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제주의 목축문화 유산, 마을공동목장 4

습지의 초원, 삼달리마을공동목장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국장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목축문화유산인 마을공동목장은 그동안 100개 가까이 매각되고 개발되면서 현재는 51개만이 남아있다. 주로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중산간지대의 생태계가 함께 파괴되는 것이며 700여년 목축문화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조사 사업 중 하나로 마을공동목장의 환경성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 결과를 앞으로 매달 싣고자 한다.

지난 10월 18일, 동부지역에 있는 삼달리새마을공동목장(이하 삼달리공동목장)과 신례리마을공동목장(이하 신례리공동목장)을 찾았다. 삼달리공동목장은 빌레용암지대에 있는, 습지가 매우 풍부한 초원지대이고 신례리공동목장은 이승이 오름 자락에 있는, 해발이 높은 목장지대로서 숲이 울창하다. 이번 장에서는 삼달리공동목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 사료작물 재배와 풍력발전기를 임대하고 있는 삼달공동목장


삼달리공동목장을 조사중인 제주환경운동연합 마을공동목장 조사팀

삼달리공동목장은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1587 일대에 있는 공동목장이다. 하지만 현재 방목은 하지 않고 있고 사료 작물을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귀화식물이 다른 목장에 비해 매우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것은 초원 생태계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달공동목장은 사료 작물 외에도 1996년부터 풍력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현재 11개가 건설되어 있다. 풍력발전소 6기는 목장용지 내에 있고 5기는 삼달리 내 개인 사유지에 있다. 풍력발전을 통한 임대수익은 목잡조합 운영비를 제외하고 마을발전기금을 적립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시설은 이곳뿐만 아니라 도내 공동목장에 많이 설치되어 있고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목장들의 대부분이 중산간 평원 지대에 있는데다가 소유 면적인 넓고 주변에 인가가 없어 대형풍력발전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가시리마을공동목장에도 많은 대형 풍력발전기와 대규모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확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고유한 초원지대인 마을공동목장을 대형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로 덮는 것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만큼 마을공동목장의 고유한 목적이었던 방목을 하는 목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제주의 중산간지대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 습지의 초원, 삼달공동목장


삼달리공동목장 내 습지 중 하나. 멸종위기종인 순채가 서식하고 있다.

삼달리공동목장은 전형적인 제주의 초원지대로서 습지가 매우 풍부하다. 도내 수많은 마을공동목장에는 어김없이 습지가 있다. 방목하는 가축들에게 물은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중산간지대의 빌레용암지대는 습지가 발달하는 특징을 지닌다. 빌레용암지대는 넓은 바위지대이기 때문에 물이 고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삼달리공동목장의 지반. 용암동굴을 만드는 빌레용암지대로 이뤄져있다. 이런곳에는 습지도 많이 분포하게 되어 있다.

삼달리공동목장도 그렇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한 결과, 삼달리공동목장 지반의 많은 부분이 빌레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공동목장 곳곳이 습지로 이뤄져 있고 비가 오면 더 광범위한 지역이 습지가 된다. 이러한 곳에는 적은 물에도 살 수 있는, 검은솜아마존같은 습지성 식물들이 분포한다.

특히, 공동목장내 2곳의 습지에서 멸종위기종인 순채가 서식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 이제는 거의 보기 드물어진 습지식물인 남방개가 발견되었다. 남방개는 도내에서는 동백동산의 먼물깍에서만 발견된 상태이다.

이러한 생태적 중요성과 함께 지질적 가치도 크다. 현재 삼달공동목장 내에서는 동굴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하에 동굴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빌레용암지대인데다가 습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고 숨골로 추정되는 곳을 여러곳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지질용어로 파호이호이용암이라고 부르는 빌레용암은 용암동굴을 만드는 동굴이다. 드넓은 용암동굴 바위 지대 위에 오목한 곳에는 습지가 형성된다. 실제로 삼달공동목장 부근에 미천굴이 있다.


길이 2km에 달하는 미천굴. 삼달리공동목장 부근에 있는 일출랜드의 핵심 관광자원이다.(사진출처 :일출랜드 홈페이지)

미천굴은 현재 일출랜드의 소유로서 이 동굴자원을 이용해서 관광지를 만든 곳이다. 미천굴은 길이 1,695m의 대형동굴이다. 현재 제주의 지하세계는 인간이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지하의 동굴을 사람에게 엑스레이 찍듯이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삼달공동목장 내에도 미천굴의 가지굴이 분포할 가능성이 높다.


삼달리공동목장 내 습지.

또한 이곳에 많이 분포한 숨골은 땅이 숨을 쉰다는 의미의 제주어이다. 숨골은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이 숨골을 통해 동굴로 바로 유입되는 것이다. 지하수의 주 충전지점이면서도 반면에 폐수가 들어가면 바로 수질오염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삼달리공동목장 내 습지. 가뭄이 길어져 바닥이 드러났다. 그 위로 진흙풀이 단풍든것 마냥 붉은 장면을 연출한다.

삼달리공동목장 초원지대 위에는 섬 형태의, 돌무더기와 나무가 있는 곳이 여러곳 흩어져있다. 왜 이곳은 사료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섬처럼 남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이곳이 바위가 모아져 있는 곳이어서 개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런데도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은 지면의 균열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숨골을 의미한다. 이처럼 삼달공동목장안의 숨골로 추정되는 섬들은 지하수의 유입뿐만 아니라 곤충과 파충류들이 서식하는 비오톱(작은 생물 서식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삼달리공동목장에서 발견한 줄장지뱀. 먹이를 꽂아두는 습성이 있는 때까치가 줄장지뱀을 가시에 꽂아놓았다. 그만큼 이 일대 생태계가 건강함을 보여주고있다.

이처럼 삼달리공동목장은 수많은 습지의 분포지역이며 동굴의 분포가능성도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개발 사업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형 풍력발전기도 예외가 아니다. 개발의 방식이 아닌 초원지대와 습지를 활용한 생태관광 방식으로도의 활용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삼달리공동목장 내의 물이 메마른 습지에서 발견한 청개구리. 긴 가뭄에도 불구하고 청개구리는 물이 없는 습지에서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초원지대에서 습지는 오아시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