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마당]
감상문
김유 광동지부장
이 책은 그야말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지나간 시절의 열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다시 한 번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다. 독서의 목적이 그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시대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게 하고, 그 시대에 맞추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르고 옳은 일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것은 글 쓰는 작자의 목적이라면 이 책은 대단히 성공한 책이다.“
에라, 늘그막에 객기 한번쯤 부려 보고자 추려 본 것들이 이 평론집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객기”가 아니다, “정론집”이다. 책은 정치를 질타하는 장용학의 소설들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잊지 않고 손석춘 씨 등 새로운 작가의 소개도 빠지지 않는다. 최인훈의 과 , , 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그와의 개인적 친분도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그가 좀 더 살아서 6·25 때 납북되었
던 이광수와 반민특위의 김상덕 위원장과 아마도(?) 같은 차 안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었다면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
남정현 작가를 언급할 때는 식민지의 정의와 함께 그의 대표작 와 연작을 빼놓지 않는다. 남정현의 반외세 의식과 민족의식의 각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우리 자신의 운명까지도 한 손에 잡고 흔들어 왔던 미국, 그리고 그 우산 밑에서 기생하여 맘껏 달리는 출세지향주의자들을 같이 풍자한다. 과연 우리에게는 민족이 우선인가, 아니면 이념이 우선인가… 그러면서도 선생의 산문집 를 보면서 웃다가 흘리는 눈물이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실록적 요소가 강한 이병주의 소설 은 소설을 쓴 작가의 변으로 “허상이 정립되지 않도록 후세의 사가들을 위해 구체적인 기록을 정리해 볼 작정”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일본군 하급장교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이 안중근의 나라, 김구의 나라를 접수하였던 것이다. 그
리고 7·4공동성명을 맞이하여서는 남북이 같이하는 분단을 고착시키는 쇼라고 단정을 한다. 거
기에는 북한도 같은 쇼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 즉, 을 임헌영 씨는 평론가적인 안목으로 풀어 쓰는데 “독재란 한 나라에 애국자는 한 사람밖에 없도록 만드는 공포 분위기에 다름아니다”라는 금언으로도 이 책은 훌륭하다. 씨는 역사와 민족이라는 화두를 평생지고 살아오면서 이 소설을 분석함에 있어 70년대 문학인 사건이나 1979년 시국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었던 기억이 더욱 새로웠을 것이다. 조정래의 은 바로 그 역사와 민족, 그리고 역사와 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얽히고설
키며 내려왔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구한말부터 해방이 될 때까지 50년의 민족사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서 그는 독립군의 역사와 친일파 형성의 유래를 보여준다 그리고 불란서 비시정권의 치하에서 어떻게 대독협력의 민족반역자들이 생겼는지 열광, 인종(忍從) 및 사욕의 세 가지를 든다. 이 세 가지 유형으로 친일파의 발생을 추적한다. 역사와 운명의 변증법,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기록된다. 그리고 개개의 인간에게 소설은 그에 걸맞는 삶의 궤적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나는 요즈음 만주의 독립투사 양세봉 장군을 읽고 있는데 책에서 말하는 그의 삶이란 오로지 항일무장투쟁 하나로만 귀결되는 결말에서는 소설보다는 학술논문에 가까운 성격들임에 한층 외로움을 느낀다. 앞으로 나올 문학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라고도 하겠다. 선생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바로 한국에 연락하여 조정래의 아리랑 한 질(12권)을 다 주문하도록 하였다.
문학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개인의 내면적 질서를 잡아주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게했다. 마르지 않는 문학의 역사 그것은 독자들에게 규범을 보여주며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것을 헤쳐 나가는 희망의 원리를 보여준다. 곧 문학이 이루는 변혁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타락한 시대에 타락한 방법이 아닌 올바른 삶을 바탕으로 고상한 싸움을 하는 것임을 이 책 곧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