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의 투명창 충돌을 줄이기 위한 노력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거나 고속도로 위를 운전하다 투명한 유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야생조류의 사체를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유리창에 부딪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조류의 수는 국내에서만 연간 800만 마리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부 지침과 환경 NGO 단체 녹색연합의 ‘새친구’ 활동을 소개합니다. |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전국의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 총 56곳에서 조류충돌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가 발견됐으며 이를 토대로 국토 전체의 피해량을 추정한 바로는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가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수억 마리의 조류가 건물 외벽 유리와 충돌하여 죽는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이 조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야생조류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눈이 머리의 측면에 있어 정면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방음벽과 건물들의 창을 이루는 유리는 투명성과 반사성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비행하는 조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실제 자연환경으로 인식하여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투명하고 반사성을 가진 유리로 된 수많은 인공구조물은 매년 수천 Km 이상을 날아 이동하는 건강한 성조뿐만 아니라 비행에 미숙한 어린 새들에게도 매우 위험하며, 이 때문에 조류 개체 수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밀집도와 이에 따른 건물 유리벽의 증가, 투명방음벽의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 야생조류 개체군 몰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조류 충돌방지 목적으로 유리 인공구조물에 부착하던 맹금류 모양 스티커는 듬성듬성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새들이 완전히 방향을 바꿔 유리창이 없는 쪽으로 날아가게 하지는 못합니다. 방향을 살짝 바꾼다 해도 결국 유리창의 스티커가 없는 부분에 충돌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맹금류 스티커가 근본적 방지대책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가운데,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지침서를 배포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투명 방음벽 설치를 최소화하되, 건축물에 유리를 소재로 사용할 시 불투명한 소재 또는 투명하더라도 패턴이나 색깔이 있는 소재 사용하도록 하여 조류가 이를 장애물로 인식하도록 권고합니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는 5×10 규칙(높이 5cm, 너비 10cm 간격)에 따라 점이 찍힌 스티커를 붙이거나 동일 간격으로 6mm 이상의 점을 아크릴 물감으로 찍는 것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미국야생조류보전협회를 통해 알려진 ‘5×10 규칙’은, 대부분의 조류가 패턴의 높이가 5cm, 폭이 10cm 미만일 경우 그 사이를 통과하려 하지 않는 특성을 적용한 규칙입니다.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진행된 대전 유성구 반석동 시범사업의 경우, 비교를 위해 220m 방음벽의 절반 구간에만 5×10 간격으로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였습니다. 그 결과, 미부착 구간은 352일간 약 200마리의 폐사체가 발견됐지만, 부착구간은 4마리의 폐사체만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도로 위 방음벽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스티커를 부착하기 전에는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고, 그 작업량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환경 NGO 단체 ‘녹색연합’에서 야생 조류 충돌방지 모니터링단 ‘새친구’를 결성했는데요, 이들은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유리 방음벽에 붙이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류충돌 지역의 사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충돌사례를 조사하여 기록을 남기고, 조류의 유리창 충돌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야생조류와 자연환경의 보전이 인간본질과 문화, 경제 그리고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점차 증진되다 보면, 대형 건물을 짓는 기업들이나 건축회사, 공공기관 등이 야생조류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조류 친화적 건설을 하고, 이미 설치된 건축물에 대해 충돌 저감 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모든 동물과 식물, 미생물들이 포함된 생태계 속에서 새들은 에너지 순환과 더불어 상호연결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생태계 내 ‘조절자’로써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곤충과 설치류를 포식하여 그 개체수를 조절함으로써 농작물과 숲의 피해를 줄여주기도 하고, 식물의 씨앗을 퍼트려 자연 서식지 등을 유지하거나 되살리기도 하며, 이들의 배설물은 농경지를 기름지게 하고 먹이를 찾으며 뒤집는 활동을 통해 농경지의 발효를 돕기도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환경을 생각하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통해 새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해야 할 것입니다. 유리창에 반사된 나무 위에 날아와 앉으려던, 방음벽 너머 논으로 먹이를 구하러 가던 새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하루빨리 줄어들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 2019.5.
국립생태원,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2017.12.
새의 죽음을 막기위한 행동,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activity/wild-animals/roadkill/79711/
새친구 3기 모니터링 교육,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notice/82725/
의학신문, 투명 유리벽 조류 충돌 방지 사업 실시, 이정윤, 2020.03.10.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3010
국립생태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nie_korea/221371757962