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혼획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해양포유류 상괭이 사체가 2021년 2월 1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또다시 발견됐다. 지난 1월 20일 두 마리 상괭이 사체가 발견된 것에 이어 이번이 신도리 해안에서 발견된 세 번째 상괭이다.

이번에 발견된 상괭이는 몸길이 140cm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어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웠고, 해경에 신고가 접수되어 대정읍사무소에서 폐기처리할 예정이다.

원래 신도리는 고래 사체가 자주 발견되는 곳은 아니다. 신도리에서 고래 사체가 발견된 것은 2014년 4월 10일 밍크고래, 2015년 7월 20일 희귀종 부리고래 사체가 발견된 이후 상괭이가 처음이다.

상괭이 사체 발견 현장을 지나가던 신도리 마을 주민도 우려를 표했다. 사체 모양을 멀리서 보자 상괭이임을 알아본 한 주민은 "제주도에서 상괭이 사체 발견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우리 마을에서도 사체가 발견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주 해안에서 발견되는 상괭이 사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에 제주도에서 55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데 이어, 2021년 1월에만 14마리가 폐사했다. 그리고 2월에도 상괭이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상괭이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추정한 개체수가 2005년 3만6천 마리에서 2011년 1만3천 마리로 64%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해경과 고래연구센터에 혼획 등 공식적으로 파악된 상괭이 폐사 숫자를 모두 합치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최소 약 3만 마리의 상괭이가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2015년에서 2019년까지 혼획된 상괭이는 모두 4637마리이며, 이중 2019년 한 해에만 한반도 해역에서 상괭이 1430마리가 혼획되어 죽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매년 1천 마리 이상 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2020년 11월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공식 채택하였다.

연간 상괭이 사망량 허용한계치(PBR)은 167마리에 불과하다. PBR은 자연사망을 제외하고 포획, 혼획, 선박 충돌 등 비자연사망 수치를 더한 값으로, 인간이 한 생물의 개체군에 대해 영향을 미친 사망량의 허용한계치를 말한다. 즉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인 한반도 해역에서 매년 허용한계치보다 8~10배 많은 상괭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 해역에서 상괭이를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상괭이 보전에 책임이 있다. 상괭이 사체 발견이 급증하는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상괭이 보전을 위해 현장부검 수의사 확충, 상괭이 폐사 실태 기초 조사 실시, 상괭이 탈출 그물 사용 의무화, 돌고래 그물 회피 장치 사용 등의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주도청 해양수산국에 공식 문건으로 제안하였고, 현재 제주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