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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의 도롱뇽을 살려주세요”

 

서울환경운동연합, 실태 조사 결과 가뭄, 탐방객 증가 등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양서류 개체수 급감…상류부 토지 친환경 이용 유도 등 대책 마련 호소

 

서울 4대문안에서 마지막 남은 자연 계곡으로 꼽히는 종로구 인왕산 일대 백사실계곡에서 최근 강수량 감소ㆍ탐방객 증가 등으로 수질 오염이 심각해져 도롱뇽ㆍ개구리 등 양서류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팀이 백사실계곡의 양서류 출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겨울철 누적 강수량이 적은 탓에 백사실계곡이 마르고 수질이 악화돼 도롱뇽과 양서류 산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련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1~3월 누적 강수량은 2013년 123.5mm에서 2014년 36.4mm, 올해 41.1mm 등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름아름 이름이 알려진 탓에 탐방객이 늘어나자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한교수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수질 조사를 한 결과 계곡의 주요 지점에서 과거에 비해 수질오염 지수 중 하나인 BOD수치가 높아졌다. 일례로 2011년 5월 실시된 3차 조사 결과 백사실계곡 4곳에서 측정된 BOD수치는 1.3~1.6 안팎이었는데, 2013년 실시된 4차 조사에서는 2.14~2.84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현장 조사 결과 악취, 자연 암반의 색 변질, 쓰레기 등이 확인되는 등 현저한 수질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질 오염에 취약한 도롱뇽 등 양서류들이 백사실계곡을 떠나고 있다. 도롱뇽의 경우 2011년 알 1204개가 발견됐지만 2012년 384개, 2014년 168개로 급감했고, 올해엔 겨우 54개만 확인됐다. 도롱뇽 성체도 2012년 37개가 모습을 보였지만, 2014년과 2015년 조사에선 아예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계곡에 서식하는 산개구리도 알의 경우 2011년 514개에서 2011년 325개, 2014년 418개 등이 발견되다가 올해 들어선 겨우 15개가 확인됐을 뿐이다. 산개구리 성체는 2011년 14개 마리가 발견된 후 이후엔 간혹 1마리 정도가 확인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은 최근 5년간 ▲홍지문 터널 공사로 인한 계곡 수 감소 ▲현저한 수질 오염 ▲탐방객 증가 ▲기후변화 등을 도롱뇽 등 양서류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계곡 상류부에 위치한 시설경작지ㆍ밭경작지ㆍ주거지역 등에서 농약이나 화학 비료 사용 등을 자제하도록 친환경 토지 이용을 유도하고, 농업용수 이용을 제한해 줄어드는 계곡 수량을 확보해 줘야 한다”며 “간이 하수정화처리시설 정화 기능 개선, 백사실 계곡 내부의 물놀이 및 접근 동선을 차단하고, 수계로 직접 이용되는 오폐수 관리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백사실계곡은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문화사적(백석동천, 사적 제462호)과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우수한 자연생태지역으로 꼽힌다.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체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은 서울시자연환경보전조례에 의한 서울시 보호야생동물이다.

 

시는 이곳을 자연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해 관리중이다.

 

[아시아경제  4월 2일 보도]


[
대 시민 호소문]

백사실 계곡 도롱뇽을 살려주십시오

 

올 봄 최악의 가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지표종인 양서류에겐 가혹한 계절입니다. 서울시가 200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온, 백사실계곡도 이번 가뭄에 그 빛을 바래고 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은 조선시대 별서(별장) 유적지인 ‘부암동 백석동천(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6호)’과 암반계곡에 자연경관과 대경목의 느티나무가 있어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들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이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백사실계곡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그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3월부터 6월까지는 양서류 산란철입니다. 지금쯤은 백사실계곡의 골짜기마다 도롱뇽알덩어리들이 막 부화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백사실계곡의 모습은 참혹합니다.

 

도롱뇽알의 개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나마 남은 도롱뇽알은 하얗게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백사실계곡 상류를 가로지르는 홍지문 터널 공사로 인한 계곡수 감소 △ 경작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수질 오염 △탐방객 증가 △ 기후변화 등입니다.

 

백사실계곡은 TV 여행 예능 프로그램 소개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명소이고, 여름철이면 탐방객들이 많이 찾아와 계곡에 몸을 담그기까지 합니다. 서울 시내에 자연경관을 누리기에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을 막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종로구에서는 어르신백사실계곡생태지킴이를 운영, 백사실계곡을 찾는 탐방객들이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시민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백사실계곡 출입을 자제해주십니오. 적어도 산란철인 3월에서 6월까지는 백사실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에만 담아두십시오. 양서류 산란철은 개체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시기입니다. 이대로 가면 백사실계곡에서 도롱뇽을 발견하기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2004년부터 백사실계곡 도롱뇽 지키기 운동을 실시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민관합동으로 백사실계곡네트워크를 구성해 도롱뇽 서식지 백사실계곡 보전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올 봄은 너무 심각합니다. 많은 시민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5.4.2.

백사실계곡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