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 스티브 슈워츠만(Steve Schwarzman)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회장 슈워츠만은 자선자본주의자(philanthrocapitalist)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뉴욕시 도서관에 1억 달러 기증 후 도서관 이사에 등극했고, 맨해튼 소재 미술관인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의 이사, 워싱턴의 케네디예술센터(J.F.K.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명예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MIT대학에 3억5천만 달러(약 4,211억 원)를 기부해 소위 AI대학인 ‘스티븐 A. 슈워츠만 컴퓨터대학’(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AI대학)을 세우는데 일조하기도 했다.(“Stephen Schwarzman Makes Anchor Gift For New $1 Billion School Of Artificial Intelligence At MIT,” The Forbes, Oct 15, 2018). 이러면서 마치 키다리 아저씨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어떨까?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회장 스티브 슈워츠만의 지 표지. 그를 “주인”(the master)으로, 그리고 “너무 똑똑해서 승승장구한다(too smart to fail)”고 표현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그의 승승장구의 비결은 편법과 탈법, 그리고 돈으로 구워 삶은 정치권의 비호다.

나는 이 연재 칼럼 초반에 임대차 보호법안인 ‘법률개정안10’의 좌절되자 캘리포니아의 블랙스톤 사무실에 몰려간 항의 시위대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이 삽화가 슈워츠만의 실체를 들여다보는데 도움을 준다.(“미국 집값 폭등의 주범, 사모펀드,” 프레시안, 2020. 1. 3; “악덕 집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프레시안, 2020. 2. 15).

블랙스톤은 캘리포니아의 임차인들이 간절히 원했던 ‘법률개정안 10’ 통과가 좌절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블랙스톤은 개인 주택임대자 등과 협력하여 임차인들의 요구를 격퇴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물론 많은 돈을 들여서. 백보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리고 시위에 참여한 이들도 여기까지는 알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의 사실까지는 아마도 모를 확률이 높다.

그 돈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가? 바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어떻게? 그들이 연금을 들어놓은 돈들이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투자되었고, 블랙스톤은 자기들 호주머니가 아닌 바로 그 공적 연기금에서 스스럼없이 ‘법률개정안 10’의 무력화를 위해 애쓰는 조직에 기부했다. 얼마나 파렴치한가.(“How California Public Employees Fund Anti-Rent Control Fight Unwittingly,” The Guardian, Oct. 23, 2018; “Blackstone Spends Huge to Kill California Rent Control,” The American Prospect, October 23, 2018; “California’s rent control initiative was crushed in the election. Don’t expect the issue to go away,” Los Angeles Times, November 8, 2018).

캘리포니아 시민연대(The Alliance of Californians for Community Empowerment) 소장 에이미 슈어(Amy Schur)는 “법률개정안 10의 반대를 이끈 이들 중 큰 손들은 주택시장 위기에서 수익을 챙긴 월가의 임대사업자들이다. 노동자 계급에게 숨통을 열어 줄 중요한 정책을 좌초시키는데 바로 그 노동자계급의 연금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상처는 물론 모욕감까지 안기는 것으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How California Public Employees Fund Anti-Rent Control Fight Unwittingly,” The Guardian, Oct. 23, 2018).

 

블랙스톤의 블라인드 투자?

‘법률개정안 10’ 반대하는 조직에 블랙스톤과 그 자회사들은 모두 680만 달러(약 82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그 중 약 130만 달러(약 15억6천만 원)는 자회사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에서, 그리고 약 560만 달러(약 67억 4천만 원)는 블랙스톤 지주회사와 4개의 펀드에서 출연되었다. 그 펀드의 투자자가 바로 캘리포니아 주 연기금, 지자체 연기금, 그리고 공립대학교이다.(“How California Public Employees Fund Anti-Rent Control Fight Unwittingly,” The Guardian, Oct. 23, 2018). 그런데 문제는 블랙스톤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알게 되면 말 그대로 환장할 일이다. 한국에서도 이젠 조국 전 법무장관 때문에 어느 정도 귀에 익숙해진 소위 ‘블라인드 투자’(blind pools)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데, 아무리 블라인드 투자라 해도 투자한 돈이 정치적 행위, 그것도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는 정치적 행위에 자금이 조달되었다면 이건 큰 문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런 줄은 까맣게 몰랐다.

이것은 투자회사가 정치적 기부를 위해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과 동일하다. 아니 슈워츠만 개인 돈도 아니고 어떻게 투자로 모은 돈으로 정치적 기부행위를 하는가? 그것도 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에 투자자들의 돈을 쓰는가? 투자자의 돈은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의 공무원에서 나온 돈이다. 그들은 대개 미국 제1의 부동산 재벌 블랙스톤의 임차인들이다.

이전 글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최근 미국은 주택가격과, 임대료의 터무니없는 상승으로 자택도 구입은 엄두도 못 내고 월세조차도 살기 어려워 주거지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른 중산층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 19로 인한 실업으로 그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코로나로 모기지 및 임대료의 연체 일시 허용 및 퇴거가 중지되었지만, 2~3달 유예기간이 지난 후 퇴거 위협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A ‘tsunami of eviction’s threatens to strike Boston,” Boston Globe, June 28, 2020; “Renters remain left out in the cold despite coronavirus eviction protection,” Salon, April 24, 2020; “Renters In Crisis: Housing Experts Say Canceling Rent Isn’t The Best Answer,” Forbes, April 23, 2020; “‘This is about survival’: California tenants plan rent strikes as Covid-19 relief falls short,” The Guardian, March 31, 2020; “31% Can’t Pay the Rent: ‘It’s Only Going to Get Worse’ New York Times, April 8, 2020). 어쨌든, 코로나 이전에도 블랙스톤과 같은 사모펀드의 횡포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고, 따라서 최악의 경우 이들은 노숙자로 길바닥으로 나앉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에도 이미 노숙자는 계속 증가일로였다(전년 대비 로스앤젤레스 시, 14% 증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3% 증가). 여기엔 코로나 19의 여파는 전혀 포함이 안 되었다. 노숙자의 증가 수치를 두고 로스앤젤레스 시 노숙인 관리 당국의 소장 마스튼(Heidi Marston)은 “그 숫자조차 차마 볼 수가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Before pandemic, homelessness jumped 13% in L.A. County, 14% in the city,” Los Angeles Times, June 12, 2020).

컬럼비아대학의 경제학자 오플레어티(Brendan O’Flaherty)는 올해 안에 전년도 대비 노숙자가 45%가 증가할 것이며, 여름까지 80만 명의 노숙자가 양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작금의 상황이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Analysis on unemployment projects 40-45% increase in homelessness this year,” Community Solutions, May 11, 2020; The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The 2019 Annual Homeless Assessment Report (AHAR) to Congress, January 2020).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하는데 코로나라는 재앙을 제외하면 일등공신(?)이 바로 월가의 블랙스톤을 위시한 사모펀드이다.(“A $60 Billion Housing Grab by Wall Street,” New York Times, March 4, 2020; “Goldman Sachs Forecloses On 10,000 Homes for ‘Consumer Relief’”, New York Times, May 22, 2020; “Mortgage Relief That Comes With a $4,000 Bill,” New York Times, May 15, 2020; “The Government’s Mortgage Forbearance Policies Exclude 61% of Americans,” Fortune, May 14, 2020; “You can skip mortgage payments for up to a year. Many fear what comes after that,” Los Angeles Times, April 30, 2020.) 이들은 헐값에 나온 주택들을 대량으로 매집해 주택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렸을 뿐만 아니라 악덕 임대업자로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들의 피해자가 바로 큰돈 가지지 않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돈이 없어 가격이 크게 오른 주택을 구입하지도 못하고 미국 최대 임대사업자로 등극한 월가의 사모펀드에게 주거지를 임차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달픈 임차인을 보호해 달라며 요구한 법안을 저지하는데(즉, 그들을 계속해서 더욱 옥죄는데) 들어간 돈이 임차인들의 장래를 위해 모으고 있는 연금에서 나와서 임차인 자신들을 압살하는데 사용되었다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그것도 자신들을 압살하는데 사용된다는 그 무도한 일을 블라인드 펀드라는 맹점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분통터지는 일인가. 서민들은 자신들이 낸 돈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렇게 등신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제국이 바로 이런 자들이다. 악질들이다. 사악한 자들 중의 괴수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사모펀드! 그런데 무도한 자들의 수괴인 자가 자선자본주의자의 탈을 쓰고 온갖 칭송을 받고 있으니….

 

트럼프 동맹너를 위해 모든 규제 없애줄게

 그렇다면 어떻게 월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미국 주택시장과 임대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는가? 약화될 대로 약화된 임대차보호법까지 완전히 깔아뭉갤 정도로 안하무인의 제국으로 등극해 천하를 호령할 수 있게 되었는가? 여태까지의 나의 글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감을 잡았으리라. 답은 정치권의 옹호, 즉 절대적 지지와 후원 때문이다. 이것은 여야 가릴 것 없는 공히 보편화된 문제다. 현재는 트럼프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 트럼프에게 알랑거려야 자신의 탐욕을 마음껏 채울 수 있다.

슈워츠만은 트럼프의 오랜 동맹이다. 여기서 동맹이라 함은 돈으로 뭉친 관계란 뜻이다. 슈워츠만은 트럼프에게 정치후원금을 듬뿍 냈다.(“How Billionaire Trump Adviser Evades Ethics Law While Shaping Policies That Make Money For His Wall Street Firm,”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April 19, 2017; “Major Trump donor plans private fundraiser with Romney,” CNN, Oct. 22, 2019). 그 덕에 억만장자 민간기업인이 백악관의 비즈니스자문위원장(Chair of the White House’s Business Advisory Council)으로 임명되어 트럼프에게 온갖 훈수를 두고 있다. 첫 자문회의 뒤 슈워츠만은 자신의 생일파티를 플로리다의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리조트 근처에서 2천만 달러(약 241억 원)를 들여 성대하게 열었다. 트럼프는 그 때까지만 해도 취임 후 얼마 안 된 터라 주위의 눈치를 봐서 그랬는지 행사장 근처의 자기 소유 리조트에 머물며 파티에는 직접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바타인 딸 이방카와 사위 큐슈너를 비롯해 트럼프 초기 내각 요인 다수가 수행원으로 따라와 트럼프 대신 참석했으니 트럼프가 참석한 것과 진배없다.(“Schwarzman Parties at 70 With Camels, Cake and Trump’s Entourage,” Bloomberg, Feb. 13, 2017;“A Billionaire’s Party Is a Lens on Wealth in the Trump Era,” New York Times, Feb. 13, 2017). 참으로 억만장자 비선실세의 호가호위다. 일개 기업인의 70세 생일에 대통령과 그 수하의 고관대작들을 불러 하룻밤에 241억 원이라는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다니. 낙타까지 등장했다는 제국들의 돈지랄을 눈 뜨고 못 보겠다. 그러나 미국은 참으로 조용하다. 한 달 임대료를 못 내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는 임차인들이 부지기수인데, 그들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원성은 못 본체하고 악덕 임대업자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고관대작들, 그리고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재세하는 악덕 임대업자의 저 작태!

트럼프의 자문위원장에 있으면서 슈워츠만이 한 일은 자신의 회사가 트럼프를 통해 이득을 잔뜩 얻는 것이었다. 그중 그가 가장 주력한 것은 사모펀드에 가해진 파생금융상품 거래 규제 및 고객(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었다. 앞에 것은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의 무력화를 노린 것인데, 이미 그 법은 트럼프 이전, 오바마정권 때 무늬만 남은 법으로 누더기가 된 상태였다. 슈워츠만은 이것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자신의 사모펀드에 일말의 걸림돌이 될 조항마저 완전히 사문화시킬 것을 원했고 트럼프는 이 요구를 흔쾌히 들어줬다. 뒤의 것도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나서서 중지시켜줬다.(“Trump signs the biggest rollback of bank rules since the financial crisis,” CNBC, may 24, 2018). 사모펀드가 원하지 않는(즉, 자신들에게 목줄을 죄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숙원사업인 것이 분명한데 이런 일의 당사자가 트럼프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면서 정부의 모든 정책을 자신이 유리한 대로 요리하는 것이 백주 대낮에 벌어지는 게 현재의 미국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동맹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단다. “너를 위해 모든 규제를 다 없애줄게(없애는 중이야)”(We’re getting rid of your regulations).(“How Billionaire Trump Adviser Evades Ethics Law While Shaping Policies That Make Money For His Wall Street Firm,”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April 19, 2017). 다음은 시민단체 ‘공공시민’(Public Citizen)의 홀만(Craig Holman)의 말이다.

“여태껏 이러한 (공직자)윤리법의 남용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는 비공식적 자문위원 자리를 뜬금없이 만들어 윤리강령 준수를 원치도 않고 자신들의 금전적 이해를 고수하고 싶어 하는 억만장자를 데려와서 거기에 턱하니 앉히고는 모든 윤리규정들을 면제해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간간히 어쩌다 한 번 조언을 주는 사람들이 아닌 늘 트럼프 곁에서 자문가 역을 하는 이들이지만 공식적인 연방 자문위원회 소속도 아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이들의 하는 말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먹히는 그런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특별 정부공무원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How Billionaire Trump Adviser Evades Ethics Law While Shaping Policies That Make Money For His Wall Street Firm,”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April 19, 2017).

보다시피 지금 미국은 비선 실세들이 열일 중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사람만 더 소개하기로 한다. 물론 이 자도 트럼프의 동맹 중 하나였다. 톰 버락(Tom Barrack)이라는 자인데,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부동산 투자사 사모펀드 ‘콜로니 캐피털’(Colony Capital)의 대표다. 이 자도 트럼프를 끼고 이익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나타나 숟가락을 얹었다. 그렇게 트럼프와의 사적 친분을 이용해 그의 사업을 키웠다고 비난을 받는 자이다. 1980년부터 트럼프와 알고지낸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준비를 위해 1억 달러(약 1,203억 원)를 모금한 그야말로 트럼프의 동맹인 것으로 알려졌다.(“Tom Barrack, a Trump ally with fingers in many pies,” Financial Times, Aug. 2, 2019). 그러나 아무리 속된 말로 ‘절친’이라하더라도 만일 그것이 돈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돈으로 깨지는 게 당연한 일. 취임준비에 모금한 돈들이 자신에게 한 푼도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된 트럼프가 대노해 결별을 했다는 후문이다.(“Trump cuts off one of his closest friends,” Politico, Aug. 19, 2019). 어쨌든, 버락의 주택 임대 회사는 곰팡이 등을 포함한 하자 있는 집을 임대하고서는 임차인들의 민원이 제기될 때는 나몰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그런 악덕 임대업주이다.(“Billion-dollar landlords: Rental-home giant under fire for unsavory conditions,” ABC7, Nov. 18, 2017). 이런 이들이 이렇게 불법적인 작태를 벌이며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인 것은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을 터.


부동산투자회사 사모펀드 ‘콜로니 캐피털’(Colony Capital)의 회장 톰 버락의 캐리커처. 트럼프를 등에 업고 이권이 있는 곳엔 어디든 달려가 숟가락을 대는 것이 버락의 사업 수완이라고 묘사한 기사.

 

양적완화와 초저금리가 이끈 부동산거품위기의 주범 월가, 헐값 부동산 싹쓸이해 돈방석에 앉다

이러한 정치권의 비호아래 월가의 사모펀드는 주택시장의 거품을 일게 했다. 물론 여기엔 연준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 일조했다. 원래 미국은 주택을 우리와 같이 불로소득을 올리기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국민들의 정신이 올발라서가 아니라 제도가 밑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살펴볼 것이다. 그러기 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초저금리가 어떻게 월가의 사모펀드를 돈방석을 앉게 했는지, 그럼으로써 미국의 불평등이 어떻게 더욱 극에 달하게 되었는지를 저간의 사정에 대해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경제를 살리겠다면 벌인 정부의 정책이 국민을 살리지 못하고 제국의 배만 더욱 불리게 했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집을 살 수 있는 요건은 더욱 강화되어 조금 형편이 나아진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쉽사리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가 요원해졌다. 이른바 주택 구매 시 최초 지불액(다운 페이)의 한도가 높아졌고 대출 자격도 한층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이 갈 곳은 임대(월세)뿐이다.

이 틈새를 치고 들어온 것이 월가의 제국 사모펀드다.

“그래 돈 벌 곳이 나타났어. 바로 이거야!” 그것은 바로 임대시장이다. 얼마나 사악한 자들인가. 자기들 때문에 고통당하는 이들을 또다시 자기들의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 서민들은 월가 때문에 이렇게 2008년 이후 두 번 죽게 되었다.(“The Recession Hits An Already Hollowed-Out Middle Class,” Forbes, April. 2020). 월가의 사모펀드는 임대시장에서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까지 손을 뻗쳤다. 압류된 단독주택 집들을 싸게 사서 약간 손을 본 뒤 높은 임대료로 열매를 따 먹었다. 사모펀드가 주택을 대량매집 하니 겉으론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아진 듯 보여, 결국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주택을 사고, 팔고, 임대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이 와중에 피를 보는 이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서민들이다. 주택 공급은 사모펀드에 의해 줄고 이들의 분탕질에 가격이 올라 ‘내 집 마련’으로 임대 신세(월세) 탈출은 요원하게 되었다. 이마저도 힘들면 길거리의 노숙자로 막장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2008년 직후의 길거리 노숙자와 경제 회복되었다고 선언한 이후의 길거리 노숙자와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전자는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 꼈다가 그것이 터지며 압류로 노숙자로 전락한 것이고, 후자는 월세 임대료 급증으로 양산된 노숙자다. 후자는 동시에 또다시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는 와중에 생성된 노숙자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월가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월가의 대형금융회사에 의한 간접적 희생양이 된 것이고, 최근의 노숙자는 월가의 사모펀드에 의한 직접적인 희생양들이다. 악덕 임대업자 사모펀드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이 대다수이니까 그렇다. 극소수 제국들에 의해 미국의 중산층 이하 국민들은 철저하게 분쇄되고 있다. 제국들은 현금동원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들이며, 막대한 유동성을 가지고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지금도 미국 전역의 집들을 깡그리 사재기 하고 있다.

 

불로소득 원천 차단하는 특효약, 재산세(보유세) 강화

지금의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고 사모펀드에 의한 인위적인 조작의 결과다. 물론 직장과 소득, 인구밀집도 등에 의한 지역적인 편차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절대로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로 엄청나게 풀린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자는 극소수다. 다 그들의 장난이며 그 주체는 사모펀드다.(2008년 이전에 일었던 부동산 거품은 월가의 대형금융회사와 그 장난에 부화뇌동해 일확천금을 노린 소수의 일반 국민들도 책임이 있다).

어쨌든, 200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부동산 거품 이전엔 미국에선 부동산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부동산에 붙는 재산세(혹은 보유세, property tax) 때문이다. 재산세율이 높을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곧 주택을 가진 자에게 손해를 의미한다(세금을 더 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갑작스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달가워한 이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미국이 대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했던 이유다.

미국의 재산세율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 재산세율에 맞추어 주태가격이 높고 낮음이 결정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3월 현재 가 보도한 바를 보면, 미국에서 현재 최고의 재산세율을 부과하는 곳은 뉴저지 주로 2.40%다. 제일 낮은 곳은 하와이 주로 0.27%다. 중간값(모든 주택을 가격으로 순위를 매겨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가격)은 뉴저지가 약 30만 달러(약 3억 6천만 원), 하와이가 53만 달러(약 6억 4천만 원)다. 재산세(보유세)가 낮은 하와이 주의 주택가격이 약 2배가량 높다. 그럼 세금은 얼마를 내나 보자. 30만 달러 집에 대한 세금을 뉴저지 주에서는 7,200 달러(약 866만 원), 하와이에서는 810 달러(약 97만 원)낸다. 보유세가 저렇게 적다보니 대신 집값이 높은 것이다. 하와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택이 거주가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때 하와이 부동산은 일본 자본이 대거 몰려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2018년도 미국 50개 주 중 재산(보유)세율이 가장 높은 곳 5개 주와 가장 낮은 곳 5개 주의 비교. 가장 높은 곳은 뉴저지로 2.40%이고 가장 낮은 곳은 하와이로 0.27이다.

주택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호환마마는 바로 보유세다. 그것 이외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투기세력을 잡을 방법은 없다. 보유세가 가장 낮은 하와이의 집값이 미국 전체와 비교해 봤을 때 얼마나 높은지는 미국 전체의 주택 중간값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2016년 하와이 주의 중간값은 538,400 달러(약 6억4천만 원), 미국 전체의 중간값은 184,700 달러(2억2천만 원)로 하와이의 주택 가격이 약 3배가량 높다.(“States With Highest and Lowest Property Taxes,” New York Times, March 15, 2018). 2019년도 자료는 뉴저지가 재산세 2.13%에 중간값은 344,000 달러(약 4억1천만 원), 하와이가 0.3%에 631,700 달러(약 7억6천만 원)로 약간의 변동이 있으나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Property taxes: Which states have the highest and which have the lowest?,” USAToday, Jan. 17, 2020).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하와이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천국 아닌가. 물 좋고 공기 좋은 그런 곳의 주택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생각해 보라 그런 천국도 일 년에 재산세를 10배 정도 더 내게 한다면 하와이로 몰려와 집을 살 사람이 지금처럼 많겠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또 어떤 이들은 하와이는 섬이라 재미없다며 뉴저지와 같은 동부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집값은 뉴저지 주가 훨씬 저렴하다. 그 이유는 바로 재산세율 때문이다. 집 가격과 재산세율은 확실히 역의 관계다. 따라서 주택 가격을 잡는 방법은 재산세율을 올리는 것 밖에 답이 없다. 주택가격의 안정과 투기세력의 차단의 방법은 재산세 상향밖에는 없다.

 

왜 다른 것은 다 미국 따라하면서 재산(보유)세는 따라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미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민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6. 17 대책 열흘 만에 곳곳에서 집값 최고 기록. 정부, 규제확대 공식화,” 한국일보, 2020. 6. 29.; “집값 못 잡는 대책에 집단 반발만. 땜질 처방 그만,” SBS, 2020. 6. 29.; “문정부서 서울 아파트 값 53% 올라…MB-박 정부의 2.5배,” 조선일보. 2020. 6. 23.). 문재인정부 들어 21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시행(김현미 장관은 4차례였다고 강변한다)했으나 내놓는 대책마다 헛발질이다. 내가 볼 때,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긁어 부스럼 내기”다. 여기 조금 만져서 긁어 부스럼, 저기 조금 만져 긁어 부스럼. 누구는 그런 걸 ‘핀셋정책’이라 하던데, 대한민국을 괴사시키는 중증 암 덩어리를 메스를 들고 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아닌 핀셋 정도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추어임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정말로 아마추어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에 골병이든 사람들은 집값을 잡겠노라고 공언한 정부를 믿었던 사람들이다.(송기균, “180석 집권세력은 진정 서울 집값 하락을 바랄까?”, 프레시안, 2020. 5. 30).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사람들은 “그걸 믿은 네가 바보 등신”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가슴엔 피멍이 들었다. 한국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 보다 재산의 불평등에서 비롯된다. 재산의 불평등 그게 바로 부동산이다. 그것으로 계급과 계층이 나뉘어 이제나저제나 집값 내리면 집 사겠다고 생각하는 서민들은 졸지에 불가촉천민 신세로 전락했다. 무주택자가 가구의 절반이라니 대한민국은 불가촉천민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집들은 다 누구의 것인가?(“집값 상승이 한국의 불평등 심화…부동산 세금 강화해야”, 동아일보, 2020. 6. 29).

그럼 주택가격을 어떻게 잡을까? 어떻게 안정시킬까? 답은 딱 하나다. 위에서 본 미국의 보유세와 집값의 역관계가 힌트다. 다주택자를 잡는 종부세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올려야 잡을 수 있다. 집은 거주의 공간,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며 쉼을 갖는 공간이지 그것으로 재산을 불리는 공간이 절대 아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방법은 딱 하나, 1가구 1주택의 보유세 강화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0.16%다. 지금 장난하는가? 이걸 유지하고 그 어떤 정책을 내세워도 백약이 무효다. 이것도 손보지 않고 무슨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고 설레발인가. 보유세가 강화되어 세금을 현금으로 생돈 수천만 원씩 내게 하는 데(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1주택 당) 누가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싶어 하며, 누가 감히 단 한 채의 집이라도 값이 오르기를 바랄 자 있겠는가? “똘똘한 한 채?” 그 “똘똘한 한 채” 갖고 있다가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것을 알게 하라. 그렇게 하는데 과연 “똘똘한”이란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두고 보라.

보유세 강화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레퍼토리가 있다. “강남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소득 없는 노인네는 어쩌란 말이냐”라는 소리다. 그러면 나는 묻고 싶다. 왜 꼭 늙어서도 강남 살아야 하나. 팔면 되잖나. 팔고 더 싼 데 가라. 그게 싫다면 죽은 뒤 자식에게 물려줄 궁리 대신 당장 청와대 앞이든 국회 앞에 가서 집값 내리는 정책 시행하라고 시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서울 대 지방, 서울시 대 경기도, 강북 대 강남으로 찢어발겨서 꼭 분열된 삶을 살아야 하겠는가? 남북이 갈려서 사는 것도 불편하고 억울하고 신경질이 나는 판에 남쪽에서조차 집값으로 분열되어 누구는 귀족으로 누구는 사람 취급 못 받는 불가촉천민으로 살아야 하나?

다른 것은 다 미국 따라하지 못해 안달복달하면서 왜 보유세율은 미국을 따라하지 않는가? 미국서 제일 낮은 하와이의 보유세율 보다도 턱없이 낮으니 한국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 안 되고 배기는가 말이다. 관련 공무원들이 이것을 모를까? 천만에 말씀. 그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에 대해선 누구보다 더 잘 꿰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절대로 미국의 보유세율 수준을 한국에 가져오려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부동산으로 재미를 계속해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묻고 싶다. 당신들은 복부인으로 나서지 왜 ‘늘공’(정식 공무원)이 되었느냐고? 정권을 잡아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들조차 이때가 기회다 싶어 자신들의 부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 잡는다! 잡는다!”는 흰소리만 해대면서 결국은 부동산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국민들의 복장만 뒤집는가.(“참여연대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하라”, 프레시안, 2020. 6. 29.; “[단독] 집 팔라던 노영민도, 먼저 판다던 은성수도 다주택… 고위직의 역행,” 서울신문, 2020. 7. 1.; “1채만 남기고 팔라 그 후 반년. 재산 공개 내역 보니,” JTBC, 2020. 06. 29.; ““다주택 고위 공무원이 누굴 규제하나” 무주택 젊은 층의 분노,“ 서울신문, 2020. 6. 21). 거기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임대사업자와 법인, 그리고 사모리츠(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부동산투자회사)들의 부동산구입에 갖은 특혜(세제 및 대출)를 주면서 부동산 가격을 이렇게 미친 듯이 발작을 하게 만들었는가.(송기균, “180석 집권세력은 진정 서울 집값 하락을 바랄까?”, 프레시안, 2020. 5. 30; “경실련이 본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오르는 이유는” 한국일보, 2020. 7. 1; “”직접 투자보다 낫다”…국내 운용 리츠 지난해 평균 수익률 8.19%,” 한국경제, 2020. 6. 29). 이 울화통 터지는 꼴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또 일반 국민들에게도 묻고 싶다. 다른 것은 다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보유세 올리자는 말엔 그토록 냉담한가.

가진 자들이 탐욕과 공무원들의 농단, 그리고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안고 있는 국민들이 장단에 우리나라는 지금 망조가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가 싸질러 놓은 똥을 말끔히 치워달라는 국민들의 순진한 마음에 문재인 정부는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불을 질렀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금 안사면 끝난다.”라는 심리를 조장하는 정책이 아닌 “지금 사면 끝난다.”라는 심리를 불러올 충격과 공포의 정책을 시행하라. 선무당 식 어설픈 규제 아무리 하면 뭐하나. 복부인(투기세력)들은 당신들(만일 정말로 순진하게 자신들이 펴는 정책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면 말이다. 나는 이런 순진한 공무원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데 그들이 백기투항을 하고 당신들의 머리 꼭대기서 내려오게 하는 정책을 시행 하라.

그게 바로 1가구 1주택의 보유세 강화다. 1가구 1주택에서부터 형편없이 낮은 현행 세율을 단계적으로 올려라. 목표는 공무원들과 국민 대다수가 따라가고 싶어 안달하는 미국의 보유세율이다. 또한 공시지가도 시세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라. 이렇게 할진대 어디서 감히 집값 담합과 가격 상승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은 안 하고 웬 엉뚱한 짓들만 골라 해서 이 사달을 내는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잡는 정책에서 본류는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려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거기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버린 사모펀드에 대한 정책을 흉내 내 임대사업자와 법인에게 특혜까지 주었으니 부동산이 잡힐 턱이 있겠는가. 이게 과연 진보 정권 맞는가? 오히려 있는 자들에게는 규제 다 풀어주고 현금 가진 자가 주택을 싹쓸이 하게 하는데 말이다. 미국을 흉내 낼 것은 내지 않고 내지 말아야 할 것은 흉내 내는 이 청개구리 관료들과 문재인 정부를 어찌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대단했다. 나부터도 그랬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 높은 지지율에도 문재인 정부가 과연 한 게 뭐 있는가? 혹시 문재인 정부의 특기는 문전 처리 미숙? 골대 앞에서 헛발질? 그대들의 헛발질에 집값만 올랐을 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다 논외로 치고,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과 그것도 강남의 집 가진 부모를 둔 청년들만 결혼해서 애 낳게 하고 살게 할 것인가? 세습사회를 그렇게 해서 달성할 것인가? “제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갈망하고 간청을 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이렇게 배신하고야 말 것인가?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월가의 사모펀드에 의해 그렇게 끼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도 이미 코로나가 오기 훨씬 전인 2018년부터 경고음이 울렸고 집값 하강이 시작되고 있었다.(“Luxury Apartment Sales Plummet in New York City,” Wall Street Journal, Aug. 20, 2018; “The Housing Boom Is Already Gigantic. How Long Can It Last?” New York Times, Dec. 7, 2018; “Tough Times Ahead for Housing,” Wall Street Journal, Sept. 19, 2018). 뉴욕의 맨해튼의 집값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물론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서울과 강남 등지에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며, “아! 공무원들의 저런 것 보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떨어질 리 없어. 뉴욕의 맨해튼처럼 더 올라야 해!”하는 투기세력에게 놀아나 대한민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제 코로나다. 아무리 돈이 많이 풀린다 해도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실물경제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 비동조적 주택가격 상승은 그것 자체가 위험이다. 거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라는 재앙까지 덮쳤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다. 그러나 태풍의 눈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해 태풍이 일고 있는 것을 모르듯 지금 우리는 그런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인 양 행동한다. 그야말로 태평성대다. 투기판에 돈들이 흘러넘친다. 불로소득을 향한 탐욕의 눈들이 시뻘겋게 이글거린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태풍의 눈이었던 장소는 바로 무시무시한 태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위기는 그렇게 삽시간에 들이닥친다. 마치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강도처럼. 하여, 이렇게 하루아침에 거품이 꺼져서 모두가 쪽박을 차기 전에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 보유세 강화다. 그것이 이 나라를, 그리고 청년들을 살리는 길이다.

다음의 사진을 보라.


올 4월 중순 피츠버그시에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친 수천 대의 차량 행렬이다.

불평등의 심화는 극소수의 몇 명(제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을 빈곤의 나락으로, 비참한 처지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위기의 순간엔 그것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조그만 위기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저 장사진을 치게 만드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자유시장경제가 심대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살리는 길은 극소수가 모든 것을 편취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규칙을 엄정히 지키는 것이다. 극소수의 제국만을 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저런 비참한 미국의 모습이 정녕 내 나라에서 펼쳐지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다. 아니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러려면 우선 부동산부터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참고자료

김광기, “미국 집값 폭등의 주범, 사모펀드,” 프레시안, 2020. 1. 3.

김광기, “악덕 집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프레시안, 2020. 2. 15.

“[단독] 집 팔라던 노영민도, 먼저 판다던 은성수도 다주택… 고위직의 역행,” 서울신문, 2020. 7. 1.

“경실련이 본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오르는 이유는” 한국일보, 2020. 7. 1.

송기균, “180석 집권세력은 진정 서울 집값 하락을 바랄까?”, 프레시안, 202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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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북대 교수의 연재 ‘인사이드 아메리카’는 에 동시 게재됩니다.

김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