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산업 전환, 기업 특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은 기만이다
- 정부의 7.22.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 발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정부는 오늘 7월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기후위기와 디지털화 등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대책의 실상은 매우 실망스럽다. “선제적, 종합적” 대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산업전환 그 자체와 그 방향성에 대한 제시는 건너뛴 채 ‘사후적, 부분적’ 대응일 수밖에 없는 이른바 노동전환 지원에 그치고 있음은 물론이요, “지원”의 내용 역시 노동이 아닌 기업 중심 대책으로 채워져 있다.
이미 정의로운 전환으로서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유엔에서조차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굳이 그렇게 “공정한 노동전환”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도, 오늘 발표한 대책 그 어디에 자본과 노동 간의 공정함이 있는가? 이미 노동자에게 지극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또 다시 희생을 강요받을 노동자들에게 ‘지원’이 있을 터이니 양보하고 수용하라는 메시지 이상의 무엇이 더 있는가?
심각하고도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산업 전환이 생태적 대안에 입각하여 노동배제적이지 않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이, 왜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 정부에 이르면, ‘부과되는 산업 구조 변화를 노동자들은 따르고 수용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는지 알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히 요청되고, 디지털 전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을 누가, 어떻게, 어디로 갖고 가느냐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은 노동자를 주체로 보고 있지 않음이 드러난다. 전환의 내용과 방향 설정에 노동자는 주체가 아니며, 전환에 따라 감수해야 할 비용만 일부 지원될 뿐이다. 물론 일부 영역에 있어서 “고용안정을 고려한 산업구조 전환”으로서 “공정한 산업전환”이 이야기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마저 “업계와의 소통‧협력 강화”만 이야기되고 있을 뿐 전환의 내용과 전략 수립에 ‘노동자의 참여’는 보이지 않는다. 자금융자와 규제완화 및 전용펀드 등으로 인센티브를 지원받고, 시장기능 강화 명목으로 기업인수합병 활성화 명목으로 금융·세제·규제완화 ‘혜택’을 누릴 기업들에게, 고용 유지 또는 전직 지원과 취업교육 등을 위해서는 그 어떤 조건도 부과되지 않는다. 노동지원이 아니라 기업특혜라 보아도 손색 없다. 역시 일부 영역에서 “지원 사업 심사‧평가 기준에 기업 고용유지 및 고용창출 기준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는 하나 실제 대처 방안은 선제적으로 지원체계를 가동해 대응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만큼, 디지털 전환의 파장이 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노동의 목소리와 참여가 중요하다. 그저 의견을 청취하고 사후적 대책에 의견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협력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다시금 경사노위일 뿐이다. 정부가 진정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과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실패가 확인된, 노사정 대화 그 자체의 성사에만 급급했던 경사노위가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핵심적 논의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활성화’로 제시되는 방안들, 노사정에 전문가와 지자체, 시민사회까지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켜 의견을 수렴하여, ‘자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 도출을 추진하는 것, 또 다시 되풀이되는 ‘그 때 그 방안’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한국사회가 변화의 기로에 섰음을, 그리하여 한국사회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해왔다. 이를 위한 대전환 요구와 함께 노동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함을 이야기해왔다. 중앙 노정 협의와 교섭, 업종별 협의까지, 당면한 ‘전환’이 정의로울 수 있게끔, 그 ‘정의로운 전환’에 노동자가 능동적으로 함께 할 수 있게끔, 정부는 ‘공정’과 ‘지원’에 대한 아집을 버리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정 협의에 나설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2021년 7월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