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정책연구소, 일제 잔재 현황 파악
25곳 학교 교가 친일 인물 작곡 또는 군가풍


전북지역 학교 안 일제 잔재 현황을 연구한 보고서 표지.

“학교 안 일제 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전북도교육청 전북정책연구소는 전북지역 초·중·고교의 ‘학교 안 일제 잔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교가에서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 의해 친일 인물로 분류된 작곡자가 작곡하거나 군가풍·엔카풍(일본 대중가요 장르)의 멜로디를 포함하는 학교가 25곳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25곳 중에서 ‘조국에 바쳐’, ‘○○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등과 같은 일제군국주의 동원체제에서 비롯한 비교육적인 표현을 담은 교가도 대부분이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전북교육청은 25곳을 청산 대상 교가로 선정한 가운데, 2019년 10곳에서 교체작업을 마치고 교가를 새로 만들었고, 나머지 15곳은 올해 교가 교체작업을 진행 중이다.

학교표식에서는 21곳 학교에서 일제를 상징하는 욱일문, 일장기, 일본 황실에서 사용하는 벚꽃문과 국화문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쟁·경기에서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모양이 75곳, 욱일문·월계수 등과 유사한 형태가 41곳, 맹수·맹금류·방패 등 군 관련이 29곳으로 집계됐다.


일제 잔재가 남은 학교 건물 외곽.

일제 잔재로 평가받는 가이스카 향나무, 금송 등을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는 91곳이었다. 가이스카 향나무는 이토 히로부미가 식민통치를 기념하며 심었다고 알려진 나무다. 학교 터에 일제강점기의 석물·건축물이 남아 있는 학교도 일부 있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시정표(→시간표), 시건장치(→잠금장치), 절취선(→자르는 선), 졸업사정회(→졸업평가회), 내교(→학교 방문) 등도 개선대상으로 지적됐다.

연구소는 △일제 잔재 관련 조례 제정과 역사교육 등 교육청 차원의 지원 △학교 안 일제 잔재 관련 석물 등의 현황 파악과 활용 △일제 잔재 인식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안했다. 최은경 전북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일제 잔재를 생활 속에서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 활용을 위해 발간 책자를 각 학교와 도서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의 한 학교에 있는 봉안전 기단에 일제양식의 잔재가 남아있다.

이번 연구는 초중등교사와 연구사 등 9명이 지난 1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했다. 연구소는 전북지역 학교의 일재 잔재 현황을 주제로 9월 말에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제공

한겨레

☞기사원문: “학교 안 일제 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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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교가, 교목, 교표에 친일 잔재 여전히’ 전북지역 학교 일제 잔재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