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 삶을 안내할 기본소득
박병상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택시에 기본요금이 있다. 일정 거리 이상을 가려면 요금을 추가하면 된다. 인간적인 삶에 기본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루 세끼의 식사와 의식주?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지역과 시대, 그리고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를 텐데,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비용을 ‘기본소득’이라 하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유럽에서 기본소득의 타당성을 물었다고 한다. 여론조사에 응한 시민은 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며 기본소득이 추가 제공되면 술이나 허송세월로 나태해질 거로 단정했다는데, 그 시민에게 다시 물었다고 한다. “당신도 술 마시며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냐?” 정색한 그는 “아니요! 나는 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다만 야근은 거부하겠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기본소득은 그렇듯, 인간다운 삶을 안내한다.
기본소득이 제공되었다면 청년 김용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처참하게 희생되었을 리 없다. 청운의 꿈을 가진 젊은이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터무니없이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할 리 없으니 화력발전소는 석탄 가루 날리는 작업환경을 일절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설비 관리 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발전소는 전기요금을 한껏 올리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집과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살피고 낭비를 줄이려 노력하겠지.
온실가스를 막대하게 배출하는 화력발전은 기후를 매우 위태롭게 만드는 주범이다. 화력발전소를 줄이려는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열차 그리고 비행기의 사용을 억제한다.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인데, 유럽 환경운동가는 한국을 “기후 악당국가”로 지목한다. 자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 가서 화력발전소를 세우지 않나. 온실가스 증가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은 유럽이나 북미가 유난스러운 걸까?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자제하지 않는 한국은 당연히 예외일 수 없다.
에너지를 낭비하며 환경을 더럽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시민에게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미래세대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기는 외면할 것이다. 화력은 물론이고 핵발전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기업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수소차와 전기차가 진정 친환경인지 살필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생활을 넘어 에너지 자립 마을에서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 돌보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을 촉구할 것이다. 아이의 건강한 생존이 달린 일이므로.
기본소득은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자리를 강요하는 기득권이 설 지리를 없앤다. 공정하든 공정하지 않든, 경쟁에서 승리해 특권을 독선적으로 행사하는 직업보다 다정한 이웃의 개성을 배려하며 함께 생존하는 삶이 존중될 것이다. 성장보다 공존을 지향하는 기본소득은 미래세대가 누릴 생태계를 비로소 헤아리게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