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전북 일제잔재 현황보고회 개최
“청산도 중요하지만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 필요”


13일 오후 전북교육청 2층 강당에서 ‘전북교육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학교 안 일제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열렸다.(전북교육청 제공)© 뉴스1

76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학교에 존재하고 있는 일제잔재 실태를 공유하고 향후 대책을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13일 오후 전북교육청 2층 강당에서 ‘전북교육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학교 안 일제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도내 일선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 각 교육지원청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포럼은 권익산(원광여중), 오경택(성심여고), 채창수(완산고), 권혜수(영생고), 문선빈(송북초), 라민아(익산가온초), 권민지(종정초), 손형태(부안고) 교사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이들 모두 일제 잔재 조사에 참여했던 교사들이다.

실제 전북교육정책연구소(소장 최은경)는 지난 1월 6명의 초·중고등교사와 정책연구소 파견교사 2명, 담당 연구사 등 9명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한 뒤 일선 학교 내 일제 잔재 현황파악에 나서왔다. 그리고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최근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일제잔재 조사에 나선 것은 도내에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8명의 교사들은 각자 자기가 담당했던 조사했던 내용을 발표했다.

발제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선 일제잔재가 확인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총 15곳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 의해 친일 인물로 분류된 작곡가가 작곡하거나 군가풍·엔카풍 멜로디가 포함된 교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조국에 바쳐’, ‘00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같은 일제 군국주의 동원 체제에서 비롯한 비교육적인 표현을 포함한 교가도 있었다.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휘장)의 경우, 조사를 실시한 761개교 가운데 21.8%에 해당하는 166개교에서 일본을 상징하는 전통문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욱일문·일장기·국화문·벚꽃문양을 교표로 사용하는 학교도 무려 21개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쟁에서의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모양’을 사용한 학교도 75개에 달했다.

일제 잔재로 규정된 가이즈카 향나무, 히말라야시다, 금송을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도 91개교로 집계됐다.

일제 강점기 석물이나 건축물 역시 학교 부지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산 발산초의 옛 일본인 농장 창고, 전주 풍남초와 전주초의 봉안전 기단 양식, 일부 학교의 충혼탑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 현장·행정분야 용어와 학교문화도 개선돼야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개선대상 용어로는 시정표, 시건장치, 납기, 신입생, 절취선, 졸업사정회, 내교 등 학교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들이 포함됐다.

또 역대 학교장이나 기관장 사진을 외부공간에 게시하거나 차렷·경례 같은 군대식 인사 표현도 바꿔나가야 할 일제 잔재로 꼽혔다.

순결을 강조하거나 부지런한 일꾼이 되자 등 순종하는 노동자가 되기를 강제하는 의미를 가진 교훈을 사용하는 학교도 11곳이나 됐다.

발제에 나선 교사들은 “조례 제정과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일제 잔재 인식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단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오후 전북교육청 2층 강당에서 ‘전북교육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학교 안 일제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도내 일선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 각 교육지원청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사진은 윤상원 전북대교수를 좌장으로 한 자유토론 모습.(전북교육청 제공)© 뉴스1

주제 발제에 이어 윤상원 전북대교수를 좌장으로 한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권민지 교사는 “일제잔재를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택 교사는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잔재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학교장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중과의 질의 응답시간에서 김진 김제봉남초 교장은 “일재잔재 조사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생각하고 인식을 바꿔가는 큰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에 부역했던 사학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북지역 사립학교에 대한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목과 교표, 교가는 물론이고 학교에서 무심코 쓰는 언어에도 그 나라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우리 학교 곳곳에서는 여전히 일제잔재가 남아있다. 교육감이 되고 나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일제잔재 실태파악에 자발적으로 나서 준 교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교사들의 이러한 노력에 도교육청이 전폭적인 지원으로 호응할 것이다. 일제잔재 청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충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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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학교에 존재하는 일제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