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18, 2020 - 19:09
주민의견 생략, 환경조사 생략,
막가파식 도시공원 민간특례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 및 주민 등 의견수렴 안하겠다는 제주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 무시한 채 환경조사도 생략”
“또다시 위법행정 자초하는 부실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위법한 행정행위로 감사위원회의 지적을 받았던 행정당국이 또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가 그렇다. 오등봉공원의 경우 제주시가 ㈜호반건설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사업시행자이고, 중부공원은 제주시가 계획수립권자이다. 이들 사업의 승인기관은 제주시이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제주도가 맡는다.
두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내용 공개자료를 보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과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또한 앞선 절차였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제시된 생태계 조사시기도 제외하는 등 시작부터 환경영향평가서의 은폐와 위법·부실평가를 자초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든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제주시와 제주도의 의지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사실상 도민 의견을 아예 배제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속전속결 하겠다는 제주도정의 속내를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그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과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일방적으로 생략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주민 등의 의견수렴을 거친 경우 본 평가절차인 환경영향평가서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사업시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주민들과 토지수용 대상인 토지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한 결정이다. 더욱이 오등봉 공원의 경우 수림이 울창한 한천이 관통하고 있고, 오등봉 오름이 사업부지 내에 있어서 환경영향평가서의 주민공람과 의견수렴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업시행자 중 하나인 제주시의 판단이다. 제주시민들이 이용할 공원을 조성한다면서 정작 절차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시는 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8월까지 본 사업계획이 시행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결국 도시공원의 난개발이라는 사업 타당성 문제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남아있는 행정절차를 졸속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히 의견수렴 절차의 생략은 앞선 절차였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주민의견에 대한 사업시행자의 약속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공청회를 통하여 많은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야 된다.’는 주민의견에 대해 사업시행자는 “공청회 요건에는 미충족됨에 따라 별도 공청회는 미진행 예정이나 의견수렴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으로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여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오라동연합청년회의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협의를 거친 후 사업을 진행하기 바란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사업시행자는 “본 계획 시행시 오라동 주민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지역주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철저히 무시되고 만 셈이다.
둘째, 자연생태환경 분야 중 동·식물상 조사의 최대 적기인 여름철, 봄철 조사를 생략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질 및 수질 현황, 토양오염현황, 소음·진동 등의 춘계, 하계 조사를 생략하고 있다. 이 역시 개발사업 시행승인의 마지노선인 내년 8월 이전에 사업시행승인을 받기 위한 꼼수이다.
사업시행자 측은 동·식물상과 대기질, 수질, 토양, 소음·진동 항목의 봄, 여름 조사는 앞선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사결과를 인용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심의 절차인 제주도 환경영향평가협의회도 이러한 비상식적인 제안을 묵인한 채 협의해 주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는 엄연히 구분되는 절차이다. 특히 위와 같은 현황조사가 필요한 항목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는 사항들을 제시하고 이를 본 평가과정인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도시공원민간특례 개발사업은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완전히 망각한 채 너무나 형식적인 졸속 평가절차로 일관하고 있다.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보면 법정보호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를 대상으로 둥지조사를 수행하여 번식 여부를 제시”, “탐문조사 시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맹꽁이 서식이 조사된 바, 맹꽁이 서식현황을 제시”, “애기뿔소똥구리는 약 500m 이격된 지역에서 발견되었지만 사업부지 내에도 초지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서식 가능성 조사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협의의견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조사는 필수적이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는 여름철새로 각각 4월∼7월, 5월∼8월 시기에 관찰된다. 맹꽁이는 장마철에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애기뿔소똥구리 역시 여름철이 조사 적기이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서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환경부고시 제2018-205호)」에 따르면 번식조류 중 여름철새는 4월∼7월의 기간에 필수적으로 1회 이상 조사해야 하며,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는 장마철 조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처럼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변화와 피해가 예견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대안을 설정하고, 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사업시행 주체인 제주시는 이를 거부하고, 협의기관인 제주도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 제주의 환경을 지키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과연 행정에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민간사업에 대해서는 원칙을 강조하고, 환경보전을 우선하면서 정작 행정당국이 사업시행자이고, 계획수립권자인 사업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절차 이행으로 일관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제주시와 제주도는 잘못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초안 작성과 주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내용을 즉각 수정하여 동·식물상, 대기질, 소음·진동, 토양 등의 항목에 대한 춘계, 하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번에도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무시하고 위법·부당한 부실평가를 자초하지 않길 바란다.
2020. 12. 18.
제주환경운동연합(김민선·문상빈)
도시공원민간특례_환경영향평가졸속우려_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