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과 미군이 격전을 벌인 오키나와(沖繩)현 본섬 남부 지역에서 새 미군 기지 매립지에 쓸 토사를 채취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며 전쟁에 반대하는 전몰자 유족 모임’은 오늘(7일) 일본 방위성과 후생노동성을 찾아 “헤노코(邊野古) 연안 매립 공사에 쓸 토사를 희생자 유해가 묻힌 곳에서 채취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서명 용지를 전달했습니다.

서명에는 일본 전역에서 1만 1천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희생자의 피가 스며든 토사를 미군 기지를 만드는 매립에 사용하는 것은 유골이라도 돌아와 달라는 유족의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이던 1945년 일본군이 본토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 본섬 남부 등에서 미군을 상대로 벌인 싸움입니다.

당시 일본군이 방패막이로 내세운 오키나와 주민과 미군 병사 등을 포함해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투에는 조선인도 3천461명이 군인이나 군속으로 동원돼 70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는 노무 동원된 이들이나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이들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기록으로 파악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동원되거나 사망한 조선인은 더 많을 수 있고, 이들 대부분은 희생된 주변 지역에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희생자 유해 수습이 미흡해 이토만(絲滿)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발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본섬 남부의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이전할 곳인 중부 헤노코 연안의 매립에 쓸 토사 일부를 당시 격전지였던 이토만 등에서 채취하려 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입니다.

지난 3월부터 오키나와 현청 앞에 단식 투쟁 등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대표는 최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그간 수습된 희생자 7백여 명의 유골을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한 후생노동성 주도의 DNA 감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유족들도 DNA 감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마후야’는 한국 단체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02-2139-0462)와 민족문제연구소(☎ 02-969-0226)를 통해 오키나와 유골 발굴 및 DNA 감정에 참여할 한국인 유족의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황현택 기자 [email protected]

KBS NEWS

☞기사원문: “조선인 등 묻힌 토사 채취 반대”…日시민단체, 1만여 명 서명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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