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할이 정보를 전달하고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완전하며 항시적으로 변화해가는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시장기제가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와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안내자가 될 수는 없다.

뉴욕 – 끊임없이 번해가는 미래에 대해 어떻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지만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인류의 존속여부와 관계된 이야기입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과거 지구환경과 조건에 관한 상당한 연구와 자료들이 있지만,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무슨 일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대략 이해하는 것은 지구환경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온실가스 등)을 줄여야 한다거나, 17세기에 발생한 ‘소-빙하기’가 가져온 지구적 규모의 위기에 관한 역사적 지식 정도입니다. 17세기 당시의 기후변화는 광범위한 질병, 소요와 반란, 전쟁과 대규모의 기아 등을 발생시켰고, 이로 인하여 세계 인구의 2/3가 생존의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는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동물적 감각 ”에 따라 행동한다는 유명한 주장을 했습니다 .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사람들은 “양적 확률로 계산된 양적 이익의 가중치의 평균”이 아니라 직감에 따라 위기가 사라진 후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 (또는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본능적 배팅으로 행동을 한다는 것 입니다. 이에 따르면, 정책 입안자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동물적 감각에 의존하고 신뢰하여야 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세계를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줄여가며 이를 통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수세기 동안 자연과학자들은 세계를 연구대상으로 맵핑mapping하고, 식물과 동물 간의 분류체계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상상이 가능한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종의 게놈을 연구하고 배열했습니다.

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연구성과로 작성한 안내맵과 분류체계에 의존하듯이, 사회과학자들도 자신이 연구한 내용과 우선순위 그리고 숫자와 통계의 지표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가격은 상품 및 서비스의 가치와 금융자산의 미래가치를 나타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특정자산을 무시했다면, 이유는 해당자산의 시장가격이 부적절하게 측정되거나 잘못 책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라는 현실이 점점 더 분명해짐에 따라, 금융과 경제의 영역에서도 “녹색Green 투자”를 구별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표식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산의 매력과 규모가 커짐에 따라, 모호하거나 조작된 포장을 기반으로 “Green” 또는 “ESG”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를 부정하게 표시하는 위조세탁(greenwashing)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속임수는 “친환경화”적 구매라는 명분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산을 처분하는 대신 ‘갈색(brown분식?)보유’라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유럽연합이 “금융과 서비스 부문의 지속가능성에 관련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한 것은 실제로는 기후변화의 노력에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구실삼아 포장하는 행위들에 대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모든 금융시장 참여자는 기후위험의 관리에 관한 전략과 이와 관련된 자산을 지속가능하게 실현하는 방법의 과정을 공개해야 하며, 금융시장의 감독당국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정의 어디에도 책임과 이에 따른 제재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형의 자산운용사들은 더욱 많은 표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핑계에는 오늘날 마구잡이식 알파벳 수프와 같은 지표경쟁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책정을 실현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가격이라는 숫자는 확실성을 전달하고 복잡한 과정을 간단한 대수적 산술로 변환합니다.

그러나 가격의 메커니즘은 사과를 오렌지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Green자산은 역시 Brown(분식위장) 자산과 함께 뒤섞이게 마련입니다. 가격이 높을수록 시장에서는 궁극적인 의사결정의 근거로서 역할이 커집니다. 인류의 운명이 가격균형의 기제에 맡겨진 가운데, 정치인들은 이를 구실로 자신들의 더럽혀진 손을 세탁합니다 (예수를 처형한 빌라도처럼).

그러나 표준적인 규칙과 지표는 단순히 판독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으며, 동시에 현안의 복잡성을 감추게 됩니다. 가격의 기능은 정보를 수집하고 구성하는 일뿐만 아니라, 획득한 (혹은 배제된) 정보유형에 비추어 (투자)실행효과를 발휘하도록 행동의 변경을 유도합니다. Green투자에 대한 현재의 흥분된 추세에 편승하면서, 대부분의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효과입니다.

더욱이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 동물적 감각이 현실세계와 반대 방향으로 충돌한 1998년 이후(금융위기를 지적하는 듯), 노벨상 수상자가 운영했던 헤지펀드인 LTCM장기자본관리회사 의 운명을 상기해 봅시다. LTCM은 글로벌 국채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에 크게 배팅을 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파산상태에 빠지면서 신흥시장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면서 국채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렸습니다.

이러한 실패의 핵심에는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설계된 옵션가격-설정 모델option-pricing model이 있었습니다. 옵션가격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서, 옵션 및 기타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거대한 투자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에 대해 연구한 사회학자 Donald MacKenzie가 발간한 책의 적절한 제목은 ‘An Engine, Not a Camera’ 였습니다. 옵션가격-설정모델이 투자자들의 행동을 엔진처럼 주도했지만 금융의 생명선인 유동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현실을 카메라처럼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자연현상은 국가나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시장과 같은 사회시스템처럼 녹록치 않습니다. 상황이 잘못 진행되어도, 지구는 인류를 용서하거나 구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의 투명성과 가격 메커니즘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설령 ‘잘못안내’라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불완전한 규칙과 지표에 의존하여 인류의 운명에 대하여 엄청난 배팅을 하는 꼴입니다.

잠재적인 기후변화의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가 현재 확보한 능력만큼 치밀한 안전장치(hedge)를 고안할 수는 있겠지만, 시스템적 자체결함에 대한 안전보장은 없습니다. 잘못된 우리자신의 행동에 맞서려는 정치적 의지가 결여되어도, 현행의 운영체제가 잘못되면 최소한의 중단조치와 재정적 중립 또는 수익성을 실현하도록 수정하고 개혁함으로써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COVID-19 대유행은 그러한 오만에 대해 우리에게 사전에 경고를 보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선진국 정부들이 민간재산권의 보호와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기술공유를 통해 글로벌백신의 생산을 지원하라는 요청보다, 제약회사의 특허보호를 우선시했습니다. 세계 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면제권조차 거부하면서 거대제약회사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정치동맹군들은 현재의 백신을 무효화시킬 돌연변이가 재차 발생하기 이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억제될 것이라는 것에 위험한 내기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바이러스의 변종이 이미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것은 안전한 방법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설령 종국에는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수십만 수백만 명의 생명을 추가로 앗아갈 것입니다.

시장과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선택가능한 모든 옵션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깨닫게 될까요?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3-16.

KATHARINA PISTOR

Columbia Law School의 비교법교수이며, The Code of Capital : How the Law Creates Wealth and Inequality 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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