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예정된 고리1호기 해체 기장군 공청회는 코로나 확산으로 일정이 연기 되었습니다.

[고리1호기 해체 계획 공청회에 따른 탈핵부산시민연대 기자회견]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 기정사실화 한 해체계획서 철회하라!

지난 7월과 8월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 공람에 이어, 주민의견 수렴 마지막 절차인 공청회가 오늘 기장군을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길 될 예정이다.

고리1호기 해체가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의 해체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의견 수렴 과정과 해체계획서의 내용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특정 다수가 볼 것이 두려워 현장공개만을 원칙으로 한 것도 모자라

블라인드 처리로 볼 것이 없는 해체계획서 초안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해체계획서 초안(이하 ‘초안’)이 공개되었지만, 초안은 동사무소와 구청 등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지자체와 한수원은 공람 사실을 충분히 홍보 했다 주장하지만 공람을 한 주민들의 숫자는 부산과 울산을 통틀어 100여명도 되지 않는다.

주민의견 수렴이 형식적 절차가 아닌, 보다 안전한 해체를 추진함에 목적 있다면 초안에 대한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초안의 온라인 공개가 거부되었고, 700페이지에 달하는 초안의 절반은 ‘기업의 영업 이익 침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정부와 한수원은 정보공개를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주민을 우롱해 왔다. 지금도 변함없는 정부와 핵발전 사업자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안전보다 해체산업 육성에만 혈안이 된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

초안의 내용은 실망을 넘어 위협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안전성과 수용성‧경제성을 모두 검토하여 즉시해체를 해체전략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짜 맞춰진 말잔치에 불과했다.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 시설을 기정사실화 한 해체계획서

해체계획서가 승인이 되면 고준위 핵폐기물을 인출하는 것이 해체의 첫 번째 단계이다. 해체전략의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평가되는 고준위 핵폐기물 인출과 관리는 그 방안이 없이는 해체 추진이 어렵다.

초안에는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저장시설’에 꺼내놓고 해체를 시작할 것이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논의는 부산지역에서 시작되지도 않았고, 졸속‧엉터리‧조작 재검토위 상황들로 평가해 봤을 때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부산지역의 동의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안은 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기정사실화 하며 즉시해체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는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다.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임시저장시설을 기정사실화 한 해체계획서는 시민들의 건강한 논의조차 가로막고 있다. 또한 핵폐기장과 다름없는 임시저장시설에 핵폐기물을 쌓아놓고, 발전소를 해체했으니 안전하다 믿을 시민은 단 한명도 없다.

우리가 잘 알아서 하겠다고 서술 된 해체계획서

뿐만 아니다. 안전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관심 방사성핵종’의 평과과정과 결과는 모두 비공개 처리 되었다. 중요도가 낮은 핵종과 국내분석 불가 핵종을 ‘관심 방시성핵종’에서 제외했다 기술했지만, 과정과 평가가 적절했는지 알수있는 어떤 정보도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해체폐기물은 자체처분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자체처분 방식과 모니터링, 후속조치에 대한 계획도 나와 있지 않아 시민들은 그냥 무조건 한수원과 정부를 믿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관리계획은 추후에 ‘절적한’ 설비를 도입하고, ‘개발하여 적용’하겠다는 식의 서술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고리 2~4호기 해체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해체계획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방안과 함께 해체전략 선정에 주요한 요소로 해체 비용을 검토하여야한다. 초안에 따르면 고리1호기 해체비용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월성1호기가 해체를 앞두고 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고리2~4호기 역시 수명완료와 해체를 앞두고 있어 한수원의 해체 비용 검토는 불충분해 보인다. 한수원은 매년 적립해야하는 해체비용을 충담금으로 기록해 놓았을 뿐, 실제 해체를 위한 비용은 1호기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 가지고 있다. 고리2~4호기는 영구정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계획으로 비용마련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운대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 시민질의에 말문이 막힌 한수원은 즉시해체 전략이 한수원이 채택한 것이 아니라 해체산업을 육성하고자하는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채택된 것이라 진술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진술이 아닐 수 없다. 한수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초안에 서술된 해체전략 평가가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짜깁기 한 보고서임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리1호기 해체는 해체산업이 아니다. 해체산업 육성의 주장은 껍데기일 뿐, 즉시해체는 결국 관련 집단의 이익을 위해 주민과 시민‧노동자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일이다.

정부와 한수원,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고리1호기 해체를 안전의 측면에서 다시 검토하고 다시 논의하길 요구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희생과 고통을 당연시 했던 과거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요구한다.

2020. 11. 30.

탈핵부산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