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심화되는 먹거리불평등 집담회
* 본 집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전 진행된 행사로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급식이나 복지 시설의 급식 등 공공에 의존해왔던 취약계층의 먹거리 문제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환경정의연구소와 먹거리정의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취약계층의 먹거리 불평등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노숙인지원센터, 푸드뱅크마켓 관계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코로나19로 심화되는 먹거리 불평등’ 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 김순영 센터장이 집담회 좌장을 맡아, 참여자간 인사를 나누고 집담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은평구에서 은광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명자 센터장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은광지역아동센터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거의 쉬지 못하고, 센터를 운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센터에서 도시락이 제공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컵밥이나 컵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인근 복지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일주일에 3번 지역의 독거노인 10여 분에게도 도시락을 배달했습니다. 가정마다 톡으로 당일 도시락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서 공지하면, 아이들이 도시락을 가지러 왔는데, 초기에는 일회용기를 사용했지만, 5월부터는 도시락 용기를 아이들에게 직접 가져오게 하고, 넉넉히 담아 온 식구가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과일먹자’프로그램에서 과일을 제공받아 도시락과 같이 보냈습니다. 도시락을 매일 전달하면서, 날마다 아이들과 대면하고,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센터 운영도 같이 시작되었습니다. 은광지역아동센터는 초등~고등학생이 대상인데, 긴급돌봄이 시작되면서 청소년들이 때로는 초등학생들을 끌어가기도 하고, 선생님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아동센터는 쉬지 못하고 운영되었습니다. 필수 인력인 돌봄 선생님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점점 체력적, 심리적으로 지쳐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어, 성동구에서 도깨비방망이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경 센터장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충을 발표했습니다.
“도깨비방망이지역아동센터는 은광과 다르게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관련 종사자가 2명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지금까지 운영을 했습니다. 센터에 나오고 있는 아이들은 10~15명 사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지만, 내부에서 진행해오던 프로그램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씻기나 소독 등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고, 센터에 나오는 아이들 숫자가 감소하다보니 오히려 교육의 질은 높아진 것 같습니다. 복지부가 정한 센터인원 숫자 조절이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이전 직접 급식을 진행했다면, 지금은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싸기 좋은 식단으로 변화되었고, 때로는 간편식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도시락으로 대체되면서 아이들이 진짜 식사를 하는지,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일회용기 사용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은광에서도 느끼는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종사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매일 긴급돌봄을 해야 하고, 도시락 사진을 부모님께 공유해야 하고, 방역까지 자원봉사자 없이 내부 인력이 모든 일을 해야 하면서, 종사자들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운영이나 인력 배치 등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느끼는 고민은 비슷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업무는 가중되고, 아이들에게 바른 먹을거리를 전달하기 위해 센터는 쉴 수 없는데, 종사자들이 지쳐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돌봄노동 종사자들 역시 의료진처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는 꼭 필요한 대면노동자임에도 조명되지 못하고, 지쳐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성실하고 묵묵히 자기일을 감당하시는 분들의 수고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 박상호 이사장은 햇살보금자리라는 노숙인 보금자리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코로나19와 노숙인 먹거리 문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햇살보금자리는 을 지원받아 매일 1회, 100~200명 정도의 노숙인에게 급식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급식은 중단되었고,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도시락 150개를 지원받아 3개월 정도 지급했습니다. 햇살보금자리 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별도의 먹거리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푸드뱅크나 지역 후원 단체가 보내주는 빵과 음료 등을 간식으로 지급했으나 코로나19이후 현재 지원이 없는 상황입니다. 노숙인이나 고시원, 쪽방처럼 주거 취약층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을 했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남성독신가구이다보니 돈이 있으면 외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무료 급식을 이용했습니다. 마사회 후원을 받아 월 1회 반찬만들기 사업을 임대주택에 입주한 노숙인 분들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했습니다.
단체급식의 경우는 먹고 자리를 빨리 비워야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어서 빠르게 먹어야 하긴 하지만 그 공간에서 나름 누리는 안정감이 있는데, 단체급식이 중단되면서 그것조차 빼앗긴 상황입니다. 도시락은 온기가 없어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이 받기 어렵습니다. 기존에 푸드뱅크를 통해 학교의 남은 급식을 혼자 거주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리기도 했는데 그것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관악푸드뱅크마켓 안승우 국장도 푸드뱅크가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푸드뱅크 주 업무는 시설이나 기관으로 빵, 반찬, 도시락 등을 전달해주는 것과 동주민센터를 통해 저소득층의 명단을 받아 푸드마켓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관악푸드마켓은 1,340명 정도가 푸드마켓을 이용하는데 2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휴관을 했습니다. 4월부터는 7~8개 품목을 포장해 배달을 했는데, 이용자들이 많음에도 직원 3명과 사회복지요원 4명이 일일이 전화를 해서, 날짜와 시간을 맞춰서 배달을 했습니다. 푸드마켓은 와서 직접 필요한 물건을 고를 수 있지만, 꾸러미는 일방적 배달이다보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트나 일반 기업은 운영하는데, 푸드뱅크는 공공기관과 연계되 조심하고 휴관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35개소 푸드뱅크가 있는데, 절반정도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그동안은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배달, 소독, 전화문의 등 업무량이 늘어났습니다. 푸드뱅크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은 물건도 많은데 쌓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 근본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두 분의 발표를 듣고,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이후 먹거리 문제에 관심있는 참석자들이 모여서인지 열정적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습니다.
먹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공공재입니다. 우리 사회 취약계층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도 먹거리 문제일 것입니다.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 노숙인, 푸드마켓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먹거리로 인해 불평등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현장의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속에서 취약계층 먹거리 불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현장의 종사자들이 가중되는 업무 부담속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은 더 사회에서 소외되고 취약하게 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먹거리 불평등은 인간의 기본 생존요소이기 때문에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공공급식이 멈춘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음 2차 집담회에서는 코로나19 발생이후 먹거리 불평등 해소를 위해 대안을 찾고, 고민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의 고민을 심화시키기로 했습니다. 9월 중에 진행될 다음 2차 집담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