015-03-10 15:15:55

작년 12월 캠페인과정에서 민족문제연구소에 가입하고 3월 7일 열린 정기총회에 처음 참석한 어느 신입회원의 절절한 소감문. 연구소가 처한 열악한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희망을 보았다는 진솔한 글이 우리 모두를 울컥하게 만듭니다. - 편집자


많은 망설임 끝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가서 공연히 폐나 되지 않을까 많이 망설였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자리여서 용기를 냈던 것이죠.


솔직히 어마어마한 규모일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에서 별관으로 나와서 뒤로뒤로 돌아 들어가니
자그마한 후생동이란 곳이 새초롬히 문을 열고 반겨주더군요.
충남지부 회원님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안에 들어서선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동호회원들의 모임이라 해도 좋을 만한 규모와 참석인원들을 보곤
이렇게 초라하기만 한 단체가 그동안 그리도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이제사 처음 참여를 할 마음을 낸 저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더군요.

더군다나 함세웅 신부님과 이이화 선생님 등 고매하신 인격자들께서 근엄한 모습 대신 자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회원님들과 소통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총회를 지켜보면서,

알량한 2만원의 회비를 내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했다고 생각해온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해서 몰둘 바를 모를 정도로 민망해지는 걸 느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강연을 듣고, 기여를 하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시고, 전·현직 임원진들의 임명장 수여 장면 등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분들처럼 회원님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계보고를 하는 자리에선 제가 생각했던 민족문제연구소란 엄청난 단체의 회계보고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행색을 보며 민망하기 그지없더군요. 우리 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데, 친일 매국노들이 전 사회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나라의 회원 수가 고작 1만 명 돌파라니...

리고 그것도 어디냐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자괴감마저 들더군요.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정성껏 마련해주신 식사 자리에선, 어떤 모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뜨거운 동지애와, 결의에 찬 모습들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의지들을, 좌로 둘러봐도, 우로 둘러봐도 열변을 토하시는 회원님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겠더군요.

지금까지 나홀로 뭐라도 이뤄보겠다고 시골 구석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서명을 받으며 메아리없는 공허한 외침만 해오던 저의 헛수고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물론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회원님들의 노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고, 블로그나 SNS에서 호들갑을 떨어오던 걸 다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민망하더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앞으론 지금까지 못해온 것들을 하는 심정으로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연구소도 자주 찾아 보고,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겠습니다. 회원수 모집에도 열심히 애쓰겠습니다. 중구난방 사방으로 흩뜨렸던 후원금들도 점차 정리해서 민족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배 회원님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제사 부끄러운 행색을 느낀 이 못난 회원을 따스하게 받아주시고, 부족한 능력이나마 어디에든 쓰일 수 있도록 자리도 만들어 주세요!


천안에서 미개인 하OO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