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투명화 시리즈 ③
주고 또 주는 이중지급 선거보조금, 내년엔 5000억
– 사용하라고 주고, 사용했다고 또 주는 선거 지원금 ‘이제는 바꿔야’
– 선거보전금 공정한 경쟁 아닌 기득권 정당, 유력 후보자 ‘특혜’
는 지난 4·7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에게 국고보조금, 기탁금, 선거비용 보전금 등의 반납을 통해 시민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부산시장의 잔여임기가 고작 14개월인 상황에서 1000억 원의 세금투입은 혈세 낭비이고 공직선거법상 귀책사유 정당에게 재보궐선거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어느 정당이나 후보도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전금을 반납하지 않았다. 정당공천에 따른 부패·비리, 무능 등에 대해 정당은 어떠한 책임지지 않고 있다.
■ 주고 또 주는 선거보전제도 ‘이제는 바꿔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2021년도 2분기 경상보조금 115억7049만 원을 8개 정당에 지급했다. 더불어민주당(174석)이 52억7829만 원(45.6%), 국민의힘(101석)이 46억1201만 원(39.9%)을 지급받았다. 이어 지난 6월 4일에는 4·7재보궐선거 선거비용 보전액 등 총 106억여 원을 지급했다.
구분
(선거구수) |
보전대상 | 계(A+B) | 보전비용(A) | 부담비용(B) | ||
계 | 100% | 50% | ||||
계 | 50 | 45 | 5 | 10,697,350,440 | 9,559,996,250 | 1,137,354,190 |
시·도지사(2) | 4 | 4 | – | 8,881,650,440 | 7,770,492,100 | 1,111,158,340 |
구·시·군 장(2) | 7 | 4 | 3 | 586,706,010 | 574,661,140 | 12,044,870 |
시·도의원(8) | 19 | 18 | 1 | 652,417,350 | 648,562,530 | 3,854,820 |
구·시·군의원(9) | 20 | 19 | 1 | 576,576,640 | 566,280,480 | 10,296,160 |
4·7재보궐선거 비용은 총 932억9백만 원이고, 선거보전금으로 106억여 원이 지급돼 총 1038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비용이 824억3700만 원, 선거가 끝난 후 후보자들에게 77억7천만 원이 넘는 보전금액을 지급해 9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
선거구 | 정당명 | 후보자명 | 선거비용
제한액 |
보전청구액 | 보전지급액 | 청구액대비
보전율 |
서울 | 더불어민주당 | 박영선(낙) | 3,475,000,000 | 2,869,848,701 | 2,831,274,610 | 99 |
국민의힘 | 오세훈(당) | 2,668,650,263 | 2,601,893,960 | 97 | ||
부산 | 더불어민주당 | 김영춘(낙) | 1,485,000,000 | 1,392,823,538 | 1,262,903,140 | 91 |
국민의힘 | 박형준(당) | 1,099,894,527 | 1,074,420,390 | 98 |
선관위는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있는 정당이 지출한 선거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보전비용). 또한 점자형 공보물 제작 및 발송비용, 장애인 (예비)후보자 활동보조인 수당 및 실비 등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부담비용).
문제는 이중, 삼중지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이미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선거보조금과 보전금으로 각각 1348억 8천만 원, 3661억4천만 원을 지급받았다. 선거보조금에 선거보전금까지 이중지급 받았고, 재보궐선거에서도 선거보전금을 또 지급 받아 제 돈 들이지 않고도 선거에 나서고 있다.
■ 2022년 대선·지선 ‘5000억 혈세 이중지급’
선거지원금 제도의 문제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들은 451억6천6백만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선거 후에는 지역구 후보자가 총 671억여 원,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한 정당이 202억여 원의 보전금을 받았다.
선거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2020.04.15.) |
제7회 지방선거
(2018.06.13.) |
제19대 대통령선거
(2017.05.09.) |
|||
구분 | 선거보조금 | 선거보전금 | 선거보조금 | 선거보전금 | 선거보조금 | 선거보전금 |
금액 | 45,166 | 89,717 | 45,847 | 320,293 | 42,142 | 122,500 |
총
지급액 |
134,884 | 366,140 | 164,642 | |||
※ 선거보조금에는 여성추천보조금 및 장애인추천보조금을 포함함. |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들이 총 458억4천7백만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전체 후보자 8,830명 중 75%인 6,619명(100%보전 5,640명/50%보전 979명)이 선거비용 3,202억9천3백만여 원을 보전 받았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정당들에게 421억4천2백만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했고, 선거비용 보전대상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개 정당에 1,225억여 원을 보전비용을 지급했다.
내년에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의 선거보조금 및 선거보전금을 적용했을 때, 최소 5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하라고 선거보조금을 주고, 사용했다고 또 선거보전금을 주는 이중지급이 이뤄진다. 여기에 정당들은 경상보조금도 지급받는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당 공천으로 당선이 취소돼도 선거보전금을 또 받을 수 있다. 이중·삼중·사중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
총액 | 82,788,009,350 | 84,276,133,560 | 88,410,835,420 | 43,234,057,390 | 90,718,298,610 |
경상
보조금 |
41,376,802,700 | 42,133,635,560 | 42,563,502,000 | 43,234,057,390 | 45,551,504,960 |
선거
보조금 |
41,411,206,650 | 42,142,498,000 | 45,847,333,420 | – | 45,166,793,650 |
※ 선거보조금에는 여성추천보조금과 장애인추천보조금을 포함함. |
■ ‘이중 지급’ 선거보조금/선거보전금,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헌법 제116조에서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등 공적기관이 선거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주어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고, 돈은 없지만 유능한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려는 제도다.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지원금은 선거보조금과 선거보전금이 있다. 선거보조금은 당해 선거의 후보자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지급한다. 후보자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은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정치부패를 방지하고, 정당 간 자금 격차를 줄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선거보전금은 당선자 내지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거비용의 전액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다. 2000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벽보, 선거공보, 신문·방송광고, 방송연설 등 개별 조항에 산재해 있던 선거비용 보전제도를 통합했다. 비목보전에서 총액보전으로 변경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안에서 보전하고 있다.
이미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이 지급돼 사실상 용도제한 없이 어디든 쓸 수 있도록 했음에도 또 다시 선거보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중지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선거보전금은 부패방지와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보전항목들은 정책선거보다는 실비 위주에 치중하고 있다.
간판, 현수막, 명함, 어깨띠, 후보자 사진, 단체모자·티셔츠, 로고송, 전자우편발송, 후보자 휴대전화통화료, 인터넷 광고, 선거사무관계자 수당·실비, 후보자 동반 식사비 등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들이 너무 많다.
또한 선거보전금은 선거가 끝난 후에 지급되는데, 이는 선거공영제의 취지와 어긋난다. 돈 없는 후보자에게 국가부담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선거과정에서 돈을 조달할 수 없는 후보자는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기득권 정당이나 돈 많은 후보자에게 유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구분 | 등록후보자수 | 참여후보자 | 불참 후보자 | 불참률 | |
선거벽보 | 1,118 | 1,114 | 4 | 0.3 | |
선거공보 | 책자형 | 1,111 | 7 | 0.6 | |
점자형 | 1,113 | 5 | 0.4 | ||
방송연설 | 153 | 965 | 86.3 | ||
※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총람」 |
후보자수 | 연설실시
후보자수 |
텔레비전 | 라디오 | ||||
법정 가능횟수 | 실시 횟수 | 법정 가능횟수 | 실시횟수 | ||||
계 | 지상파 | 종합유선 | |||||
1,118 | 153
(13.7%) |
2,208 | 215
(9.7%) |
77
(3.5%) |
138
(6.3%) |
2,208 | 99
(4.5%) |
※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총람」 |
실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자 1,118명 중 선거벽보 불참자는 4명(0.3%), 선거공보 불참자는 책자형 7명(0.6%), 점자형 5명(0.4%)였으나, 비용 부담률이 높은 방송연설의 경우 불참자가 965명으로 86.3%를 기록했다.
또한 선거보전금은 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선거보전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2018년말 기준으로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선거사범이 108명에 이르고, 금액만 220억 원이 넘었다. 이들 중 일부는 다음 선거에 재출마하기까지 했다.
■ 현행 선거보전제도는 ‘특혜’, 국민 세금 허투루 쓰여선 안 돼!
선거공영제는 국가 등이 선거운동 비용을 부담해줌으로써 정당·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부패를 방지하고, 깨끗한 선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 선거 전에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 선거가 끝난 후 선거운동과정에 쓰인 돈까지 보전받는 것은 이중 지급으로 적정하지 않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5월 25일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출했다. 주요 내용 중 하나가 ‘국고보조금 지급 정당에 대한 선거비용 감액 보전’이다. 대통령선거 등에서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경우, 선거보조금 등으로 해당 선거에 지출한 금액만큼 감액하여 보전하자는 것이다.
근거도 미약하고, 목적도 불분명한 현재의 선거보전금 제도는 바꿔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기득권 정당과 유력 후보들에게 유리한 선거보전금 제도의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선거보전금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특혜에 불과하다.
선거보전제도는 후보자의 휴대전화 통신료나 식비 등 개인적 지출은 사영제로, 정책선거를 위한 항목은 공영제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벽보, 선거공보, 방송연설 등과 같이 정책선거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모든 후보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보전과 사후보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국고보조금 중복지급 문제 해소를 위해 정당에 지급하는 선거비용 보전금액에서 기지급된 선거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드시 감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