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48%’ 계획, 15년 전 나왔다

2050년 48%까지 끌어올릴 목표

녹색성장·사대강사업으로 ‘물거품’

“에너지 수급조절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효율 향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에너지 효율이 낮은 석탄발전소를 축소하고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신할 소형 가스열병합발전 확대, 둘째 분산형 초소형 열병합발전소 보급, 셋째 건축물의 단열을 강화하고, 넷째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 …”

2005년 7월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당시 위원장 고철환)가 발행한 ‘국가 지속가능발전 전략연구’ 보고서(지속위 자료집 2005-15)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지속위 인터넷 자료실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 “풍력은 해상풍력 중심으로” =

이 보고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해 △2010년까지 1차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3%, 전력에서의 비율을 4%로 잡고 △그 뒤 10년마다 50% 이상 최대 100% 증가할 경우 △2020년 6% △2030년 12% △2050년 48%로 계획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는 “목표가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에너지 수요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렸다”며 “수요를 줄이면 그만큼 목표에 빨리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독일과 덴마크 사례를 들어 풍력발전의 대규모 보급을 제안했다. 2010년까지 새만금방조제, 제주도 등지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해 국내 풍력발전 생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상 풍력발전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새만금 일대(방조제 갯벌 바다)에 매년 150~200MW의 풍력발전을 설치(2010년 1000MW) △2010년 이후 서남해안에 매년 30~40%씩 풍력발전 증설(2020년 1만5000MW) △2020년 이후 해상풍력 매년 20~30% 증설(2030년 4만MW) 등이다.

이렇게 하면 2030년 풍력발전의 비율은 전체 전력수요의 24%에 이른다.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 풍력발전 종사자수는 2020년 5만5000명, 2030년 1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태양광은 지붕과 옥상 중심으로 =

태양광발전은 풍력발전보다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늘리면 상당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까지 ‘10만 태양주택 계획’ 완성(400MW) △이후 연간 40~50%씩 증가할 경우 △2020년 2000MW △2030년 8000MW(원전 8기 용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0.6% △2030년 2.3%로 늘어난다.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 태양광 관련 종사자가 2010년 1만명, 2020년 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풍력과 태양광 이외에도 바이오매스와 태양열 보급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태양열의 경우 “위도가 높아 태양에너지 양이 우리나라보다 30% 적은 독일에서 2050년까지 난방에너지의 11%를 태양열에서 얻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을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에 대해 보고서는 “태양이 1년 동안 지구에 보내는 에너지는 인류가 1년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1만5000배에 달한다”며 “한반도에 비치는 햇빛에너지를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800억배럴, 1㎡(제곱미터)에 130리터나 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97%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의 에너지 수급체계는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수급체계”라고 분석하고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에너지 안보 면에서 취약하고, 방사능 물질과 방사상 폐기물로 사회갈등을 부추기며, 에너지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체계”라고 평가했다.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체계 여전 =

그러나 보고서는 그냥 묻혀버렸다. 노무현정부는 무관심했고 MB정부는 아예 내팽겨쳤다.

지속가능위원회는 녹색성장위원회에 밀려 대통령 자문에서 환경부 자문기구로 격하됐다. 온 국민의 뜻을 모아야 가능한 에너지 전환은 녹색성장과 사대강의 수렁에 빠져들어갔다.

그 사이 바다로 갈 풍력발전은 낙동정맥(태백산맥)으로 갔고 도시의 지붕으로 갈 태양광도 농지와 산지로 갔다. 국민들 인식은 더 나빠졌다. 15년 동안 아파트와 자동차가 커지면서 온실가스배출은 더 늘었다.

2005년 당시 보고서 ‘에너지 전환’ 부분을 집필한 이필렬 방통대 교수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재생가능 전기 비중은 6.3%인데 그 절반 이상은 여전히 폐기물 소각”이라며 “순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3% 남짓한 상황에서 탈원전과 탄소제로를 얘기하니 반대진영의 공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먼저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독일 국민들이 탈원전에 찬성했던 것은 1990년 3.4%였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2010년에 17%로 증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일신문 남준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