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
- 전면적이고 온전한 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촉구한다 !
1.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 때부터 ILO 핵심협약 중 비준하지 않은 기본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및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호), 제29호 및 제105호(강제근로 금지) 협약을 비준하고,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국내법 개정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6월 30일, 정부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그 정신에 부합한 법 개정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해고자·특수고용노동자·공무원에게 제약되어온 노동3권을 부여하고,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수차례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안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합 할 권리,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등 ILO로부터 권고받아 온 내용의 핵심인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조합 할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권고받아 온 노조설립 신고제도 개선, 공익사업장의 파업권 보장, 파업의 민·형사책임에 관한 내용은 모두 누락되어 있다.
3. 해고자·실업자에 대해서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는 극도로 제한하였다. 정부는 해고자에 대해서도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개정하였다고 하나 정부안에서는 사업장 출입과 임원 피선거권 등 조합원의 핵심적인 권리는 제한해 놓고 어떤 권리를 보장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노동조합 임원의 피선거권에 대해 사업장 소속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완전히 자유로운 대표 선출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ILO 전문가 위원회 역시 노동조합이 자유롭게 정한 규약에 따라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2006년 12월 30일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사 당사자나 상급단체 이외의 제3자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는 것을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ILO 기준에 따라 폐지한 바 있다. 정부안은 2006년에 이미 ILO 기준에 따라 폐지하였던 것을 훨씬 더 제한하는 방식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는 노조법 개악에 다름 아니다.
4. 정부안에서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복수노조 체제에서 소수노조는 종전 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교섭을 위한 활동을 아무것도 못하고 고사될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편, 소수노조가 조직 활동을 통해 조합원이 늘더라도 새로운 교섭이 열리기까지 타임오프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즉,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게 되면 단순히 노사 간 평화의무 유지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게 되는 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리라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이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였다.
5. 정부안에서는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대통령령이 정한 시설에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점거를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쟁의행위권의 보호 취지에 따라 허용되어 왔던 부분적·병존적 점거조차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 내 평화로운 피케팅, 현장 순회,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 감시 등도 불허하게 되어 단체행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는 전혀 관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병존적 점거를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6.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에 우리 노조법이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ILO의 권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ILO의 권고와는 상관도 없는 내용이 개악안으로 포함되어 있다. 현재의 정부안은 절대 ILO 핵심협약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정부의 개정안이 진정으로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면 즉시 정부안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끝.
2020. 10. 29.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