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마을공동목장 자연환경실태 보고서 발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작년에 마을공동목장의 자연환경실태를 조사하여 조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제주도의 초지 면적은 전국 초지 면적의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남한 면적의 1.8%에 불과한 제주도가 초지 면적은 남한 땅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주도의 초지는 세계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지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것은 자연적인 초지가 아닌 인위적 개입에 의해 유지되어온 초원지대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방목과 화입입니다. 이것은 마을공동목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을공동목장의 목축으로 인해 제주의 초원생태계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은 1276년에 몽골이 남송과 일본을 정벌하기 위해 구좌-성산 중산간지대인 수산벵듸(수산평)에 설치한 탐라목장입니다. 이때부터 제주도 중산간 지대가 본격적인 말 생산 기지가 됩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영목장이 생겼고 일제 강점기에 100개가 넘는 마을공동목장이 형성됩니다. 마을공동목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목축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을공동목장은 난개발의 주 대상지였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마을 공동조합 수는 123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1987년 85개소, 2004년에는 74개소, 2009년에는 65개소, 2014년도에는 57개소였고 2020년 현재는 51개로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1943년 마을공동목장 조합 수 123개와 비교하면 58.5%의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진 것입니다.

최근 10년간만 해도 14개의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졌습니다. 면적으로는 1066㏊, 축구장 면적의 1500배에 이릅니다. 그동안 대형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진 마을공동목장은 총 30개입니다.


서귀포시 하원마을공동목장 전경.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작년에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자연환경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래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사업 중 하나로 마을공동목장 자연환경실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마을공동목장의 환경성 조사를 통해 생태적 가치를 발굴하고 개발 실태를 파악 하려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마을공동목장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도내 51개 마을공동목장 중 10곳을 정하여 생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10개의 목장에서 초본과 목본 총 476종의 식물을 발견하였고 총 133종의 곤충을 발견하였습니다. 도순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하였고 하원 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두점박이사슴벌레를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상가리 마을공동목장에서 발견되었던 애기뿔소똥구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목축 대신 목초 재배지로 전환되면서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 상황이 위태롭게 변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원 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비바리뱀을 발견하였습니다. 주로 중산간 지대 이상의 목장지대나 초원지대에서 발견되는 비바리뱀은 공동목장이 개발되거나 숲으로 변화되면서 멸종위기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마을공동목장이 매각되고 개발되면서 초원지대에 사는 고유한 생물종도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제주도가 가진 최대 장점인 생태적 다양성의 상실이기도 합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목축문화유산이며 제주도의 독특한 초원생태계를 유지해온 마을공동목장의 생태환경이 매우 우수함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마을공동목장의 위기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조사가 시발점이 되어 마을공동목장의 가치를 발굴하는 많은 조사가 이뤄지길 소망해 봅니다. 이를 위해 조사결과물을 모아 단행본을 만들었습니다. 이 조그만 책자가 그 시발점의 한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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