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전수조사…21개교 교표엔 친일 잔재 확인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내 유·무형으로 남아있는 일제 잔재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청산하는 방법을 제안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일제 잔재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도내 2천50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동상, 비석, 교표, 교화 및 교목 등 유형요소와 교훈 및 교가 등 무형 요소를 조사했다.
도교육청 차원의 일제 잔재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 도내 12개 공립학교에 친일 인사의 비석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진행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 결과보고서’에서 확인된 6개 비석 외에 남양주 한 초등학교의 이상옥(친일인명사전 등재) 기념비 등 6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비석은 대부분 학교 운영과 발전에 관한 공덕비 형태로, 해당 인물의 친일 행적은 안내되지 않았다.
도내 21개 학교 교표에서도 욱일문, 일장기, 일본 군경이나 기업의 심벌마크와 유사한 표식 등 일제 잔재가 확인됐다.
특히 한 초등학교의 교표는 전범 기업으로 분류된 ‘미쓰이 그룹’의 로고와 색깔만 빼고 거의 유사하다.
보고서는 일제 잔재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사례도 제시했다.
교표에 자주 쓰이는 월계수 도안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월계수는 흔히 서양에서 승리, 평화, 정화 등을 상징하며 전투와 경기의 승리자에게 주어지는 영예의 관으로 동양 전통에선 발견되지 않던 도상”이라며 “월계수를 일제 잔재로 보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이 도상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정을 보면 러일전쟁의 승전을 축하하는 개선문 장식에 월계수를 사용한 일제를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계수 도상은 도내 112개 학교 교표에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48개 학교에 비치된 ‘책 읽는 소녀상’에 대해서도 “일제강점기에 소학교 도덕(수신)교육의 하나로 ‘모범적인 국민상’을 주입하는 의도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보고서는 일제 잔재 청산은 상급 기관의 획일화된 명령이나 무조건적인 청산이 아닌 각 학교 구성원의 문제의식 공유, 토론, 대안 도출 등 민주적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제 잔재는 일본 군국주의의 산물이고 당시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들의 소산이므로 이에 대한 정리와 역사적 책임을 묻는 활동은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세우는 일”이라며 “역사교육은 식민지 사회가 과연 어떤 모순을 가지고 있었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비민주성을 철저히 인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경기도교육청이 기획하고 총신대 허은철 교수가 책임연구자로 나섰으며, 각급 학교에서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 안내됐다.
이영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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