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참여하는 민주노총 입장
“사용자 측의 구분적용 주장 종식을 위해서 최저임금법 제 4조 폐지해야.”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법 취지에 맞게 노동자와 그 가구의 생계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하며, 2018년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인해 명목상 15%가 인상되어도 실질인상률은 8.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다면 노동계 요구안인 월급 2,257,200원 시급 10,800원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모두 발언]
오늘은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해야 하는 법정 마지막 일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저임금수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채 제도 도입 첫해 적용 이래 단 한차례도 적용된 적 없는, 사문화된 사업의 종류별 구분만을 논의하며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경영계는 어떠한 합리적 이유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오늘 4시 이전에 표결로 해당 논의가 종결되겠지만. 이러한 불필요한 주장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최저임금법 제4조의 구분적용을 폐지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민주노총와 한국노총은 지난 24일 2022년 최저임금이 월급 2,257,200원으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주요한 필요성 중 하나는 가구생계비입니다. 최저임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저수준의 임금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이 최저임금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며, 문재인대통령 역시 임기내에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으로 하겠다고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가구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구원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생계비의 충족률은 계속해서 떨어집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이 지난 4월 한달간의 저임금노동자 가계부를 조사한 결과 평균 17만5천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계조차 담보할 수 없는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해도 적자가 발생하는 노동빈곤의 상태가 2021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빈곤상태가 지속되고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이 회복되면서 생활물가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8% 상승해 9년만에 최대폭으로 높아졌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계란, 파 등 식료품의 가격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몇십배에 이상으로 상승하며, 생활물가로 인한 고통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매일경제는 보도를 통해 ‘주부는 괴롭다. 월급, 전기료 빼고 안오른게 없다.’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생활물가는 저소득계층이 고소득계층에 비해 더 높게 체감하며, 공식 소비자물가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지난 금융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수준으로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요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구생계비만이 아닙니다. 2018년 5월 국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명목으로 산입범위를 확대 개악했습니다. 당시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 개악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이 5% 인상시 실질인상은 0.6%에 불과하며, 20%를 인상해도 실질인상은 7.1%에 불과해 산입범위 개악에 따라 최저임금의 인상효과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사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임금명세서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2022년 최저임금이 15% 인상되어도 실질인상률은 8.6%로 삭감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지어 2024년부터 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산입범위에 포함되에 따라 임금인상 억제 효과가 누적적으로 쌓여,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실질인상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산입범위 개악에 따른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해 최소 8.9% 인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저임금노동자의 규모와 효과를 조사해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별도의 통계조사가 아닌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통한 추정치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할 때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차기회의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경영계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자료제출에 반대한다면 이는 노동계의 조사가 그만큼 신뢰가 높다는 사실의 반증임을 확신하게 할 뿐입니다.
경영계가 오늘 최저임금 인상의 최초 제시안을 제출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정 시한일임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거나,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삭감 혹은 동결을 주장한다면, 오늘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기준선을 설정하기 위한 논의테이블에 법정시한도 준수하지 않고, 제도 취지를 훼손하려는 경영계와는 논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디 최저임금법 취지와 목적에 맞는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만한 논의가 될 수 있게, 경영계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요구안이 제시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