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 – 한국여성재단 20년의 기록
이혜경·홍미희·김은희 외 한국여성재단 엮음
한국여성재단은 돈을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면 됐지, 누가 읽으라고 책으로 발간했을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선한 일을 하라 했는데, 어쩌자고 재단은 이런저런 좋은 일을 했다는 책까지 써서 세상에 알린단 말인가? 질문 속에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은 가장 언제나 새로운 모험이다.
우선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는 재단 사용 안내서였다. 여성운동을 하며 갑작스러운 힘든 일을 만나면 여성재단에 연락해라. 여성재단은 여성운동이 돌파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역동적으로 지원해왔다. 애초부터 여성재단은 여성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마음먹고 만들어진 맞춤형 재단이었다. 홍미희는 그러한 역사를 촘촘하게 소개했고, 김은희는 그런 여성재단을 벗다리, 비빌언덕, 밑둥이라 칭했다. 여성운동가들이 수시로 들랑거리며 친해야 할 곳이다. 여성재단을 여성운동가들의 든든한 지갑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성재단은 여성 임파워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다. 지혜로운 큰언니 같다.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을 서로 연결하고 자조집단을 만들어 고립되지 않고 실질적인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함께 있어야 억울한 뒷담화도, 필요한 정보도 구하지 않는가?
1999년 12월 6일 한국여성재단 설립을 위한 ‘한국여성기금추진위원회’ 발족식 모습
송다영은 여성재단이 여성을 자부심을 가진 주체로 만드는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었다. 여성운동과 닮아있다. 여성재단은 여성교육을 임파워의 중요한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중간리더 교육, 활동가 대학원교육, 각 대학기관을 통한 여성운동가 교육 등 전략이 다양하다. 김영선은 교육과 연관된 재단의 역할을 소개한다. 재단은 심지어 여행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탈진 소진되지 않으려 버티는 여성 운동가들을 재충전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성운동가들을 지원하려고 애쓰며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여성재단 홈페이지 방문 운동을 하면 좋겠다. 여성들의 공공재가 아닌가?
재단은 오랫동안 ‘여성회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름이 너무 평범해 무슨 회의를 하는 것일까 싶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려고 물처럼 투명한 이름을 썼나보다. 소비로 자신을 나타내며 경쟁에 익숙한 젊은 페미니스트, 국가의 전략으로 제도화된 페미니즘을 누렸던 중년세대, 김엘리는 이런 불편한 만남이 변화의 현장으로 나가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를 읽고 나니 재단을 더 많이 알고 싶다. 이곳이 우리들의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문득, 이렇게 대놓고 재단이 여성운동 편을 드는 데, 여성재단 편을 누가 들까 되묻게 되었다.
최형미 여성학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여성신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310&aid=0000080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