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서울시를 요구한다
누구나 공히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국회는 기후위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국의 기초지자체들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거창하게 발표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치밀한 계획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불확실한 미래기술에 의존하는 위험한 해법들만 제시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 역시 파국적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과학의 경고와 국제사회의 약속에 따라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절반’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서울시는 지난해 발표한 [2050 감축전략]을 통해 부족하나마 이러한 목표에 꽤나 근접한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이행계획이 그렇듯 실효적인 감축 대책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이번 보궐 선거는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 이행을 수행하며 목표치를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선출해야 하는 선거다.
그러나 유력 후보들부터 한편으로는 ‘기후 대전환’, ‘녹색 서울’의 구호를 내걸고, 실상은 온갖 토건·개발 사업을 약속하는 이번 선거는 매우 우려스럽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실종된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전환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정책들 역시 대다수 후보의 공약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은 건물부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더 유력후보들마다 주택 몇 십만 호 보급이나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자신 있게 주창하며 ‘부동산 선거’라고 할 만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의 주택공급 공약들 사이 어디에서도 건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계획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대로 토건 중심 공약을 앞세운 시장이 등장한다면, 서울시는 온실가스 감축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제로 에너지 건물 확대 계획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후 재난 상황에서 어떠한 주거정책도 ‘안전한’ 것일 수 없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교통 부문에서도 배출제로 달성 경로를 고려한 교통수요 감축이나 대중교통 확대 등 공약이 부재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도로와 철로를 지하화 하여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수준의 정책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는 녹색 정치는 아닐 것이다.
또한 서울시의 낮은 에너지 자립률은, 서울시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를 넘어, 서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다른 지역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서울시가 야기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서울시가 현재보다 적극적인 도심 내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으로 이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러한 계획도 시장 후보들에게서 찾아볼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채식선택권 확대와 관련한 의제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이 모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공언하고 치르는 첫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여전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팽창과 성장의 욕망을 대책 없이 충동질하는 정치의 나쁜 습관이다. 그러나 기후위기시대에 서울시장이 준비해야 할 것은 탄소의존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위험한 성장과 무책임한 팽창이 아니다. 기후 재난으로부터 시민들의 안녕을 살필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필연적 전환의 과정에서 서울 안팎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기후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시장 후보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1일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광진, 강남, 강동, 강서양천, 관악, 구로, 노원, 도봉, 마포, 성북, 송파. 영등포, 중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