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같이에서 진주교대의 장애인 지원자 차별 성적조작 사태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경향신문 보도로 진주교대의 성적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8월, 교육부에서 의혹이 사실임을 발표했습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입니다.
[성명] 진주교대의 장애인 차별에 함께 분노하며, 총장 사퇴와 차별 시정을 요구한다.
- 진주교대 장애인 지원자 성적조작 사태에 부쳐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진주교대가 지난 19일 교육부로부터 2022년도 총 입학정원 10%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입시부정과 관련해 대학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수시모집에서 중증장애 학생의 성적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진주교대에 2022학년도 총 입학정원의 10% 모집정지를 통보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학에 ‘기관 통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알린 진주교대 입학사정관 A씨에 의하면 진주교대는 2018년도 수시모집에서 장애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인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을 세 차례나 조작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에서 최하점까지 낮췄다. 이렇게 조작을 강요한 상급자인 팀장은 입학사정관 A씨에게 “날려야 한다”, “장애인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제대로 되겠나”라고 말했다.
내부고발자인 입학사정관인 A씨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팀장은 A씨에게 일상적으로 욕설을 하고, 비자금 조성을 강요하였으며, 성적 조작을 요구했다. A씨가 이를 학교 측에 알렸으나 돌아온 것은 회유와 묵살, 그리고 허위사실유포를 이유로 한 징계 협박이었다. 학교측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A씨는 학교 측의 공격으로 인한 2차피해러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진주교대에 아직 적을 두고 있는 A씨는 학교로 돌아갈 일이 막막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뒤 지난 8월 23일, 경남장애인인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주교대에서 총장 사퇴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직전,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2명이 학생본부의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진주교대는 점거 우려 등을 핑계로 본관 건물을 봉쇄하고 참가자들의 화장실 사용을 막았다. 태풍을 앞두고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이었다. 이 일로 경남장애인인권연대는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밤샘농성을 했다.
참담하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곳이 국립의 진주교육대학교이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곳, 어린이·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교사를 길러내는 기관인 교대에서 일어났다. 진주교대는 장애인 차별과 입시성적조작을 일삼는 학교, 이를 고발한 내부고발자는 배척되는 직장, 이 사실을 문제제기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화장실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점에 다시 사과를 촉구해야 하는 조직임이 드러났다.
경남장애인인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운동단체는 이번 사태가 한 번의 사건에 불과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특히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 차별이 의심되어 왔으나 입시라는 이유 아래 드러나지 않았고, 이번 진주교대 사태는 우리 교육계에 장애인 차별이 만연함을 밝히는 시작이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교육계의 장애인공무원 고용률은 무척이나 낮다. 2020년 시도교육청의 평균 장애인공무원 고용률은 국가가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률인 3.4%에 훨씬 못 미치는 1.97%에 불과하다. 올해 시도교육청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고용부담금은 전국적으로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애인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진주교대 입학관리팀 팀장이 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장애인을 무능력자로 상정하고 일할 수 없는 몸으로 인식하는 데서 기인함을 확인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은 장애인을 비정상이라 낙인찍고 비장애인 사회로부터 분리,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진주교대는 이번 사태를 한 팀장의 일탈로 치부하려 하겠지만, 사건을 숨기고 고발자를 입 막으려 한 점에서 이번 사태는 학교의 ‘조직적 행위’임이 분명하며,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 전체가 장애인차별적, 비장애인중심적으로 이루어진 데 있다.
우리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함께 분노하며, 진주교대에 유길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내부고발자가 조직을 신뢰하며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교육부가 약속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운영 대학에 대한 실태점검을 제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진주같이도 지역의 시민단체이자 정치조직으로서 장애인 차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함을 절감했다. 소수자의 존재를 숨기는 사회에서 차별이 사라질 수 없으며, 이 차별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존엄에 해가 된다. 학교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다양한 소수자들이 함께 있고 관계 맺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 공간이 더 커져야 하고, 결국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되어야 한다. 거기서 관계 맺고 자란 이들의 당연함과 익숙함은 차별을 능가할 것이다.
2021년 8월 26일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