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과 개인성향에 관한 논쟁은 영원한 주제이긴 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혼란을 겪으면서 사건현장에 있는 개인의 영향에 대해서는, 더구나 미합중국의 경우에는, 이제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반론을 제기하지만, 하버드 대학의 Joseph J. Nye가 분명하게 주장하듯이 외교정책과 개인의 도덕적 배려는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당선된 것은 세계인에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차적으로 미국시민들이 이러한 전환의 계기에서 혜택을 누릴 것이다. 바이든의 개방적이고 대화를 즐기는 성품과 더불어, 그는 오랜 정치 경험 속에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합의를 이루어 내는데 노력을 경주해온 인물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바이든의 유연성을 별로 반가워하지 있으며, 그 또한 흠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그러한 실용적인 유용성이 그를 실수에서 벗어나게 하고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이끌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 그를 매몰차게 비판했던 카말라 해리스를 매우 예민한 자리인 부통령으로 지명한 사실이다. 젊은 세대와 대화를 공유할 수 있는 해리스의 장점이 바이든 행정부의 큰 자산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진보진영 역시 중도파로서의 바이든 명성이 미국사회가 필요한 절박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의 사례로 1960년도 중도적 입장을 취했던 존슨 민주당 대통령이 미국 역상에서 가장 전향적인 사회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사실이다.

존슨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바이든이 직면한 어려움은 연방의회의 강력한 야당반대이다. 민주당은 내년 1월5일에 결정되는 조지아 주의 두 상원의원 직을 차지하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의 결과가 상원의 과반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선거의 결과에서 보듯이 여유있게 과반을 지켜왔던 하원에서도 간신히 신승을 거두었을 뿐이다.

이에 더하여, 민주 공화 양당의 이념적 차이가 지난 십 수년간 더욱 크게 벌어져 왔으면서 양당 간의 협조와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에코노미스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입장이 정파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대상의 57%가 바이든이 적법하게 승리하였다고 믿는 반면에, 공화당 지지자들의 17%만이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외교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대통령의 위상이 결정적으로 장애물이 적다. 더구나 바이든 자신이 상원의 오랜 기간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서 8년간 외교분야에서 일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내각의 다수가 해외개입과 군사력 사용을 옹호하는 가운데, 바이든은 절제하며 신중한 결정을 요구해 왔으며 오바마가 이를 높이 평가했다. 이러저러한 이유와 배경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동안 바이든을 제2인자로 결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본인이 행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자주 언급하였다.

만약 바이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미국은 2011년 리비아에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점에 대해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중 최악의 실수였다고 자인한 바 있다 : 현재 리비아는 혼돈과 광란 속에 빠져 있다.

바이든 대외정책의 판단에도 실수가 없을 수 없다. 2002년 그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였고, 이에 대해 추후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백해무익하고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였고 미국의 일방적인 외국침공을 수치스럽게 받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은 외교선호를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사항으로 회복시키고 국무부의 위상을 다시 격상시키면서 다자주의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첫 번째 대외정책은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탈퇴를 중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어려움은 있겠지만 2015년에 맺은 이란 핵협정JCPOA에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전임자가 무력화시키려 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복원시킬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가 수많은 국제기구에서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백번이고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방향으로 시계추처럼 극적으로 반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또한 그것이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시민들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 군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반면에 국제적인 현안에 규범적으로 개입하기를 희망한다. 이점이 바로 세계가 미국에게 요구하는 역할이다: 매우 중요한 지도국가이자만, 유일한 국가이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

미중 간의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고, 중국은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의 속도를 유지해 갈 것이다. 트럼프 시절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6% 수준의 성장을 보여 왔고, IMF의 보고서처럼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재앙의 올해에도 중국은 주요 경제권에서 유일하게 양의 성장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이다. 바이든은 무시할 수 없는 국가와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는 유럽연합에 의존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최근 중국에 대해 쌍궤(양동)접근(dual approach)를 취하면서 현안에 대한 깊은 우려와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도 상호간의 이익을 존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유럽연합은 완곡한 표현이지만 대서양 양안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을 돈독히 하는 한편, 자신들의 전략적 독자성을 견지하면서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대선과정에 바이든이 ‘더욱 나은 재건의 길로 – build back better’라는 캠페인으로 공약하였듯이, 그는 경제의 개혁에 있어 단순히 2016년 방식으로 회귀하기 보다는 오래 누적된 구조적 현안을 개선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다.  국제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급한 대외정책 역시 같은 논리가 적용될 듯하다.

상기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바이든과 같은 열정적 공감대를 갖춘 지도자 필요하다. 그는 매우 예민한 현안들을 훌륭하게 해결해온 자신의 정치 경험과 역량에 대하여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바이든을 얕잡아 보고 비난해온 진영은 이제 그가 지신들을 감동시킬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1-22.

Javier Solana

유럽연합의 대외정책 및 안보관련 고위 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스페인의 외교장관과 나토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재는 스페인의 국제정치 관련 싱크탱크인 EsadeGeo의 대표직과 브루킹스 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