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캄보디아 故누온 속헹님의 기숙사 산재사망은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처한 노예와 같은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터져나왔고, 그 결과 정부에서 기숙사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내용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지난 2월 9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관련 온전한 대책 수립과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다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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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열악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 온전히 수립하고 이행하라!' 

청와대 앞 기자회견문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 故누온 속헹님 기숙사 산재사망 이후 50일이 훌쩍 지났다. 살을 에는 한파 속에 피를 토하며 숨진 속헹의 안타까운 죽음은 21세기 4차산업혁명을 운운하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처한 노예와 같은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농지 위 비닐하우스 기숙사 안에 설치된 조립식패널 숙소는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한파에 전기는 수시로 나가서 누전차단기를 노동자들이 계속 올려야 했고 부실한 난방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2016년에 입국해서 5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직장건강검진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사업자등록 없는 사업장이라며 직장건강보험 가입이 되지 않아 2019년 7월에야 지역건강보험 가입을 하고 십몇 만원의 월 보험료를 냈지만 장시간 노동, 휴일이 거의 없는 노동조건에서 의료기관 이용은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기숙사, 하루 10시간 넘는 노동과 휴일조차 별로 없는 노동환경,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접근권 부재,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법제도적 미비와 관리감독의 부재가 속헹씨와 같은 죽음을 초래했다. 지난 1일에 또 다른 캄보디아 노동자가 여주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노동, 주거환경을 감내하다가 죽어가야 하는 것인가!

 

노동부는 1차 부검결과가 간경화에 의한 혈관파열이라는 이유로 중대재해 조사를 생략했고 경찰 역시 직접사인을 넘어 사망 경위에 대한 종합적인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직업환경전문의들은 한파의 추운 날씨가 혈관을 축소시켜 파열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놓았고 대책위가 이를 경찰에 전달해 수사를 촉구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된 노동을 하다 몸을 돌보지 못하고 추위 속에 비닐하우스에서 비극적으로 죽어간 이주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정부와 수사기관은 제대로 책임을 지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하고, 산재 사망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우리 대책위는 그동안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사회적 문제제기와 정부에 대한 다양한 대책촉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그 결과 정부 대책이 일차적으로 나왔으나 내용이 미흡하다. 

우선,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뿐만 아니라 하우스 안이든 밖이든 임시가건물은 금지해야 한다. 화재, 전기사고, 자연재해 등 위험에 무방비인 불법 시설에 사람이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다운 주거환경 보장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언론에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가설건축물도 농지법·주택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이상 모두 금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 한 바, 이를 추가 대책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만든 숙식비 징수지침부터 폐지해야 한다. 통상임금의 8%~20% 식으로 과다징수를 허용하는 지침이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가건물 숙소에 여러 명 살게 하면서 한 사람 당 수십 만원을 사업주가 떼가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숙소환경을 벗어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자유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사업주들이 노동, 주거조건 개선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은 농어업뿐 아니라 제조업, 건설업 등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업종에 대해서 실태조사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도 나서야 한다.  각 지자체별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방침을 세워야 한다. 

 

한편 일부 농업 사업주 단체에서 신규 고용허가 시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 등을 금지하는 것조차 반발하면서 유예기간 설정, 비용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이주노동자를 싼값에 활용하며 이득을 봐 온 사업주들이 정부의 최소한의 대책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문제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사업주로서 열악한 숙소 문제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행여 일부 농업주들의 반발에 정부 대책이 절대 후퇴해서는 안될 것이며 대책위는 이를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우리 대책위는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에 대한 온전한 대책 수립과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다시 한 번 요구한다. 

 

- 산재사망한 속헹씨 직접사인을 넘어 종합적인 수사를 통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라!

-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등 임시가건물은 집이 아니다! 임시가건물 숙소 금지하라!

- 사업주로 하여금 월세장사 하게 만드는 ‘숙식비 징수지침’폐지하라!

- 사업장 변경제한은 강제노동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 농어업뿐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종사하는 모든 업종의 기숙사 실태를 조사하라!

-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안 마련을 위해 범정부적 대책을 수립하라!

 

2021년 2월 9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