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주가 고향입니다. 성주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대구로 나갔습니다. 12년 전 대구와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 성주로 귀향했습니다. 조용히 살려고 가야산 산골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성주가 사드배치지역으로 발표됐고, 매일 1-2천명의 성주 주민들이 성주군청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했습니다. 성밖숲 집회와 8.15 삭발투쟁, 인간 띠잇기에는 3-5천명의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성주 군민 모두가 사드배치를 반대했을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촛불집회에 나가 발언을 몇 번 했는데, 사드배치가 성주지역 내 제3부지로 선정되면서 기존 투쟁위원회는 해산했고 제가 그 뒤를 맡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소 고발된 주민들의 뒷수습을 해왔고, 코로나사태가 오기 전까지 촛불집회를 666회째 진행해왔습니다.
사드가 롯데골프장에 임시 배치된 후 주민들은 분열했고, 서로 욕하며 심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후 5년이 다 되도록 “사드 하는 것들”, “데모꾼”, “좌파”라는 말을 들어가며 고향 땅 성주에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성주는 농촌이라 혈연, 지연으로 관계되어 있습니다. 서로 얼굴 안보고 살 것도 아니니, 사드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성주파리장서, 4.2독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제안하여, 함께 추진하며 주민들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국비를 지원받기 위하여 문화도시사업에 신청하여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됐고 지난 1년 동안 함께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사실, “사드 하는 것들”은 예비문화도시 “별의별 실험실 공모전”에 신청하여 활동한 단체와 모임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국비라는 것이 성주가 가져오지 않으면 다른 도시로 가는 것입니다. 경쟁이라는 것입니다. 국비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사드 하는 것들”이라며 성주군의회는 “문화도시 조례”를 100% 기권으로 부결시켰습니다. 찬성 의견도 없고, 반대 의견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왜 반대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국비를 지원받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성주군의회 몇몇 의원은 이런 사실은 안중에도 없고 “문화도시사업은 좌파의 마중물”이니, “사드 하는 것들이 다 해 먹는다”니 하며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아직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심지어는 “벌써 국비가 내려왔는데 다 해먹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사드 하는 것들”은 성주 군민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합니다. 고향 성주에 와서 좋은 일 하자고, 국비를 가져오기 위해 2년간 회의하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심사받고 했던 노력이 허망한 것이 아니라, 성주 땅에 같이 얼굴 맞대고 살면서 생각이 다르다고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군의원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문화도시, 하지 않으면 됩니다. 제가 무슨 득 보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거 안한다고 성주가 망하겠습니까? 그러나 예비문화도시 포기하면 앞으로 성주군은 국비 공모를 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주는 것도 거부하는데 누가 주겠습니까? 이 모든 책임은 현 성주군의회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사드 하는 것들은 이제 성주 군민에서 배제됐습니다. 잘난 성주군 의원님들 잘 먹고 잘살기 바랍니다. 평생 의원하는지 지켜 보겠습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당신들의 선입견과 편견때문에 고향 성주가 정말 징글징글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