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제”가 계속 요란하다.

본디 우리나라도 제헌헌법 제정 당시 감사원 설치에서 미국 방식을 검토하였다. 미국 방식이란 의회에 감사원을 설치하고 감사원이 감사를 1년 내내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체제인 한국의 특성으로 결국 미국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감사원(심계원)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였다.

그리고 1962년 헌법에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의 ‘명목상의’ 허울 좋은 헌법기관일 뿐이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이런 감사원은 지구상에 한국 외에 없다.

 

모든 감사보고서 일반에 공개, 독일 검사원

독일의 연방회계검사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어느 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독일의 연방회계검사원은 1948년 제정된 독일연방기본법 제114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상 최고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연방회계검사원 원장은 임기가 12년이고 단임제이며, 연방정부의 제청으로 연방의회에서 비밀투표로 선출하고 연방의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표를 득표한 자가 선출되고, 대통령은 선출된 자를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

공공기관 감사에 있어 연방회계검사원 및 그 직원의 임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건은 요구일로부터 일정한 기한 내에 반드시 제출되어야 한다. 이때 자료제출 의무는 문서가 현존하지 않지만 정상적인 행정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경우에 있어 그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즉, 감사 대상기관은 요청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의 제출을 단순히 거부할 수 없고 이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만약 감사직원의 정보요청 요구에도 불구하고 감사대상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감사직원은 즉시 이를 상부에 보고하여 직원회에서 조치를 결정한다. 감사 기준은 적법성, 경제적 효율성 그리고 능률성이다.

감사보고서는 모두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로써 일반 국민들의 감시가 활성화될 수 있고, 감사 직원에 대한 로비활동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감사기관에 대한 개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 감사원, 모든 공공기관이 지출계산서와 증빙서류 제출, 전수 감사 효과

프랑스 감사원은 입법, 행정, 사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존재한다.

감사는 행정 각부 기관으로부터 모든 지출계산서 및 증빙서류 원본을 제출받아 실시한다. 원칙적으로 3~5년 동안의 회계집행 사항을 전수 감사하도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인력 및 시간적 제약으로 전체의 1/4 정도를 표본 추출하여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계산서 및 증빙서류를 제출받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전수 감사를 받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프랑스 감사원의 구성원은 판사와 동등한 신분 보장을 받으며 봉급도 일반 공무원의 두 배 정도를 받는다. 이들은 권력이나 감사대상 기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오직 감사 업무의 성과에 의해서 자신의 고과(考課)가 평가된다. 자크 시라크와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도 일찍이 재무감사 직군으로 활동하여 명성을 떨쳤으며, 이는 권력이나 감사대상 기관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것이 사회적인 입신양명의 지름길로 인식되는 프랑스의 풍토를 그대로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였다.

 

미국은 회계감사원의 존재로 국가가 제대로 돌아간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원래 재무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견제 및 행정부의 국가운영 상태에 대한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마침내 입법부에 이전되었다.

192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 제7장에 의하여 회계감사원이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말할 의무를 가진 독립된 기관”으로 규정되어 설치되었다. 회계감사원장은 상하 양원 각각 5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 동의를 거쳐 임명하며 임기는 15년 단임이다. 대통령은 추가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연방정부의 예산 지출과 운영에 대한 감사를 임무로 하며, 연방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회계감사원 업무의 10%가 회계 감사이고 나머지 90%는 사업 평가가 차지하고 있다. 회계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수시로 모든 상하원 의원과 행정부에 제출된다. 그러므로 미국 의원들은 우리처럼 매년 시끄럽게 국정감사를 하지 않아도 이 감사보고를 통해 각 부처의 운영상황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의정활동을 펼친다.

회계감사원은 자료 접근권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회계감사원의 권고는 4년 내 70%가 받아들여져 집행되고 있을 정도로 권위를 지닌다.

 

제대로 된 감사원이 존재하면, 나라도 제대로 돌아간다

감사원이 진정한 감사원으로서의 위상을 지니려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독립적인 기관으로 되거나 혹은 미국의 경우와 같이 의회 소속으로 되어야 한다. 의회 소속의 경우에도 ‘감찰’의 기능은 행정부에 그대로 남겨두면 된다. 참고로 미국은 행정부에 감찰국과 공직자윤리국을 설치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에 준하는 감사와 철저한 자료제출, 감사보고서의 완전한 공개 그리고 감사원장 임기의 연장 등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감사 시스템을 도입, 강화하여 국제 기준에 부합시켜야 할 것이다.

진정 감사원다운 감사원이 제대로 서게 되면, 나라도 제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왜곡되어 있는 감사원은 계속 왜곡된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