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토건삽질을 당장 멈춰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선거용 특별법 철회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을 논의하라
국회 국토교통위가 2월17일 오늘부터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안을 심의하고 2월 19일 제 4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 및 상정을 예정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절차적 정당성을 크게 결여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심화할 것이 분명한 신공항 특별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복수의 특별법안은 어떤 설명과 변명을 덧붙여도, 4월 부산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무리수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10조원 안팎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 중요한 장치를 면제해주며, 그로 인한 위험과 부담을 국민들이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특별법이다. 더군다나 본회의 통과를 26일로 못박고 심의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과정도 무시한채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특별법안의 문제점은, 관계 부처가 제출한 입장, 국토교통위가 주최한 2월 9일의 입법 공청회, 그리고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에서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조사들에서 최하점을 받았던 가덕도를 대상지로 기정사실화하여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위해 모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부추겨 온 부산과 서울의 정치인들은, 합리적인 반대 의견과 지적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보궐 선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거대 집권 여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새로이 환경부장관이 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138명의 의원을 대표하여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말해온 정부 여당의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시기 서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법안,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 그리고 기후재난을 막기위한 정책, 이런 시급한 조치들 앞에서 항상 ‘엄중히 지켜보며’ 좌고우면만을 거듭하던 게 여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공항’이라는 토건삽질 앞에서 이토록 단합하여 신속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들의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편 ‘묻지마 막개발’ 공항 법안을 내놓고 경쟁하는 것은 거대 양 당이 서로 다르지 않다. 부산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의 유사한 “부산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홍준표 의원 등의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안도 같은 개발과 지역정치 논리의 거울상일 뿐이다. 거대 양당의 대표들이 나서서, 표를 얻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이용하는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해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97.6% 찬성으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결의안에는 진선미 현 국토교통위원장을 포함하여 여야를 막론한 국토위원 30명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이상기후 현상 등 기후변화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자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인식하며, 파리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파리협정의 목표와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기후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지구환경 보호,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다고 결의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특별법안은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위기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법안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2050년 순배출 제로 전략, 특히 항공 부문의 감축 필요성에 역행하고 있다. 특별법안은 기후위기 피해자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무시하는 편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별법안의 예타 면제와 특혜 조치는 ‘민주성,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 원칙’을 위배하며,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 모두를 저버리고 있다. 더욱이 특별법안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중요한 탄소흡수원인 자연환경마저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다. 특별법안은 전 세계적인 항공부문 배출 감축 운동과 제도 변화를 간과한 시대착오적인 시도다.
지금 국토위가 신공항 특별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토위원들은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한낱 미사여구의 종이조각에 불과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기후악당 국회’가 이 종이조각마저 불태우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국회가 정부 부처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기는커녕, 탄소중립 목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매우 잘못된 사회적 시그널을 주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감축과 적응 측면에서 대규모 공항 확대는 지양하는 추세다. 영국 히스로 제 3 활주로 확장과 관련된 소송과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공항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과 떼어서는 논의될 수 없다. 게다가 툰베리가 촉발한 ‘비행수치(Flygskam)’ 운동과 같은 자발적 항공 이용 자제, 코로나 사태 이후 구조화될 항공 수요 감소 예상도 직시해야 한다. ‘기후친화적 신공항’은 어불성설이며, 설령 특별법으로 신공항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끝없는 정쟁과 지역 갈등, 그리고 법률적 다툼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신공항 특별법이 21대 국회의 수치가 되지 않으려면, 국토위는 당장 특별법안 심의를 중단하고 의원들은 발의를 철회해야 한다. 기후위기 비상 대응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국토교통위의 본분을 상기하길 바란다. 수송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실현할지,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차라리 기후위기 대응 비상 결의안을 취소하는 것이 맞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진선미 국토위원장, 그리고 한정애 환경부장관에게 분명한 입장을 담은 회신을 요구하는 바이다.
-국회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신공항 특별법안을 모두 철회하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하라!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은 무시한채 토건삽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회는 특별위원회 설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 기후위기 대응 비상 결의의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라!
2021년 2월 17일
기후위기비상행동 신공항반대부산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