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신문 #최성고 발행인이 쓴 칼럼입니다. 아주 멋집니다.

2020년 12월 15일

지난 9일 개최된 성주군의회 제253회 정례회에서 '성주군 문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문화특화도시 지정을 통한 신바람나는 도농복합도시 조성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성주군의원 8명 중 8명 전원 기권이라는 해괴한 투표 결과였다. 한해 10억의 군비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기권의 이유였다.

 

올초 성주군은 예비문화도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향후 1년간 민간 주도형 문화예술 관련 활동상황을 평가해 내년 1월경 정부가 최종 문화도시로 선정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관내 44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1천50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 선정이 되면 향후 5년간 총 140여억원(국비 70억, 도비 20억, 군비 50억)을 문화특화도시 조성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군이 부담할 예산은 매년 10억원씩 5년간이다. 이는 올해 성주군 예산 5천220억원 대비 0.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무엇보다도 최종 선정을 위해서는 조례안 제정이 기본조건으로 돼 있다. 그러나 군의원들의 전원 기권 사태로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이번 사업은 상황 종료가 됐다. 사업 선정을 위해 민간이 주도한 1년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면서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군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연일 들끓고 있다.

 

평소 활발한 조례 발의도 없을뿐더러 성주군이 문화도시로 나아가는데 큰 걸림돌을 자처하면서까지 조례안 부결로 비난을 감수하는 군의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8명 전원 기권'은 조례안 내용에 대한 분석과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이며, 회피성 담합을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의 핵심인재들은 진보성향의 지역민들이 주류를 이룬다. 보수 텃밭인 지역에 야당 일색인 군의회, 과연 그들이 반대한 것은 '문화도시'였을까 '정치적 배경'이었을까. 정의와 명분이 있는 '반대'라면 수용될 수 있는 여지라도 있지만 '반대'의 가면을 쓴 '기권'은 그래서 더욱 비겁하며 그들의 자질과 역량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의회와의 적극적인 조율 없이 조례안을 상정한 집행부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긴 마찬가지이다. 당초 사업 진행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시점에서 집행부는 의회 뒤에 숨어 관망하지만 말고 주민과의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성주는 인구가 4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참외 재배의 위험은 상존하며 저인구로 인해 지역상권은 피폐해져 있다.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절실하며, 그렇지 않다면 인구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재생이나 경관사업 등 살기 좋은 성주를 만들기 위한 생활SOC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젊은 학부모들을 머물게 하고 청년들을 유입하기 위한 주민참여형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생동감의 부여가 묘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군의회가 군민이 깔아놓은 멍석을 걷어차며 좁은 울타리에 갇혀 가만히 있겠다는 무사안일주의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최근 비례대표 임기 나눠먹기와 관련해 지역정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며 신뢰를 잃어버린 군의회가 이번에는 군민과의 소통 없는 조례안 부결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역주민을 대변해 행정을 감시 견제해야 하는 군의회가 오히려 말썽을 일으키고, 군민 간 갈등을 야기하며 세금이나 축내는 일개 단체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우리는 희망이 없다. 신념과 역량 없는 주민 대표는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