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기고문] 남방큰돌고래 ‘턱이’가 보내는 경고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24226
과학자들이 1983년부터 1999년까지 17년간 캐나다 세인트로렌스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하구에서 사체로 발견된 125마리의 벨루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8%의 벨루가 사체에서 암이 발견되었는데, 연구자들은 그 원인으로 세인트로렌스강 하구에서 PCB(폴리염화 바이페닐), DDT 등의 맹독성 화학물질이 높은 농도로 발견되었음을 지적하면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벨루가들에게서 종양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렇다면 제주 바다의 턱이도 환경적 요인에 의한 종양 발생이 아닐까 의심해보게 되었다. 핫핑크돌핀스가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 것은 제주도 산하 해양수산연구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육상오염원에 의한 연안어장 복원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해양생태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한 이후 발표한 보고서의 충격적인 내용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제주도내 하천으로부터 해안으로 유입되는 각종 육상 쓰레기와 하수처리장, 육상양식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인해 제주바다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죽어가고 있으며, 제주 연안어장은 황폐화되었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내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된 오염물질이 외해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조류의 영향으로 제주 연안으로 재유입되고 있는 현상도 연안정착성인 제주 돌고래들의 암 발병과 연관된 것으로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인간도 암에 자주 걸리는데, 같은 포유류인 돌고래 한 마리가 암에 걸린 것이 뭐 그리 대수냐는 반박도 가능했다. 한국의 암발생률이 인구 10만 명 당 264.4명인데, 이 정도 암발생률이 돌고래에게도 적용된다면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들에서는 거의 암에 걸린 개체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건강에 이상을 보이고 있는 개체는 턱이 하나가 아니다. 종양이 확인된 개체는 하나지만, 신체의 변형을 가져올 정도로 이상증상이 발생하고 있는 제주 돌고래는 턱이 말고도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래 돌고래들은 암에 잘 걸리지도 않지만 적은 개체군에서 자꾸 암에 걸리는 개체들이 나온다는 것은 인간의 기준으로 봐도 자연 상태의 암발생률을 월등히 초과하는 비상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결국 생태계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종인 돌고래가 암에 걸리고 있다는 것은 제주 연안 생태계의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턱이는 우리에게 제주의 자연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 턱이에게 치료 불가능한 고통을 주고 있는가? 제주의 오름을 깎고, 숲을 베어내고, 숨골을 메우고,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아스팔트를 깔고, 갯바위를 부수고, 바다를 매립하여 초호화 호텔과 쇼핑몰과 골프장과 카지노를 세우고 또다시 도로를 넓히고, 신항만을 만들고, 제2공항을 건설하는 개발관광 때문이다.
양적 팽창과 이윤만을 추구했던 코로나 이전 시대의 탐욕관광 때문이다. 위기는 일상이 되었으며 이제 과거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지금은 제주 제2공항 같은 무분별한 환경파괴 사업을 진행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독성물질과 화학물질로 오염되고 있는 제주 연안을 치유해 돌고래들이 안심하고 살아가게 할지 대책을 내놓을 때다.
위기에 처한 제주 바다아침에 눈을 뜨면 카메라를 챙겨 들고 바다로 향한다. 약 130여 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살고 있는 곳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관찰을 시작한다. 돌고래가 발견되면 갯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