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이 읽는 해양이슈] 해양수산부는 정말 고래를 지킬 수 있을까? http://omn.kr/1tlbc

고래 고시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언론에서 앞다투어 "'바다의 로또' 이제 사라지나", "위판 조건 대폭 강화, 고래 공급량 줄 것" 등으로 보도했고 고래고깃집이 몰려 있는 울산 장생포의 주민들은 간담회를 열고 "고래고기 유통 금지는 음식문화를 없애는 것", "장생포 주민 생존권 달린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쪽짜리 개정안", "땜빵 개정안"이라 밝히며 개정된 고래 고시가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해양환경단체인 시셰퍼드 코리아는 "해수부는 혼획 개념을 좁혀 정의했다고 하지만 의도적·비의도적 혼획을 현장에서 판가름할 기준이 없어 여전히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이 일어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고, 핫핑크돌핀스는 "죽은 고래의 유통 허용은 고래들의 멸종을 가속화할 뿐, 정부는 모든 고래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한반도 해역에서 잡히거나 죽은 고래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래는 이산화탄소 포집에 큰 역할을 한다. 나무 한 그루가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2kg 정도인데 고래 한 마리가 포집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한 마리당 평균 33t이나 된다.

또한 고래의 배설물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는 데 필요한 철분과 질소가 다량 포함돼 있어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 중 산소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약 370억t 가량 포집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1조 7천억 그루의 나무와 맞먹으며, 이는 아마존 4개를 모아 놓은 것과 비슷하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없으면 지구상 모든 생물은 정상적인 호흡을 하기 어렵다. 해양생태계는 작은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고래 개체 수 보존은 필수적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포경은 금지되어 있고 우리나라 역시 국제포경협회 가입국으로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을 금지해왔다. 그럼에도 연간 수천 마리의 고래가 유통되고 있는 것은 기이한 현실이다.

해양환경단체들은 고래 혼획에 의해 어구 손상 피해를 입은 어민에게 실비 보상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국고에 귀속하는 방식으로 고시를 개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고래 포획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서 의도적 혼획은 줄이고, 고래고기 식당들이 바로 폐업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래류 보호라는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미국, 고래고기 식당 업주, 시민단체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정부는 11월까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도민이 읽는 해양이슈] 해양수산부는 정말 고래를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