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칼럼] 2단계 재정분권과 복지분권, 방향과 과제

 

신진영(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

 

현 정부는 국정과제 중 자치분권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에 따라 2018년 2월 헌법개정 논의가 있었고, 자치분권위원회라는 조직을 대통령 소속으로 만들어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같은해 9월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재정분권은 자치분권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데, 재정을 동반하지 않은 분권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강력한 재정분권을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단계에 걸쳐 재정분권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분권 계획은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해 2022년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 2에서 7대 3으로 개선하는 것,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재정분권의 기능조정에서 핵심은 복지사무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복지보조사업의 의무적 지방비 분담(매칭비)이기 때문이다.

2005년에 처음으로 복지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했고 그 결과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지방이양한 사업의 재원 이전을 위해 분권교부세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그 금액을 이양대상사업의 2004년 국고보조금 합계액으로 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복지재정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전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그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남게됐다.

또 하나는 당시 지방이양한 복지사무 67개가 개별사무의 재정 나누기 방식으로 분담되면서,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욕구에 부응해 자율재량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예로 노인 돌봄사업을 보면 지역 노인들은 구체적인 삶의 공간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하는데, 책임져야 할 지자체의 복지사업은 중앙정부 서로 다른 부서가 따로 운영하는 파편적인 사업으로 쪼개진 상황이다. 지역에서 통합적인 노인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지방이양 후 복지분권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큰 틀에서 복지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사무 역할분담이 재설정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현행 복지사업은 국고보조방식의 중앙집권적이고, 재정 부담과 행정업무가 중앙-광역-기초 정부 간 중층적으로 분담돼있어 복지사업의 책임성이 모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통일성이 요구되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상대적으로 지역에 밀착돼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는 지자체가 담당하게 하자는 큰 틀의 방향성에는 합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은 중앙이 100% 책임지고 지역밀착형 사업인 사회서비스는 지방이 책임지는 형식이다. 정부 역시 기존의 단위 사무 중심의 이양이 아닌 기능 중심의 포괄적인 이양 방식을 공식적인 정책 방향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정분권 논의는 복지분권 원칙을 놓치고 있다. 지방재정 3조4000억 원을 확충한다는 방안에 현혹되선 안 된다. 3조4000억 원은 5년 이내 복지사무 재정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2005년에 경험했듯이 앞으로 더 많은 복지재정 수요가 발생할 것이고 국고보조 사업을 중심으로 한 현행 복지재정분담체계의 개선이 없는 한 지방재정의 문제를 근본 해결할 수 없다. 단순히 재정나누기 식의 논의가 아닌 복지사무의 포괄적 기능 이양과 재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노인 돌봄 관련된 주요 사업인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역사회통합돌봄,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등이 있고 모두 담당 과가 다르다. 이들 사업이 제각각 지방이양된다면 지역의 노인돌봄 체계를 마련할 수 없다.

통합적인 노인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선 사업들이 연계돼 진행될 수 있게 기능적 포괄이양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복지 체제의 개선이 아닌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재정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가의 수준을 넘어 복지국가의 분권 모형, 정부간 관계 모형, 기능과 책임 조정에 대한 모델과 로드맵을 먼저 제시한 뒤 재정분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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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투데이(http://www.incheon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