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해양생태계의 시작점, 해안사구

 

물새들의 산란처, 동부지역 해안사구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국장

 

이번 세기말까지 전 세계 모래 해변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지구온난화 난개발로 인한 모래 해변의 유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모래 해변에 모래를 자연적으로 공급해주는 해안사구가 파괴되면서 모래유실은 더 심각해졌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해안사구가 많이 파괴된 곳이다. 2016년 국립생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사구의 80%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기록될 정도이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부터 회원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꾸려 해안사구를 조사 중이다. 그 결과를 매달 뉴스레터를 통해 싣고 있다.

 

바야흐로 철새의 계절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서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제주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11월 24일, 제주환경운동연합 해안사구팀은 동부 해안지역의 해안사구 중심으로 철새 조사를 나섰다.  종달리 갯벌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도 발견하였다.  해안사구를 포함한 제주의 해변은 물새들의 먹이터이며 산란처이기도 하다.  이번 회에서는 제주도내에서도 물새들이 특히 많이 찾는 동부지역 해안사구를 조사한 내용을 싣는다.

김훈 작가가 최근에 쓴 글에서 철새의 진정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멀리서 온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조국의 강토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한강과 아무르강, 서울과 바이칼호수가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부지런한 새들이 이 행복한 인연을 매개해주고 있다.”

그렇다. 철새가 여전히 제주도를 찾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제주도의 남쪽 아래인 열대지방에서 제주도로 날아오는 제비 등의 여름 철새가 있고 겨울이 되면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아무르강이나 바이칼호수 같은 추운 북부지방에서 날아온다.

그뿐만 아니라 수만km를 이동하는 도요새류들은 먼 길 가다 쉬어가는 중간기착지로서 제주를 선호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계절별로 변하는 식물을 통해서 보기도 하지만 철새의 지구적 규모의 이동을 통해서 늘 체험하고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새가 날아오는 곳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조류(텃새, 철새, 나그네새 등 모두 포함)는 총 537종이다. 이중 제주도에는 총 422종의 새가 있다. 국내 조류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422종의 새 중에는 텃새가 42종, 여름 철새 35종, 겨울 철새 90종, 나그네새 118종, 미조 128종, 기타 9종이다.

제주의 해안은 위 새 중 상당수의 새가 찾는 곳이다. 그래서 제주의 대규모 철새도래지는 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하도리 철새도래지와 오조리 철새도래지가 그렇다.

하도리와 오조리 사이의 종달리 갯벌은 먹이가 풍부해 물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오조리와 하도리는 새들이 휴식을 많이 취하고 종달리 갯벌은 먹이를 많이 취하는 곳이다. 그래서 하도리~종달리~오조리는 동부지역 철새 벨트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동부지역 철새 벨트는 주로 겨울 철새들의 먹이 공간과 쉼터이기 때문에 번식처는 아니다. 번식은 봄부터 여름 사이에 주로 이루어진다.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사는 텃새나 철새 중에서 번식하는 종수는 총 77종이다. 제비처럼 여름 철새는 대부분 내륙 쪽에서 번식한다. 그만큼 해양환경이 산란하기에는 환경적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해안에 알을 낳는 새들이 있다. 바로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이다.

그렇다고 제주의 모든 해안에 알을 낳는 것은 아니고 모래 해변에만 알을 낳는다. 더 구체적으로는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다. 해안사구에 주로 알을 낳는 조류는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이다. 초원에 알을 낳는 종다리도 해안사구에서의 산란이 확인된 적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흰물떼새의 경우는 제주도의 많은 해안사구에서의 산란이 확인되고 있다.


흰물떼새(사진:암컷)는 제주도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 대표적인 종이다.(사진 : 강창완)

# 제주도 해양생태계의 지표종, 흰물떼새가 사는 동부지역 해안사구
물떼새는 전 세계에 약 62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11종이 있다. 대부분 봄과 가을에 한반도와 제주도를 지나가는 나그네새, 겨울 철새, 여름 철새들이다. 이 중 흰물떼새는 여름 철새지만 제주도에서는 최근에 1년 내내 발견되고 있어서 텃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는 이처럼 철새였지만 텃새화된 새들이 여럿 있다.

흰물떼새는 도내 조류 중에서는 드물게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다. 해안사구가 이들의 고향인 셈이다. 주로 사빈과 바로 접하는 전사구, 1차 사구에 알을 낳는다. 흰물떼새는 보통 3~6월에 해안사구 모래 위에 둥지를 만든다. 특이하게도 바다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곳이나 염생식물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사람들이 쓰레기로 오인하게 하기 위한 생존전략일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해안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해안개발이 심화하면서 흰물떼새도 위기를 맞고 있다.


흰물떼새 어미와 새끼(사진 : 강창완)

최근에 코로나 19로 인해 제주도의 해안에는 사시사철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캠핑족들은 전도의 해안 곳곳에 텐트를 치고 있다. 조용했던 모래 해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모래 해변에 알을 낳는 흰물떼새의 알을 밟기 일쑤이고 가져가는 예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흰물떼새는 더 이상 해안사구에 알을 낳지 않고 떠나버릴 것이다.

그래서 흰물떼새는 제주 해안의 자연성을 가늠할 수 있는 환경지표종(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흰물떼새의 산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흰물떼새의 산란지라는 관점에서 동부지역 해안사구는 ‘흰물떼새 벨트’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산란이 확인되었다. 동부지역 사구 중에서는 표선 해안사구, 신양 해안사구, 종달 해안사구, 하도 해안사구 등에서 번식이 확인되었다. 그중에서도 하도 사구와 신양사구가 흰물떼새의 산란이 많이 확인되고 있다.
도내 해안사구 중 흰물떼새가 가장 많이 알을 낳는 하도 해안사구
하도리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도래지이다. 과거에 해안선을 가로지르며 갑문을 설치하였는데 이후 모래가 쌓여서 하도 해수욕장이 만들어졌다. 하도해수욕장 안쪽으로 내수면이 형성되어 숭어를 비롯하여 담수성 물고기, 게, 갯지렁이, 파래 등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또한 새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래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하여 수많은 겨울 철새가 이곳을 찾고 있다.


하도 해안사구(daum지도 캡처)

하도 철새도래지에서 북쪽으로 약 500m 떨어진 해안에 발달한 하도 해안사구는 길이 약 500m, 폭 60-80m 되는 작은 사구이다. 하지만 도로, 건물, 주차장 등 인공시설물로 인해 전사구와 배후사구가 단절되어 있다. 사구가 도로에 의해 단절되어 있고 배후사구의 면적은 작지만, 바닷가에 자라는 나무들로 작은 숲을 이루고 있고 전사구는 해수욕장으로 사용되지 않아 비교적 파괴가 덜하다.

전사구에는 갯메꽃,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금불초, 갯까치수영 등 염생식물이 풍부히 자라고 있다. 작은 면적의 사구이지만 동물상도 풍부하다. 국립생태원의 2015년 연구에 의하면 하도 사구에서만 조류 16종, 포유류 2종, 파충류 1종, 곤충 156종 등 175종의 서식 또는 도래를 확인하였다. 특히 조류 중 흰물떼새는 하도 해안사구의 전사구에 알을 많이 낳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하도 해안사구는 짧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도내 사구 중에서 가장 많은 흰물떼새의 산란이 확인되었다. 최대 10쌍의 산란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 등의 원인으로 인해 해수면 상승이 되고 있어 바닷물이 전사구를 점점 더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흰물떼새는 산란지를 육지 방향으로 더 옮길 수밖에 없다.

산란지를 더 위로 옮기다 보면 해안도로에 의해 사구가 단절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고 만다. 서식처가 해수면 상승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 중 해수면 상승이 가장 심한 곳은 성산 등 동부해안 지역이다. 사구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면 그곳은 더 이상 새들의 산란지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해안도로나 건물에 의한 사구 단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코로나 19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이 제주의 해안을 찾고 있는데 하도 해안사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흰물떼새의 산란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먼저 취할 수 있는 것은, 흰물때새의 산란 시기에는 1차 사구의 출입을 어느 정도 통제할 필요가 있다. 흰물떼새의 산란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사구 곳곳에 설치하고 밧줄을 이용한 경계선을 설치해 출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해안사구의 염생식물 사이에 알을 낳는 흰물떼새(사진 : 강창완)

# 사람과 차로 인해 훼손이 심한 신양 해안사구

신양 해안사구도 하도 해안사구와 마찬가지로 흰물떼새의 산란이 많은 곳이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흰물떼새의 서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도 해안사구보다 훨씬 큰 신양 해안사구는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이고 경관이 아름다워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성산일출봉의 화산쇄설물이 해안에 쌓여 만들어진 독특한 지층인 신양리층의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광치기해안이라고 불리는 곳도 신양 해안사구에 속해 있다.

신양리층과 신양 해안사구는 지질학적으로,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주 서부지역의 하모리층 ․ 해안사구와 함께 신양리층 ․ 해안사구는 습지 보전지역이나 문화재 지정 등 보전대책이 시급하게 필요한 지역이다.

신양 해안사구는 신양리층에 의해 생긴 모래언덕이다. 길이 3000m, 폭 70-180m 규모이고 사구 마루의 높이는 5-17m에 달하며 성산 터진목에서 신양 섭지코지 입구까지 발달한 대형 사구이다. 신양 해안사구 앞 해안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지 않아 해안사구는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국립생태원의 2015년 조사 결과, 신양 해안사구에서는 조류 37종, 포유류 4종, 파충류 5종, 곤충 177종 등 야생동물 226종의 서식 또는 도래를 확인하였다. 조류 중에서는 흰물떼새의 둥지와 알을 다수 목격했다. 드물지만 종다리도 신양 해안사구에서 알을 낳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작은 모래언덕 위에 수많은 생명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붉은바다거북의 사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신양 해안사구를 비롯한 해역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지만,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힘들 뿐 사람의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어 흰물떼새의 서식상황은 위태롭다. 이곳에는 사람뿐 아니라, 말도 키우고 있고 차량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사구 파괴가 심각하다. 특히, 최근에는 해안사구 중간에 야자 매트를 깔아서 방문객들의 길을 일부러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야자 매트를 깐 곳은 흰물떼새가 주로 알을 낳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 야자 매트를 치우거나 현재의 위치에서 더 위쪽으로 옮겨야 한다. 기존 산책로가 나 있는 데로 야자매트를 올려서 이곳에 사람의 발길에 의한 훼손을 막아야한다. 필요할 경우 흰물떼새가 주로 알을 낳는 1차 사구의 경계로 간단한 밧줄 울타리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흰물떼새의 산란처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못 들어가게 할 필요가 있다.

# 동부지역 해안사구를 흰물떼새와 바다거북의 생태교육장으로
흰물떼새의 산란처를 보호한다는 것은 비단 새 한 종의 보호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선다. 흰물떼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이들이 알을 낳는 해안사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제주도 해양생태계가 점점 더 파괴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흰물떼새의 보호는 많은 가치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선-신양-종달-하도 해안사구로 이어지는 흰물떼새 벨트 보호가 필요하다. 한 종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보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먼저, 신양 해안사구와 하도 해안사구의 흰물떼새 산란을 보호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함부로 해안사구로 들어가지 못하게 밧줄 울타리 등의 경계선 설치와 흰물떼새의 산란지임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가 필요하다.


갓 부화해서 나온 흰물떼새 새끼(사진 : 강창완)

신양 해안사구의 경우에는 이런 조치와 함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해안사구 위에 여러 갈래로 나 있는 길을 일원화해야 한다. 즉, 진입로를 한곳으로 통일하고 이곳으로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사구의 훼손과 흰물떼새 산란지 훼손을 막는, 위와 같은 기초적인 조치와 더불어서 최소한 이곳 동부지역 사구 벨트만이라도 흰물떼새 산란 모니터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흰물떼새가 많이 산란하는 하도 해안사구에는 흰물떼새 해설판을 설치하고 인근의 하도리 철새도래지와 엮어서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흰물떼새와 더불어서 또 하나의 생물을 추가할 수 있다. 바로 바다거북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산란지였던 중문해수욕장에서 최근 몇 년간 바다거북 방류행사를 하고 있다. 바다거북이 다시 알을 낳으러 돌아오게 만들려고 함이다. 하지만 요원한 일이다. 이미 중문 해수욕장 인근이 너무 상업지로 개발되어 있고 사시사철, 밤낮을 안 가리고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이들이 알을 다시 낳으러 들어오는 것은 힘들다.

오히려 하도 해안사구처럼 주변이 상업지로 개발되어 있지 않은 곳이 더 유리하다. 최근 몇 년간 바다거북 사체들이 신양해안이나 우도 하고수동 해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동부지역 해안에 바다거북들이 돌아다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은 알을 낳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 확보된다면 돌아올 수 있다. 바로 그곳이 하도 해안사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흰물떼새의 서식지와 바다거북의 도래를 유도하는 곳으로 하도 해안사구의 미래로 설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이를 통해서 생태관광을 활성화한다면 지속가능한 관광의 활로 사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