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 미루고 … 온실가스 감축안 후퇴
배출권거래제 기업부담 낮추고, 저탄소차협력금제는 6년 뒤에

정부는 9월 2일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국가배출권 할당계획」과 「저탄소차협력금제 대응방안」을 논의해 배출권거래제는 대상업체의 감축량을 대폭 완화해주는 한편 2015년 시행예정이던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2020년 이후로 시행을 미루기로 했다.
산업계의 부담을 대폭 낮추고 온실가스 감축부담은 다음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결정이다.

◼ 산업계에 의한 배출권거래제 무력화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결정

정부가 이날 확정·발표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의 뼈대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의 제1기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 모든 업종의 온실가스 감축률을 10% 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업들이 3년 동안 할당받게 될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권은 정부가 올해 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서 제시한 배출 허용 총량보다 5800만톤 많은 16억8700만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5800만톤은 산업계가 2017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양의 48%에 달하는 것으로 가정 상업 감축량의 80%, 국민 전체 감축량의 18%에 해당하는 양이다. 애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덜 감축한 온실가스는 다음 정부가 시작되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줄여야 한다. 현 정부에서 해야 할 의무를 다음 정권에 넘긴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다.

지난 2009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와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당시 제도 시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연기 결정도 결국에 기업 봐주기의 한 사례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가 아님에도 제도 시행을 불과 4개월을 앞두고 자동차 제작사의 반대와 단기적인 기업 이익에 저해를 이유로 결국 사실상 폐기 선언한 정부가 과연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직접 규제인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 규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20년 온실가스 평균배출량 규제 관련 정책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는 이미 땅에 떨이진지 오래이다.

이번 결정은 당장 이익에 눈 먼 산업계에 끌려 다니면서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법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린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결국, 이 결정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과 산업구조 변화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 등 모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는 경제 이익과 기후변화 대응 둘 다 포기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줄 기회이다. 현재의 기업 대표들은 당장 재무재표상의 영업이익이 중요하겠지만 그러다가는 변화된 시장을 쫓아가지 못해 자멸하고 말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대응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명암을 세계 자동차업계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창조 경제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큰 그림을 보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비전을 가지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이 시점에 단기적인 이익을 쫓는 기업에 끌려 다녀서 오늘과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은 통탄할 일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이 남아 있다.

기업에 끌려다니며 창조 경제를 포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