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부터 지구상 ‘핵무기’는 국제법에 따라 불법이 됐다. 이날부터 ‘유엔핵무기금지조약(TPNW)’이 효력을 발생했다. 이 조약은 지난 2017년 7월 유엔에서 122개국의 동의로 채택됐고 지난 해 10월 50개 국가가 조약에 비준했다. 50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서를 기탁하면 90일 이후 발효하기로 규정돼 있다. 자메이카와 나우루, 온두라스가 48, 49, 50번째로 비준했다. 지난 1945년 일본에 투하된 핵무기가 76년 만에 불법이 됐다.

핵무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악독한 무기이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80년대까지 핵무기개발 경쟁이 치열했다. 유엔은 대량살상무기인 ‘생화학무기의 금지’를 채택 했으나 더 치명적인 핵무기는 이제까지 방치해왔다.

이 조약에 의하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것이 금지된다.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비축, 배치, 이전(수출·수입), 사용, 금지활동 지원, 고무찬양 등 일체의 활동이 금지된다. 조약 탄생의 결정적 역할은 ‘국제핵무기 철폐운동(ICAN)’인 반핵평화 민간단체다. 스위스에 있는 이 단체는 600여개 세계 각국이 반핵 인권 평화단체들과 연대 협력하며 핵무기 금지관련 협상을 주도했다. 2017년 핵무기금지조약을 탄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핵무기 금지는 이 조약에 참여한 국가만 법적 구속력이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 국가는 유엔의 협상과정에 보이콧 해왔다. 한국과 일본 등 핵보유 국가들과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국가들도 협상과정에 소극적이었다. 핵무기 금지가 국제적 규범이 됐지만 실질적인 실효성을 갖기는 힘들다. 비핵화의 길이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핵 없는 세계’로 여정에 이뤄지고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북한은 이 조약의 협상과정이나 채택에 참여하지 않았다. ‘북핵 이슈’ 혹은 ‘한반도 비핵화’가 지난 1990년 이래 뜨거운 이슈였지만 이 조약에 무관심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고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30-40개의 핵탄두를 보유(ICAN자료)한 국가다. 지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담은 합의문이 채택되던 무렵, 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은 남북한과 미국에 ‘5단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동시에 TPNW에 가입,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적인 비핵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 내용이 담겼다.

ICAN에 의하면 지구상에는 1만3400기의 핵탄두가 개발돼 있고 이 중 90%를 미국과 러시아가 양분하고 있다. 이제 이런 핵무기는 국제법상 불법이다. 인류가 평화와 안전을 지향하며 ‘핵 없는 세계’를 가려면 모든 국가가 TPNW에 가입해야 한다. 핵우산을 쓰고 있는 국가도, 핵보유국가도 가입해야 된다. ‘한반도의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한다면 남과 북도 ICAN이 제안한 바 있듯, 이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비핵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핵무기금지조약의 탄생을 계기로 세계와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