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7일의 막장 진주시의회에 대한 진주같이 논평]
17일 오후 2시 시작한 제225회 진주시의회 3차 본회의가 17일 자정이 되어 끝났다.
17일 2시 30분경, 국민의힘 이상영 의장은 약속을 어기고 채용비리 조사 특위 구성안을 상정하지 않았고 의회는 의원들의 항의 속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3시 경 여야 의원들이 정회해서 조율하자 합의했으나 무소속 이현욱 의원은 특위안 상정과 정회를 반대하며 의장석 의사봉을 뺏어 자기 자리로 달아났다. 잠시 후 국민의힘 박금자 의원이 이현욱 의원에게서 의사봉을 다시 뺏어 의장에게 돌려주었고,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상영 의장은 4시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4시경, 회의 재개와 동시에 의장석 근처에 대부분 의원들이 몰려나와 소란이 시작되었다. 특위안 상정을 요구하는 진보당, 민주당 의원들과 제지하는 의원들, 그리고 의회 직원들로 아수라장이 되었음에도 이상영 의장은 혼자 의사일정을 이어갔다. 예결위원장인 국민의힘 강묘영 의원은 그 와중에 내년 당초예산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특위안을 상정하라는 요구에 이상영 의장은 의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상정하냐고 되물었다. 류재수 의원 외 9인 의원이 공동발의한 의안을 박금자 의원에게 제출했으나 숨긴 것인지 잃어버린 것인지 의안이 의장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몇몇 의원들이 항의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상영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2021년 당초예산안 가결을 선포했다. 이의를 묻지도 않았고,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 당초예산안 가결 직후 이상영 의장이 정회를 선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괄 퇴장했다. 진보당,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남아 예산안 날치기 통과와 채용비리 특위안 실종에 대해 비토하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
본회의는 시작한 날 자정을 지나면 자동으로 산회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의자로 막아 ‘셀프 감금’을 시작했다. 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이 대화를 요구하고 회의 재개를 요구하였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오후 5시 30분경, 갑자기 의회사무국 직원도, 청원경찰도 아닌 집행부(진주시청) 공무원 20여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공무원들은 자기 소속도 밝히지 않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에 공무원들은 돌아갔다.
의장실 안에는 이상영 의장, 박금자 부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8명과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있었다. 의장실에 있는 의원들은 의장실 뒤편의 창문을 뜯고 도망가려 했으나 포기하고 자정까지 버텼다. 17일 자정이 지나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오지 않자 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은 구호를 외치고 퇴장했고 18일 오전 0시 20분경에야 의장실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용히 의회를 빠져나갔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이 일들을 무엇부터 잘못되었다 평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어제 우리는 회의를 방청하고 의장실 앞을 지키며 어떻게든 당초예산안을 통과시켜 올해 마지막 의회를 종결시키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진주시청 채용비리 의혹 조사, 재난지원 확대 논의와 같은 의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의 의무를 저버리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회의 재개를 하지 않아 조규일 시장에 대한 시정질문도, 채용비리 특위안 논의도 못 하게 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존재 이유가 조규일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함 외에 그 어떠한 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똑똑히 느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에 꼭꼭 숨어 자정을 넘겼기에 내년 2월 의회가 다시 열릴 때까지 조용한 날을 보내리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착각하지 마라. 시민들은 2020년 진주시의회를 ‘멱살잡이 의회’, ‘방망이 두들기면 끝인 의장’, ‘공무원들의 의정활동 방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의장실 도망 셀프감금’으로 기억할 것이다. 더 이상 의원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은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한 우리는 이 진주시의원들의 실태를 시민들에게 낱낱이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진주 시민의 목소리로 의회의 역할을 방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도 무사한 권력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겠다.
2020년 12월 18일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