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해안사구 중간 조사 결과 발표

“환경부에서 확인된 사구보다 더 많은 사구가 있었다 ”

“해안사구 개발로 해수욕장 기능 상실이 심각하다 ”

“제주도는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대책을 수립하라 ”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해안에 많이 분포하고 있지만,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국내의 해안사구와는 생성배경부터 생태환경과 경관, 지질적 특징도 다른 독특한 사구이다. 그것은 제주도가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화산활동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런데 2017년 국립생태원의“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 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도 해안사구가 가장 훼손이 많이 된 지역이었다. 무려 과거 면적대비 82.4%가 감소하였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해안사구는 국내 습지보전법상 연안 습지에 속하지도 않고 다른 법률에서도 보호장치가 없을뿐더러 제주도 당국도 해안사구에 대한 별다른 보호 대책이 없어 그동안 제주의 해안사구는 속수무책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중점사업으로 해안사구 보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보전 운동의 하나로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올해 2월부터 시작하여 올해 말까지 진행 예정이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올해 말에 조사결과를 토론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일단 그동안의 조사를 정리하여 중간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하여 발표하고자 한다.


안덕면 사계리의 설쿰바당의 해안사구(용머리옆)

  1. 환경부에서 놓치고 있는 해안사구가 더 많이 있었다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189개의 해안사구를 목록화하여 5년마다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14개의 해안사구 지점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결과 해안사구는 더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서부 대정지역의 경우 환경부는 하모리 사구와 사계 사구만을 목록에 넣었지만,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황우치 해변과 설쿰바당 해안사구도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었다.

동부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월정 해안사구의 일부였지만 개발 때문에 단절된 섬 형태를 보이는 구좌읍 한동리 단지모살 사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목록에서 빠뜨렸다. 구좌읍 세화리도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마을 안에 큰 사구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이곳들도 사구에서 제외하였다. 섬 지역인 우도도 하고수동 배후에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지만, 이 또한 목록에는 없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제주도의 해안사구 훼손율을 82.4% 이상이라고 했는데 이는 좀 더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제주도 해안사구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일정 부분 훼손된 사구 대부분을 사구로 인정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구 관리대상에서 빠지게 되고 결국 개발될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팀이 보고서에 나온 훼손된 사구를 조사해본 결과 비교적 대규모로 남아있는 사구들이 꽤 있었다. 월정 해안사구의 경우에 개발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지만 내륙 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가 섬처럼 남은 연대봉 사구(행원리)와 단지모살 사구(한동리)가 큰 규모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를 월정 사구로 포함하지 않고 사구가 훼손되어 사라진 것으로 단정 지어 버렸다. 그 결과 월정 해안사구의 현재 범위를 월정해수욕장 배후지대 일부로만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나 다른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일정 부분 사구 훼손이 진행된 곳이라 하더라도 사구가 남아있는 곳들은 해안사구 목록에 포함해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1. 해안사구 개발로 인한 해수욕장 기능상실이 심각하다

이미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지만, 도내 해수욕장의 모래유실은 심각하다. 이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항만개발, 방파제 축조로 해류 흐름이 바뀌어 버리면서 모래유실이 일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수욕장(사빈)의 모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모래유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녕해수욕장, 곽지 해수욕장, 월정해수욕장 등이 해안사구 파괴로 인해 해수욕장 기능상실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곳들이다.

월정 해안사구는 지난 10년간 상업시설이 크게 확장되면서 해안사구가 단기간에 상당히 많이 파괴된 해안사구 중 하나였다. 1차 사구는 이미 상업시설이 잠식했고 2차 사구 지역도 대규모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월정해수욕장도 모래유실이 되면서 모래 속에 있던 빌레(넓은 암반)가 드러나고 있다. 이 상태로 오래 간다면 월정해수욕장의 기능도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관광개발사업으로 인해 해안사구가 사유화된 곳도 있었다. 섭지코지 해안사구를 조사해본 결과, 섭지코지 자체가 붉은오름과 해안사구의 결합체였다. 하지만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사업이 진행되면서 섭지코지 해안사구 일부에 호텔 등 대형관광지가 들어서 버렸다. 또한, 도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2차 해안사구가 발달한 곳이 섭지코지인데 이 지역은 휘닉스아일랜드의 뒷마당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사실상 해안사구가 사유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1.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독특한 해안사구가 훼손이 심화하고 있다

제주도 서부지역의 송악산은 4,000년도 채 안 된 젊은 화산체이다. 이 송악산이 분출하면서 나온 화산재가 바다에 쌓여서 만들어진 지층을 하모리층이라고 한다. 선사시대 사람 발자국이 발견된 중요한 지질층이고 지질학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모리층은 송악산을 중심으로 동서쪽 해변으로 10km 이상 퍼져있다.

이곳 해변은 하모리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곳 해안사구도 해안도로, 각종 건축물, 항만개발로 훼손이 많이 된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하모리층이 분포해있는 황우치 해변의 사구도 화순항 개발사업으로 상당량의 모래가 유실되었고 이를 개선하려고 170억 원 이상의 공사비를 들여 수중 시설물(잠제)과 양빈사업을 했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동부지역의 성산일출봉과 신양리층도 그렇다. 성산일출봉은 5,000년 정도밖에 안 된 아주 젊은 화산체이다. 성산일출봉에서 나온 화산재가 바다에 쌓여 만들어진 지층이 신양리층인데 경관적으로도,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이 신양리층과 신양 해안사구가 어우러져서 경관이 압권이다.

신양해안사구는 염생식물도 매우 풍부할뿐더러 흰물떼새가 둥지를 많이 트는 곳이다. 다행히도 신양해안사구는 현재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은 힘들다. 하지만, 신양 해안사구에 대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사람과 차량에 의한 훼손이 심하고 이곳에 깃들어 사는 흰물떼새도 서식상황이 위태롭다.

  1.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수많은 생물의 서식처이다

제주도의 해안사구에는 내륙에는 없고 짠물에 살아가는 독특한 염생식물 군락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염생식물이 해안사구를 덮으면서 모래유실을 막는 역할과 함께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모슬포 사구에서 환경부 멸종위기 식물인 갯대추 군락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육지에는 살지 않는 독특한 염생식물과 멸종위기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또한, 제주의 해안사구에는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가 둥지를 튼다. 특히 흰물떼새는 사구가 비교적 잘 남아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둥지를 틀고 있어서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중요한 서식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안사구가 관리되고 있지 않은 데다가 산란기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출입이 빈번해 흰물떼새의 번식에 방해가 되고 있다.

또 하나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바다거북이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바다거북은 연안 해역을 좋아하며, 태평양을 횡단하여 멕시코까지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은 5~8월 밤에 모래 해변에 올라와 알을 낳는다. 이들이 알을 낳는 곳은 해안사구나 인접한 사빈이다.

하지만 2007년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알을 낳은 것이 국내에서 마지막 산란 흔적이다. 그 이유는 모래 해변의 대부분이 대규모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거나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거북의 번식기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낮과 밤 상관없이 모래 해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알을 낳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이처럼 바다거북이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된 이유는 제주도뿐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모래 해변이 상업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매년,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들을 방류하는 행사를 했지만, 이들이 다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으로 돌아와 알을 낳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바다거북뿐 아니라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 흰물떼새 등의 서식상황을 좋게 하려면 최소한 번식기에는 출입을 일정 부분 통제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카이후군에 있는 오하마 해안은 길이 약 500m의 백사장인데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이다. 이 해안은 1967년에 ‘오하마 해안의 바다거북 및 산란지’로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하마 해안에서는 5월부터 8월일까지 붉은바다거북의 산란 기간 동안은 백사장과 주변 도로의 통행금지 등의 규제가 강화된다.

대신에 오하마 해안에 히와사 우미가메 박물관 ‘카렛타’라는 바다거북 전문 박물관을 만들어 생태관광지화하였다. 중문 해수욕장에서 매해 바다거북 방류행사만 할게 아니라 오하마 해안의 사례처럼 실질적인 바다거북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생태관광지화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

  1. 해안사구로 인해 용천동굴 등 독보적인 동굴이 형성되었다

월정리의 용천동굴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굴이다. 그런데 이 용천동굴의 화려한 동굴생성물과 경관을 만든 원인은 땅 위에 있다. 바로 동굴 위에 자리 잡은 월정 해안사구와 김녕 해안사구이다.

용천동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위 석회 동굴’이다. 위 석회 동굴이란 용암동굴이지만 용암동굴 내부에 도외 지역의 석회암 동굴처럼 석회 동굴 생성물이 형성되어 있는 동굴을 말한다. 이처럼 용천동굴 속에 화려한 석회 동굴 생성물이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지상에 해안사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안사구의 모래 속에 함유된 석회성분이 오랜 세월 동안 빗물에 녹아내려 용암동굴 속으로 스며들었고 기기묘묘한 석회 생성물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용천동굴뿐만 아니라 1995년, 농경지 정리 작업 중에 발견한 천연기념물 당처물동굴도 월정리의 지하 속에 있는데 이 동굴도 해안사구로 인해 화려한 동굴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의 모습을 갖게 한 월정 해안사구와 김녕사구는 상당히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한림의 협재굴 등의 동굴 군락도 마찬가지이다. 동굴 군락 위로 협재 해안사구가 있어 독특한 석회 생성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협재 해안사구 위로는 오래 전에 한림공원이 들어섰고 10년 전에는 라온프라이빗 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사업이 진행된 상태이다.

  1. 제주도 해안사구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정책이 세워져야

현재 전국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해안사구는 환경부 지정(생태․경관보전지역, 국립공원, 습지보호 지역) 사구 32개, 문화재청 지정(천연기념물) 사구 4개, 해양수산부 지정(해양보호구역) 2개로 해안사구 및 주변 지역을 합쳐 38곳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 군데도 지정된 곳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보호지역이나 문화재로 지정된 곳보다 가치가 낮지 않다. 신양리 해안사구나 사계 해안사구의 경우 신양리층과 하모리층과 연계해서 문화재나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해안사구들이다. 이 사구들에 대한 가치를 제주도가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과 의지가 없을 뿐이다.

그나마 신양해안사구, 하모 해안사구, 중문 해안사구, 사계 해안사구, 표선 해안사구 중 일부분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사업이 어려운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이외 대부분 해안사구는 개발에 언제든 노출된 상태이다.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막을 제어장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 조간대 대부분은 공유수면으로 지정되었고 개발사업은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행정당국의 개발(해안도로 등)을 제외하고는 개발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해안사구는 공유수면에 해당하지도 않고 국내 습지보전법에 연안 습지의 범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육지와 해안의 중간지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관리가 애매한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주도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 해안사구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보호지역 지정도 필요하다. 환경부, 문화재청, 해양수산부에 의한 보호지역 지정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먼저 도내 사구 전수조사를 통하여 가치가 높은 사구를 선정하고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 차원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해안사구 보전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 조례의 개정을 통해서 해안사구를 보전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내 해안사구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첫 번째 단추가 될 수밖에 없다. 전수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보전정책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

 

2020.10.21.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