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불량재질,

만신창이 한빛 3호기 증기발생기 즉각 교체하라

한빛원전 3호기 증기발생기에 수십개의 금속조각이 세관 사이에 박혀있는 채 방치해 오고 관막음률을 상향조정해서 재가동을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안전불감증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런 상태에서 지난 15년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일함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은 운이 좋아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 살아온 것인데 사업자인 한수원이나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증기발생기 한 대당 8,214개의 직경 2센티미터, 약 30미터 길이의 가느다란 세관이 촘촘히 박혀있다. 핵연료를 돌아나온 1차 냉각재는 150기압, 320도씨의 고온고압 상태다. 증기발생기 세관들은 이런 열악환 환경을 1밀리미터의 두께로 견디면서 열을 전달해야하므로 특수한 합금재질로 제작되어 있다. 만약에 증기발생기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압력차이로 인해 1차 냉각재가 짧은 시간 안에 다량으로 2차측으로 유출된다. 그 결과 핵연료가 냉각되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증기발생기 세관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며 균열이 감지되면 세관 자체를 막아버린다. 하지만 관막음률은 8%로 제한을 두고 있는데 안전성 문제로 세관을 많이 막아버리면 정상적인 다른 세관의 안전성에 영향을 끼치기 또 다른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빛원전 3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누설징후가 보여 가동을 중단한 것이 작년 10월 16일이다. 이 사고로 증기발생기를 통해 ‘제논-133’ 등 8가지의 핵종 11억1천만베크럴(Bq: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물질의 방사능 세기)이 외부 환경에 유출되었다. 이 사고는 한빛 3호기의 증기발생기가 부적합 합금인 ‘인코넬600′ 재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그 후 확인된 사실은 1999년부터 깨진 금속조각으로 인해 증기발생기 세관이 마모, 균열이 발생하여 누설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물질 차단을 위해 설치된 금속망이 깨진 것이 1999년이며 깨진 금속조각들이 증기발생기 세관사이에 박혀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2000년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로 금속조각들이 어디에 얼마나 박혀있는지 확인하지 못하자 금속조각을 제거하지 않고 지금까지 가동해오다가 작년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금에서야 한수원은 기술이 발전했다면서 금속조각을 확인했다. 그 결과 84개의 금속조각에 1개의 너트, 추가로 4개의 원인 미상의 금속조각이 서로 다른 위치에 박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수원은 이 중 51개를 제거했지만 나머지는 기술적으로 제거가 불가능하므로 그냥 둔 채로 재가동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관막음율을 8%에서 18%까지 완화해달라고 지난 2월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금속조각을 방치한 상태로 재가동은 어불성설이다. 증기발생기는 고온고압의 대량의 냉각재가 빠른 속도로 순환하면서 핵연료를 식히고 열을 전달해서 2차 냉각수를 끓이는 장치다. 설비 전체의 진동과 물의 흐름으로 인해 세관 사이에 박혀있는 금속조각이 언제 세관을 마모시키고 파손시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인코넬 600재질로 인해 관막음률은 기준치에 육박하고 있다. 한수원은 부적합 합금으로 제작된 한빛원전 3, 4호기의 증기발생기를 2017년부터 교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만신창이인 증기발생기를 앞당겨 교체하지 않고 지금 상태에서 관막음률까지 올려가며 재가동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인가. 원전안전, 국민안전은 뒷전이고 돈 계산만 하는 핵마피아들의 한심한 작태를 규탄한다. 재가동하려거든 불량 재질, 만신창이 한빛원전 3호기 증기발생기부터 즉각 교체하라.

 

2015. 4. 2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