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덕양법당
‘굿바이 나비장터’ 이후
잘 쓰이고 있는 물품의 현주소
박나현 | 인천경기서부 덕양지회
독립한 아이들이 잘 산다는 얘기를 들은 것처럼 반가운 마음
법당 정리가 큰 틀에서는 스님께서 말씀하신 얘기를 들은 것처럼 ‘버리는 것’에 해당한다면,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은 뗏목을 분해하고 자르고 다듬어 함께 타고 온 사람들에게 쓸모와 필요에 맞게 골고루 ‘나누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쓰임을 위해 법당을 정리하며 나온 물품들의 사진을 찍고 법당 ‘굿바이 나비장터’에 진열을 마쳤을 때는 마치 제 아이들을 출가시키는 것처럼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기도 했습니다.
20인용 큰 밥솥은 어디로 갈까? 접시들은? 정리방의 철제 앵글들은? 옷걸이들은 어디로 가지?
물품들을 정리하며 매긴 물품의 고유번호가 무려 270번을 넘어설 정도였기에 ‘과연 이 물품들이 다 정리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모든 물품이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분양된 물품들이 새로운 자리에서 잘 쓰이고 있다는 소식은 독립한 아이들이 잘 산다는 얘기처럼 반가운 마음입니다.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물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어떤 도반은 20인용 밥솥을 가져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잘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꼭 맞는 쓰임이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른 한 도반은 법당의 재활용품 분리함을 구입하며 이참에 재활용 분리수거를 법당에서 처럼 집에서도 꼼꼼히 하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씀도 전해주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는 어머니가 구입한 물품 운반을 도와주러 온 아들은 법당에 있던 카메라용 삼각대를 그 자리에서 구입했는데, 만족도 200%를 표하며(요즘 말로 득템했다며^^) 매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왼쪽부터 재활용품 분리함, 카메라용 삼각대
‘나비장터’ 덕분에 안락해진 나만의 법당
한 도반은 나비장터에서 구입한 가림막, 책상과 책 받침대 등을 활용해 개인 법당으로 쓰는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어엿한 온라인 개인 법당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나비장터에서 구입한 연꽃머리띠로 초파일 촛불 연등을 만들었다며 새활용한 작품 사진을 보내준 도반도 있습니다. 원래는 법당의 데스크톱 모니터 받침으로 쓰던 것을 온라인 개인 법당의 노트북 받침으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주었습니다.
▲왼쪽부터 가림막, 책상과 책 받침대, 연꽃 머리띠와 노트북 나무받침
이렇듯 ‘해체된 뗏목’은 그 쓰임이나 용도가 살짝 바뀌거나 사용 장소가 달라졌을 뿐, 새로운 곳에서 잘 쓰이고 있다는 희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법당 물품의 현주소 소식을 접하며 저 또한 ‘뗏목’의 한 부분처럼 적절한 곳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올라왔습니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