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생태원의 이상한 내성천 보고서 - 1

○ 흰수마자에 필요한 고운 모래가 급감했는데, 모래조립질 평균 입경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은 국립생태원


내성천 흰수마자 문제는 올해 국감을 통해 드러난 결과로 인해 더 이상 어떤 조사 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심각함을 드러냈지만, 환경부가 영주댐 문제 처리여부를 검토할 때 유관전문기관들의 의견을 참고하려 할 테니 이 기관들이 내성천에 대해 보여주는 조사방법, 관점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내성천에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를 실시한 후 2019년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였다. JTBC 뉴스룸이 이와 관련하여 보도를 했는데 단도직입으로 흰수마자 문제부터 꺼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모래하천,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생물 1400여종이 사는 내성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살던 물고기 흰수마자가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내성천에 이상이 생겼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국립생태원에서 이 발굴조사를 수행한 보호지역연구팀장이 흰수마자 문제에 대해 답변했다. "영주댐 때문이라고 말을 하기는 힘들고요. 기본적인 모래 조립질의 평균 입경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요"

실제로 국립생태원 조사보고서는 맨 앞의 요약문에서 "내성천 일대 퇴적물의 입도는 평균 입경은 약 0.989mm로, 비교적 분급이 양호한 조립사로 구성되어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요약문은 이 입경이 흰수마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냥 내성천 모래의 평균 입경이 어떻다고 했을 뿐이다. 요약문의 이 분석은 흰수마자와 관련된 분석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평균 입경의 변화가 어떻다는 분석도 없다. 그럼 흰수마자와 관련된 모래 입도조사는 어떻게 할까? 대구지방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2016년 4월 1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공동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물인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내성천 생태건강성 조사연구/2017.1」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흰수마자 관련 분석을 살펴보자.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입도 조성이 서식지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mm 미만과 2mm 미만 모래입도 조성 변화를 비교하였다...흰수마자의 거의 유일한 서식 제한요인인 모래입도 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모래가 유입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분석한 표를 살펴보면 흰수마자와 관련된 입도조사는 1mm 미만, 1~2mm, 2mm이상으로 구분하여 매년의 변화추이를 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단순한 전체평균 입경이 아니라 입도크기별로 모래비중의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립생태원이 조사보고서 요약문에서 다룬 분석은 흰수마자 서식지 제한요인과 관련된 분석이 아니다. 관련된 분석은 이 보고서의 <흰수마자 서식처 하상 구조분석 및 상관관계 분석>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국립생태원은 흰수마자의 거의 유일한 서식 제한요인인 모래입도와 관련된 조사를 수행하지 않았고,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분석 자료를 참고하여 재분석했을 뿐이다. 그런데 국립생태원의 이 분석은 아주 단순한 추이만 나타냈을 뿐 실제 입도가 어떤 경향으로 변화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한 예로 고평교가 구간 내에 있는 5구간을 살펴보자. 보고서는 이 구간에 대해 "5구간에서는 1mm 이하 모래입도 조성은 2017년도까지 증가경향을 나타냈고, 2018년도에는 감소경향을 나타냈으며"라고 분석하여 마치 2017년도가 모래입경 변화의 분기점인 듯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정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 

대구지방환경청이 한국수자원공사가 흰수마자 서식현황 조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내성천 모래입도 조사결과를 받아서 20대 국회 환노위 소속 이상돈 의원에게 제출한 내용 중 고평교 분석을 보면 다음 표와 같이 ‘14년 9월에 1mm 미만 입도가 90.8%였다가 ’16년도부터 급감한다. 가장 급감한 상태인 ‘16년 8월을 기준하면 국립생태원 분석대로 2017년까지 증가경향을 나타내고, 2018년부터 다시 감소한다. 국립생태원은 가장 좋았던 시기를 기준하지 않고, 가장 나빴던 시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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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시험담수 기간 중 홍수기를 거친 고평교 일대 모래톱. 2020년 10월. <시민생태조사단>

이번에는 미호교가 포함된 4구간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자. 국립생태원은 “4구간에서는 1,2mm 이하 모래입도 조성은 2016년도부터 감소하다가 2018년도에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라고 분석했는데, 이를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국감 기간 중 발표한 보도자료와 비교해보자. 

보도자료는 흰수마자 치어 방류 관련 입도조사 자료 중 치어를 방류한 지점의 입도변화를 표시했는데, 미호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흰수마자 치어를 1차와 2차에 걸쳐 방류한 곳으로 치어가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볼 수 있는 1mm 미만 입도가’14년 9월에는 90% 대였으나 불과 2년만인 ‘16년 8월에 30%대로 급감했다. 이것을 “1,2mm 이하 모래입도 조성은 2016년도부터 감소하다가 2018년도에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라고 분석한 것은 정직하지 않다. 이 사안의 맨 앞으로 돌아가서 전문가로서 정부의 한 용역을 맡은 책임자인 국립생태원의 보호지역연구팀장이 jtbc 인터뷰에서 흰수마자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모래 조립질의 평균 입경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요"라고 말한 까닭을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사후환경영향조사로 확인되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제출된 자료인데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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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