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작년 김정은 위원장이 10.10 노동당 창당일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눈물을 보이고, 올 연초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도 경제운영의 실패를 솔직하고 과감하게 인정했다. 아래의 글은 이러한 배경에 대한 서구의 분석을 읽을 수 있는 칼럼이다. 기고자는 북한이 코로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백년은 코로나 환자가 전무하다는 북한당국의 발표를 기본적으로 신뢰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추가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북한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 들었다. 중국이 2017년 대북제재에 가세하면서 시작된 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2020년에는 잔인할 정도의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전세계가 겪고 있는 일이지만, 코로나19는 북한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공식적으로는 수천 명 정도가 확진의심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발표하였지만, 정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며, 비공식적인 이야기로는 상당한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전파되면서 북한의 주요 도심들이 시시때때로 봉쇄되어 왔다. 최근에도 자강도 전체가 전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봉쇄되고 도시 간의 여행과 시장활동 중단되면서, 경제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퍼져 있는지 누구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한 정부의 말대로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로 인한 북한사회의 공공보건 어려움에 못지않게 경제적 충격도 대단하다. 북한 정부의 자체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과 접한 국경을 봉쇄하면서, 거의 유일한 대외무역 창구가 막히게 되었고,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무역액이 겨우 1.6백만 달러에 그쳤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는 내용에 따르면 국경봉쇄로 인해 식량부족이 발생하고 시장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한다.

물론 비공식적 무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2019년 대비하여 2020년의 무역량이 80% 정도로 격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2019년의 무역액 자체가 단호한 국제적 제제조치로 인하여 예년에 비해 상당량 줄어든 것을 감안한다면, 2020년의 무역량은 이중 삼중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북한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조치가 필요한 대상 인구를 상대하기에는 의료의 테스트 장비와 시설이 태부족이다.

외국의 도움을 수용해야 할 형편이지만, 스파이 활동과 이념의 유해한 영향을 염려하여 이를 거부하면서, 만약의 감염사태가 전면적으로 발생하면 통제가 어려울 상황에 처해 있다. 이미 감염이 일부 지역에 전파되고 있다면, 외부세계와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북한을 추가적인 위협에서 보호하는 유일한 방도이다.

그러나 국경의 봉쇄는 북한사회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봉쇄로 인하여, 식량과 생필품의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물가가 치솟고 기근이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초 예정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인민경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도록 준비하여 왔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상당수의 인민들이 정부의 직접통제를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부가 중앙통제를 강화하여 시장과 민간영역의 활동을 억제하면, 시장거래와 사적 경제가 위축되면서 인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혁을 동반하지 않는 강제조치를 강행하면 정치적인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제제조치에 의한 무역의 격감과 팬데믹 봉쇄에 따른 경제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인민대중들의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그동안 진행해온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위하여 필요했던 비용 역시 발언권을 갖고 있지 못한 인민대중들이 부담하여 왔다.

상기의 모든 어려움이 한데 겹치면서, 2020년은 북한의 역사에서 중대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심각한 제재에 직면한 상태에서 국경조차 봉쇄해야 하고, 자연적인 재해와 감염수준을 가름할 수 없는 펜데믹을 겪으면서도, 북한당국은 핵무기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여 왔다.

핵개발을 다루는 정부의 책임자들은 일반인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동떨어져 있는 정치집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은 북한의 지배집단들이 엄청난 부담을 일반 인민들에게 전가해야만 했던 일년이었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이 원하는 바 협상을 개시할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하여 대외무역을 강력히 차단하였듯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력과 이에 따르는 제제조치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제완화를 대가로 무기통제와 핵무기억제를 위하여 실무적이며 실용적인 협상의 채널을 가동하겠지만, 완전한 핵무장의 해체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

 

출처 : East Asia Forum in ANU, Sydney, on 2021-01-04.

Benjamin Katzeff Silberstein

텔-아비브 대학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ANU동아시아 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경제동향 North Korean Economy Watch의 편집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