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같이는 오늘 오전 11시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의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비거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없으며, 진주시 주장대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더라도 성주가 성을 버리고 도망간 설화는 진주역사의 자긍심에 먹칠을 하는 일입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기자회견문]

진주시는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

-1,270억 원을 쏟아 부어 역사에 남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싶은가

진주시는 역사적 근거와 실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비거테마공원’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조규일 시장이 망경동 일대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비거테마공원’ 조성사업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는 망경동 일대에 5년간 총 1,270억 원을 투입해 비거 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가 사업계획을 처음 밝힐 때는 마치 하늘을 나는 수레 ‘비거’가 진주성 전투 역사에 정사로 기록되거나 고증을 거쳐 사실로 입증된 것인 양 거창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비거’의 실체를 입증할 역사적 기록물은 없으며, 비거가 언급된 몇몇 문헌들조차 임진왜란이 끝난 지 150년, 많게는 300년 후에 나온 것들이다. 비거의 모형이나 설계도가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영남의 고성’이라고 할 뿐 진주성에서 날았다는 이야기도 없다. 신경준(1712~1781)의 여암전서는 “영남의 한 고성이 왜군에게 포위되자, 한 인물이 평소의 재간을 이용해 성의 우두머리에게 비거의 법을 가르쳐 이것으로 30리 성 밖으로 날아가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역사학자나 비행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조선시대에 자체 동력으로 하늘을 날아 30리(12Km)를 비행했다는 이야기는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주시는 ‘역사’에서 ‘스토리텔링’으로 말을 바꿔가며 비거테마공원 사업 추진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쟁 중에 성주가 비거를 타고 성 밖으로 날아간 스토리는 진주성전투의 왜곡이며 진주시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오히려 훼손할 뿐이다.

비거테마공원 사업 추진 배경에는 ‘장기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지구지정을 해제한다’는 ‘도시공원일몰제’의 영향이 있다. 도시공원 해제를 앞두고 있는 망진상 일원을 시비 700억 원을 들여 사들이고, 주차장과 부대시설 조성 등에 100억 원을 들여 총 800억 원을 시비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스호스텔, 모노레일, 짚라인 등 수익이 예상되는 놀이 휴양시설은 민간자본 470억 원을 끌어들여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출발은 거창하게 했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사업 내용들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것들이다. 비거모형을 얹어 ‘비행(글라이딩)’이라고 이름붙인 ‘짚라인’은 아시아 최장 길이라는 하동 금오산을 비롯해 경북 문경, 여수, 용인, 단양, 군산 등 지자체들이 판박이로 설치하고 있는 놀이시설이다. 게다가 조규일 시장이 민간자본을 포함해 총 4,000억 원을 들여 조성하겠다는 ‘진양호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도 짚라인 설치계획이 들어있다.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좁은 진주시에 2개의 짚라인이 들어서는 꼴이 된다.

시는 놀이 휴양시설과 더불어 ‘과학탐방 공간’, ‘과학역사 체험 공간’, ‘축제문화 공간’이라는 이름의 과학체험 공간도 운영하겠다고 한다. 역사 기록물에는 비거의 구체적인 형태, 원리나 설계도가 없기 때문에 모두 상상력에 기반할 수 밖에 없다.

상상된 허구와 전래동화 같은 판타지는 진주시 관계자가 밝혔듯이 ‘스토리텔링’으로 그칠 일이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자존감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던 ‘비거’이야기가 각색되고 과장되어 ‘역사’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된다면 결국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진주시는 8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과 470억 원이라는 민간자본까지 유치해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조롱거리를 만들고 싶은가.

조규일 시장은 역사적 고증이나 입증할 자료도 없이 오직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비거’에 ‘역사’와 ‘과학’이라는 허울을 덮어씌운 ‘비거테마공원’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사업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

2020년 7월 2일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