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가 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코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요강좌를 실시합니다. 지난 8일 6번째 강사로 나선 장재연 대표의 강연을 지상중계합니다. 주제는 환경운동연합과 회원입니다.
뻔한 이야긴데 회원이 많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아마 사회에 영향력이 크고 정치적인 역량도 크겠죠. 환경연합도 회원이 많은 조직이죠. 그럼, 회비가 많이 들어오면 어떨까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겠죠. 활동가들의 복지가 좋아지고 월급도 높아질 수 있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회원이 필요한 이유는 운동이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회원이 없는 단체는 물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겠지만 어찌됐든 타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기업을 홍보해주는 대행회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회원 없으면, 그린워시 위험성 크다
[caption id="attachment_151410" align="aligncenter" width="650" class=" "] 장 대표는 단체가 그린워시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대희[/caption]
최근 <저항 주식회사>란 책이 발간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억대 연봉과 높은 수준의 임금 등 <그린피스>를 비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좀 과격하게 비영리 산업복합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새겨들을 부분도 있다. 단체가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그린워시(GreenWash)라 말한다. 기업들이 환경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만드는 일을 하는 단체다. 극단적으로 가면 이럴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신흥매판집단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단체가 회원에 기반하지 않으면 좋은 가치를 이용해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 시키는 단체가 될 수 있다. 회원이 많을수록 이런 위험은 적다. 초심은 그렇지 않을 수 있으나 활동비의 30~50%를 기업의존하고 심지어 90%까지 의존한다면, 타락한 운동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직을 분석해봤다. 전국적으로 회원이 7만 3천명 정도다. 이런 단체도 정당도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단체라 할 수 있겠다. 역대 회원을 보면 가입연령은 32세고 평균 4~5년정도 회비를 낸다. 10년 이상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도 3000명이나 된다. 과거에는 남자 회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여성회원들이 늘고 있다. 회원가입 경로를 살펴, 거리캠페인 27%, 자발적 참여 27%, 활동가 및 임원 권유 17%, 광고 16% 등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8%, 20대가 19%, 40대가 19%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증가하던 회원이 200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과거 한해 4000여명이 회원에 가입했으나 현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0년 넘게 회원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도 아시아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최고인 단체지만 전성기때 비하면 회원이 절반에 가까워졌다. 이런 식으로 회원가입이 줄어들면 7년 후에는 단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회원은 들어오면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큼 새롭게 들어오는 회원이 있어야 현상유지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원가입은 누가 시켜야 하나. 가장 좋은 것은 나는 안하고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거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회원증가로 혜택을 누가 보는지 생각해보자. 조직이나 운동을 잘 아는 사람이 회원 가입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직에 애정이 높고 긍지가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 실제로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활동가들이나 임원들이 회원을 유치했을 경우 회원 신분을 꾸준히 유지했다.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운동은 하는데 회원은 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략적으로 회원을 유치하고 대상별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회원관리를 잘해야 한다.
회원유치가 창피한 3가지 이유
[caption id="attachment_151411" align="aligncenter" width="650" class=" "] 활동가들이 회원유치에 소극적인 이유는 3가지 창피함에서 비롯됐다고장 대표는 설명했다ⓒ정대희[/caption]
회원들의 유형을 보면 5년 전에 가입한 회원비율이 전체 80%이다. 10년 이상 된 회원들도 많다. 그렇다면, 현재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모두 선배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본적도 없는 선배 활동가와 임원의 혜택들 보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최소한 현재 활동가들도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덕을 본 것처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활동가들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좋은 점도 알고 있는데 왜 회원유치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그 장애물은 창피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름 생각한 창피함은 세가지다. 환경운동을 하는 게 창피하거나 내가 활동하는 환경운동연합이 창피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나 자신이 창피하거나 등이다. 첫 번째 환경운동이 창피할 경우다.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고 할 때 창피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해당이 안 된다고 본다. 60년대 이후 사회운동 가운데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 환경운동이다. 우리나라도 환경운동은 성공한 운동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봐도 똑같다. 역사적으로 입증된 거다. 환경운동 본연은 창피할 수 없다. 말 못하는 동식물, 미래를 위해서 하자는 일인데 어찌 창피한 일이겠냐. 그리고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단체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데 창피할 수 있을까. 두 번째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세 번째 나 자신이 창피해서 회원유치에 소극적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성격적으로 회원 유치활동이 안 맞을 수 있다. 남들 앞에 서고 부탁하는 게 불치병처럼 어려운 사람이 있다.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대민업무를 맡기지 않으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나 노력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다. 평범한 주부가 보험왕에 오르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신뢰와 정성,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어렵지 않다. 임길진 전 대표는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곱번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했다. 회비를 낸다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행동 중 가장 적극적인 일이다. 천천히 시작해보자.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운동에 긍지를 가져라
[caption id="attachment_151412" align="aligncenter" width="528" class=" "] 활동가들이 긍지를 갖고 활동하고 시민들이 운동에 불참시 양심에 가책이 느끼도록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장 대표는 말했다.ⓒ정대희[/caption]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회원으로 유치하기는 힘들다. 평상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보자. 보험도 가족, 친지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회원을 모으는 것은 시민들과 접촉하는 운동의 첫걸음이다. 이것을 “앵벌이”라고 비하해서는 안 된다. 또, 회원을 모집하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을 이야기해야 한다. 뭘 하고 있으며, 뭘 도와달라고 할지 생각해야 한다. 좋은 일에 함께 한다는 생각들 들어야 한다. 운동가의 역량은 똑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일부 지역조직에서는 신입활동가가 들어오면 시민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많이 준다. 운동은 우리끼리 하는 게 아니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주의 운동을 하는 단체를 보면, 기부금이 상당하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때인데도 회원가입을 많이들 했다. 시민들은 좋은 일을 한다면 얼마든지 기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다. 그러나 더 좋아 보이는 단체로 향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운동도 시민들에게 가치가 공감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일을 돕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나를 도와달라 우리 단체를 도와 달라는 게 아니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도와달라는 거다. 운동의 긍지를 갖고 오히려 우리가 하는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