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노숙자는 6십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백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가용자산이 1만 불도 없는 빈민층이 수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팬데믹이 발생하고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임시법안의 조치로 세입자의 강제퇴거를 법적으로 제한하였으나 이의 시효가 7월말로 종료되면서 추가로 3-4백만 명이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에 처했다. 연방의회가 결정을 미루는 가운데, 일단 백악관이 긴급행정의 조치로 사태를 봉합하는 양상이다. 아래 언급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상황과 해법은 한국 수도권과 내용과 결을 같이하고 있다.
여러분은 캘리포니아에 살지 않더라도 해변에 늘어선 텐트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오클랜드의 드넓은 노숙자 야영지의 사진이나 로스앤젤레스의 스키드 로우(Skid Row) 지역의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극단적이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노숙자 정책을 제대로 포착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노숙자의 숫자를 좀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캘리포니아에는 미국 전체인구의 거의 12%가 거주하고 있지만, 연방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현재 노숙자 인구의 28%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호받지 못하는 노숙자 인구 절반이상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합니다. 연방정부의 가장 최근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초 어느 시점 현재에 161,548명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노숙자였으며 그 중 113,660명이 대피소에 머물렀으며 더구나 코로나-19가 미국을 위기에 빠뜨리기 직전이었습니다.
대량의 노숙자가 존재한다는 정치적 의미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기초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흔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연한 노숙자는 민주주의 쇠퇴의 징후이자 앞으로 닥칠 최악 상황의 전조입니다.
이렇게 나빠지면 안 됩니다. 노숙자문제는 해결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주거비 부담입니다 (반대파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신질환이나 약물남용 장애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아니라 장기적인 주거불안에서 유발된 것입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주거비부담이 적은 주택을 보다 많이 마련하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 주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노숙자가 양산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정치적 위기로 발전하였습니다. 노숙자문제는 올해 Gavin Newsom 주지사를 소환하고자 하는 캠페인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되었으며, 점점 많은 논평가들이 이를 “캘리포니아의 꿈”이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캘리포니아의 꿈을 이야기하거나 주지사의 선거전망을 운운하는 것은 보다 중요한 그림(주제)을 놓치는 일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內因이 캘리포니아의 노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Richard Rothstein 은 그의 획기적인 책 “The Color of Law “ 에서 정부가 수십 년 동안 공공정책의 문제로 구조적 인종차별을 받아 들으면서 이웃을 분리하고, 흑인의 주택소유를 억압하고, 흑인 미국인과 다른 유색인종을 집중된 도시빈곤 지역으로 몰아넣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인종차별적 주택정책의 초기 주도지역이었습니다. 버클리는 주택공급을 제한하고 주택비용을 인상하는 단독주택 구역설정의 발상지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저소득 가정, 특히 유색인종이 해당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제정된 지 한 세기가 넘은 버클리의 정책은 현재에 이르러 비로소 단독주택 구역설정을 취소하는 과정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시와 주 차원에서 시행하는 여러 인종차별 정책은 여전히 법률로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유권자들이 저소득 공공주택의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1950년에 수정한 주의 헌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저소득층인 흑인거주자를 위한 적절한(저렴한) 주택에서 제외시키려는 캘리포니아의 수십 년 간의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흑인은 캘리포니아 주전체 인구의 6.5%를 차지하지만 노숙자인구의 40%를 차지합니다.
국가의 정치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경제적 불평등이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문제 역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관련연구자들이 소득불평등이 지역 내에서 주택 공급을 소득부재로 인하여 수요가 따르지 못하면서 노숙자를 양산시킨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불평등한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가구가 기타 모든 사람의 주택비용을 올려서 저소득 거주자들에게 점점 더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든다는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IT 등 기술의 붐으로 창출된 엄청난 부로 인하여 소득분포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독차지한 베이 지역(상류층 거주)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이 지역의 주택은 인구증가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공급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하위 소득거주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수 있는 재력으로 계속해서 가격인상을 강요하는 초부유층과 주택소유의 여부를 놓고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버클리의 주택은 올해 첫 3개월 동안 평균시가보다 약 19% 높은 거래가격을 시현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택의 평균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저렴한 주택을 보다 많이 짓는 것으로 이러한 악순환을 깨뜨릴 것입니다. 그러나 투표권을 확대하려는 연방정부의 노력과 마찬가지로 주택공급의 확대를 위한 캘리포니아주의 서민투쟁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상류층에 의해 방해를 받습니다. 저는 앞서 거부권의 한 가지 예를 언급했습니다만, 주 헌법 34조는 저소득 공공주택 프로젝트가 커뮤니티 안에 건설될 때 유권자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주 인용되는 다른 예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요구하는 주의 환경품질법(California Environmental Quality Act, CEQA)입니다. 님비 “Not In My Back Yarders”는 환경품질법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법적으로 합리화시키면서 서민주택의 사업을 느리게 하거나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노숙자위기는 민주주의 위기와 같은 내재적 요인에서 성장했지만, 민주주의의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만연한 노숙자에 대한 캘리포니아의 지속적인 정책실패는 주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분노, 냉소 및 불만을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어 보이는 국가는 국민들의 자체생존을 위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 및 지방의 정책입안자들은 노숙자를 단순히 인도주의적 재난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노숙자를 범죄화하거나 임시쉼터에 의존하여 노숙자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잔인하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캘리포니아가 적정한 주택공급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정치적 자본(재정)을 지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이미 노숙자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주택우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주택우선정책은 약속을 전제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일터인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노숙자주택 이니셔티브”의 풍부한 연구에 의해 검증된 내용처럼, 노숙자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게 되면 주요한 사회서비스를 통하여 이들에게 행동건강관리 및 약물악용치료를 실시하면서 완전한 회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게 됩니다.
다행히 이번 달에 캘리포니아는 올바른 방향으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Newsom 주지사가 서명한 가장 최근의 예산에는 주로 주택우선지원의 노력을 통해 노숙자 퇴치를 위해 배정된 12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당한 금액이 배정되었지만 여전히 초기단계에 불과합니다. 노숙자 문제를 국가에서 수년 간 곪아 터지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결과를 되돌리려면 장기간 보다 많은 노력과 작업, 계획, 공공투자 및 법적 개혁이 필요할 것입니다. 직접적인 비용은 크겠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 따른 간접적인 비용과 피해는 훨씬 막대합니다.
출처: 뉴욕타임즈(NYT) on 2021-07-26.
Ned Resnikoff
캘리포니아 대학의 노숙자 및 주택 이니셔티브 관련 정책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