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 도시텃밭은 도시의 생명공동체
입력시간 : 2014. 11.24. 00:00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금 신안동 굴다리 옆 철로변 사면을 일궈 만든 자그마한 텃밭에는 배추 상추 무 호박 깻잎 파 등 채소가 자라고 있다. 반대 편 사면에는 경작을 금한다는 팻말과 함께 야박하게도 철재 울타리가 처져 있고, 울타리 안에도 작물이 자라고 있다. 최근에 설치한 듯하다. 철로 주변 주민들, 아마도 어르신들이 그렇게 경작했을 것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도심 이곳저곳에 자투리땅이나 빈터에서 유사한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어르신들은 저런 공간도 채소 작물을 가꿀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자 직접 수확함으로서 가계비를 절약하고, 또한 소일거리도 있어 좋다고 할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경작은 본능인지 모른다. 그래서 비어있는 아까운 땅에 철도당국이 경작을 금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텃밭을 일구고 있다. 이런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께 안심하고 안전하게 텃밭을 일굴만한 곳을 찾아드릴 수 없을까.

시당국이 도시텃밭 나아가 도시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각 구청에서 주민들과 함께 경작이 가능한 자투리땅이나 공터, 공가나 폐가 등을 찾아서 그곳에 텃밭을 조성하면 된다. 동구의 농장다리 부근 푸른길 공원을 따라 조성된 상자텃밭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다소 예산이 수반되는데, 행정당국에서 도시농업 활성화나 주민복지 차원에서 이를 편성하면 가능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 등의 공간을 활용해도 채소와 같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각 학교 같은 곳에서도 옥상이나 학교부지 일부에 학교 텃밭을 일굴 수 있을 것이다. 도시 변두리의 버려진 논밭이 있다면 매입해 인근 주민들에게 텃밭용도로 분양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행정당국이 농촌에서 농민들에 대한 농업 지도를 하듯이 도시텃밭 조성 등에 대해 주민들에 대한 홍보와 선전도 필요할 것이다.

도시텃밭은 자그마한 공간에서 이뤄지지만 엄연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도시민들 스스로 가족의 먹을거리를 공급함으로서 가계에도 보탬이 되고, 소비위주의 도시문화에서 생산적이고 건전한 도시의 여가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도시텃밭은 도시공원처럼 작은 생태공간이다. 텃밭은 작물을 재배할 때 벌 나비가 불러오고, 도시의 하늘을 맑게 해주며, 음식물쓰레기 등 녹색폐기물의 재활용하는 효과 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농업과 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터가 될 수 있다. 또한 농업과 농촌의 대한 향수, 농민들의 애환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텃밭경작은 어르신들에게 하고 싶은 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는 복지효과도 있을 것이다.

도시농업은 대도시인 서울이나 인천 같은 곳에서도 정책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고, 일본이나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의 도시에서도 공유지 등을 활용해 도시민들이 안전하게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도시에서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행정당국의 정책적 의지일 것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미세먼지 등으로 얼룩진 도시에서 자란 야채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철로변이나 도심 자투리 공간에서 수확된 작물이 건강할까.’ 이런 걱정에 대해서도 도시텃밭정책을 추진 차원에서 행정당국이 안전성여부를 조사해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도심 철길 주변이나 일부 자투리 공간에서 토지의 관리자들은 경작을 금한다고 하고, 주민들은 경작을 강행하는데,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이런 갈등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안심하고 안전하게 작물을 재배할 땅을 확보하는 일이다. 각종 건축물이나 도로로 가득한 도시에서 만만찮은 일이지만 주민들, 시민들의 아이디아를 모아가면 가능한 땅이 얼마든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도시텃밭, 도시농업은 도시 생명공동체의 새로운 모습이다. 이를 살찌워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