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반쪽짜리!
가로림만과 한강하구를 포함 북한과 황해 전체 갯벌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2019년에 중국의 옌청(Yancheng) 갯벌이 등재된 이후로 황해 갯벌로서는 두 번째 등재다. 세계자연유산은 OUV 즉, 탁월하고(Outstanding) 보편적인(Universal) 가치(Value)를 지닌 자연생태계를 국제적으로 인정한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어 매립의 대상에서 보존의 대상으로 전환되기 까지 수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다. 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그동안 갯벌보호노력의 일정한 성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쉬움과 부족한 측면도 크다.
먼저,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문화재청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서남해 권역의 일부 갯벌 만을 대상으로 추진되었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갯벌보호 노력들이 무시되었다. 비록 등재가 결정되었지만, 이번 심사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은 우리나라 갯벌이 갖는 탁월한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애초에 신청지역의 크기가 작았기 떄문이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갯벌 전체를 대상으로 등재를 신청 했다면 반려될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지정된 5개 갯벌(서천, 고창, 신안, 벌교, 순천만)이 한국의 갯벌을 대표할 수는 없다. 반쪽짜리 세계자연유산인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4년 후 2025년까지 한강하구와 가로림만의 넓은 갯벌 등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포함하여 갯벌 자연유산 구역을 확대하고, 연속 유산의 통합관리계획을 마련하며, 추가적인 개발압력을 막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2년 전에 지정된 중국 옌청 갯벌과 협력하여 동아시아-철새 이동경로(EAAFP)를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요구사항인 1) 확대, 2) 통합관리, 3) 개발 억제, 4) 황해 협력과 의견을 같이 하며, 이번 등재 결정을 계기로 우리 정부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한국의 갯벌을 대표하는 한강하구, 가로림만 등 세계적으로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포함해야 한다.
한강하구는 지난 70년 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갯벌로서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원시 갯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가로림만은 광활한 면적과 갯벌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황해에 서식하는 점박이 물범의 남방한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유산법(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세계자연유산의 등재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은 한국의 갯벌을 대표하는 한강하구와 가로림만 갯벌을 포함하여 하루빨리 반쪽짜리 자연유산에서 벗어나 온전한 갯벌 세계자연유산이 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된 “강화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가 이번에 셰계자연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것은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문화재청은 한강하구 갯벌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419호가 세계자연유산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와 향후 이를 어떻게 세계자연유산에 포함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공개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역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로림만이 세계자연유산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를 공개하고, 앞으로 어떻게 세계자연유산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밝혀라.
둘째, 연속유산으로 정의되는 세계자연유산 갯벌들에 대한 통합관리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년 간 등재 심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세계자연유산의 관리를 위해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통합관리센터는 대도시에 두고, 해당 갯벌에는 지역사무소를 설치하여 국민 홍보와 실효적인 관리를 도모해야 함을 확인하였다. 유네스코 한국 갯벌은 어느 한 개의 지자체가 소유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나라 갯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의 것이다. 향후 전개될 통합관리센터의 위치, 규모, 기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갯벌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소외되지 않고 협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갯벌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 압력을 관리해야 한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신안 국가갯벌정원, 경북 국가해양정원 등이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계획되어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해양정원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업들이 개발과 이용 위주로 변질되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원리와 기준에 부적합하게 되면 4년 후에는 자연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국가정원 조성이 개발사업으로 졸속 추진되지 않도록 갯벌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두 협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경로의 보호를 위해 중국갯벌 세계자연유산과 연계해야 하며, 특히 북한과 갯벌 관리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2019년 옌청의 2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때 향후 2단계에서는 16개 갯벌로 자연유산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여 등재 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금번 우리 갯벌의 등재 결정 역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경로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으로 얻어낸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협력은 물론 나아가 북한 갯벌과 공동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강하구 접경지역의 갯벌을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민간 라인을 적극 가동하여 이에 협력할 것이다.
이번에 일부 한국 갯벌에 국한된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핵심보호구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확장해야만 4년 후에도 유효한 결정으로 남을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와 갯벌 전문가들은 갯벌의 생태적 기능이 충분히 보존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갯벌과 그 주변 바다를 포함하는 충분한 면적이 보호되어야 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러한 점이 국제 학술계에서 인정을 받아 지난 2014년에 국제 저명학술지 Ocean and Coastal Management에서 한국의 갯벌 특별호가 발간되었다(편집장: 서울대 명예교수 고철환 교수, (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러한 연구성과에 힘입어 작년에 새롭게 제정된 갯벌법에서는 갯벌의 범위를 수심 6m 까지 확장하는 바다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쪽짜리 갯벌 세계자연유산은 국제 전문가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갯벌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중국과 공조를 통해 황해 전체를 갯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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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7일
내용문의:
바다위원회 (현) 위원장 류종성 (안양대 교수) 010-5308-2140
바다위원회 (전) 위원장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 010-2330-8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