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일까지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라고 한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추모와 기억, 약속의 공간을 철거하라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서울시가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라면 이는 큰 문제다.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은 유가족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공간이다. 아픔의 공간이고 치유의 공간인 이곳은 어느새 이순신, 세종대왕 동상과 더불어 광화문을 상징하는 장소의 위상을 가진다. 또한 이곳에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인양하겠다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녹아져 있는 모두의 공간이다. 서울시가 함부로 철거 운운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란 말이다.

 

서울시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시민들의 마음이다. 광장의 민심이다. 현 오세훈 시장도 시민들의 그 마음을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듯 언제든 그 시민들의 마음에 의해 인생과 경력의 큰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금 할 일은 26일까지 기억공간을 철거하라는 행정 폭거가 아니라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안전하게 현재의 기억공간을 이동하고,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광화문 광장에 새롭게 모든 시민이 모이고 이용할 수 있는 영구화 사업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다.

 

잊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아픔과 슬픔을 딛고 생명과 안전한 세상을 향해 나가는 일이 그러하다. 경우는 다르지만 9.11 국제무역센터 테러를 기억하고 극복하는 뉴욕시의 경우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 폐허의 자리에 희생당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비를 세우고 공간을 넓혀 거대한 기억의 광장으로 재탄생한 그곳을 보라.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함께 상주의 입장으로 지금까지 함께 해온 민주노총은 서울시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방침에 분노한다. 또한 행정력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폭거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민주노총의 자녀들과 동료들을 위해 끝까지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켜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열어야 할 생명과 안전한 세상을 위해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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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