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미세먼지와의 전쟁

 

-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기억하는가? 1990년대 후반 인천 도심 곳곳에 내걸린 전쟁(?) 관련 현수막을. 평화와 전쟁 반대 등 거창한 의미의 플래카드가 아니다. 그것은 ‘먼지와의 전쟁’이라는 인천시의 단호한 환경정책을 알리는 플래카드였다.

 

당시 인천은 미세먼지의 대기오염도가 전국 대도시 가운데 최악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결과는 실패였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인천시는 또다시 제2의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런던과 도쿄 등 선진국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마라톤 등 야외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미세먼지의 대기 중 농도는 7대 광역시 중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인천 전역을 떠돌며 호흡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황사의 횟수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 고원, 북동부 지역에서 일어난 이 흙먼지는 중국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중금속 물질까지 더해져 한층 독해진다. 한마디로 인천은 첩첩산중이다.

 

이런 상황에 또다시 더 엄청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시설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인천 영흥석탄화력발전소 7·8호기 증설이다. 초기 영흥화력 7·8호기는 LNG발전소로 건설되기로 약속됐지만 경제적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 석탄화력으로 변경 요청돼 진행 중이다.

 

만약 영흥 7·8호기가 석탄발전소로 지어질 경우 해마다 약 42t의 미세먼지를 대기 중에 배출하게 된다. 이는 현재 7만 대에 이르는 서울시 전체 등록 택시 대수의 갑절 가까운 12만7천여 대의 경유 택시가 직접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같은 양이다.

 

게다가 연간 1천213t의 황산화물과 872t의 질소산화물도 대기 중에 배출돼 물리화학적 반응을 통해 또다시 미세먼지로 전환된다.

 

현행법에는 유해물질을 초과 배출하면 일반사업장들은 조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는 단순히 과징금만 물리는 예외 혜택을 받아 행정관리도 어렵다. 결국 인천은 헤어나올 수 없는 미세먼지의 재앙으로 빠져든다.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입자의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를 통칭하지만, 최근에는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를 주로 건강상의 치명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머리카락보다 30배가량 작은 PM2.5는 세포벽을 직접 통과해 여러 신체 기관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PM2.5를 1급 발암물질로 구분한다. 이와 같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가 돼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고 폐질환, 심장병, 폐암 등의 원인이 된다.

최근 인천과 유사하게 24시간 내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돼 있는 충남 당진의 한 마을의 경우 30년 이상 거주자 200여 명 중 24명(13명 사망)이 발전소가 들어선 1999년 이후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평균 암 발병률(2.2%)보다 무려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인천은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공동 연구해 발표한 것만 봐도 석탄화력발전의 위해성은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3기에서 나오는 PM2.5만으로 뇌졸중·심장병·폐질환·폐암 등에 걸려 연평균 최대 1천600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미세먼지 건강위험성 정량적 평가 모델에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PM2.5 발생량·예상 배출량을 넣어 계산한 결과다.

 

현행법에 인천 영흥도는 청정연료 사용이 의무화된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흥도에 들어선 영흥화력 1~6호기는 모두 석탄화력이다. 항상 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해서 법을 무력화시켰다. 저렴한 전기 공급을 앞세운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회사의 경제성 논리에 환경 논리가 늘 밀린 탓이다.

시민의 건강을 항상 생각하지 않은 무관심한 행정당국의 책임도 크다. 그간 미세먼지에 대한 전쟁은 흉내만 냈다. 이제 진짜 전쟁을 할 때다. 오로지 인천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책임행정을 펴면 된다. 그러면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